사람은 환경과 독립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내부에 생긴 심리적 변화를 포함한 환경과 하나의 구조를 가진 제도를 만들고, 그 속에서 생을 운영한다. 또한 환경으로부터 정보의 인지, 감정의 발생, 평가 등의 과정을 지나서 인간내부에 심리적 환경이 형성된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생활무대를 전환시킴은 창작 활동에 큰 자극을 주는 활력 요소로 작용되었다. 나에게 있어 가장 큰 심리적인 변화 요인은 바로 한국 생활에서 느끼는 일들이다. 한국에서 사람과 문화에 접촉하면서 스스로의 생활을 둘러싼 기후, 자연환경이나 생활 습관, 사회적 환경을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내 마음 속에는 독특한 미의식이 형성되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귀국할 때마다 느끼게 되는 것은 바로 공기 질감의 차이다. 차분하고 부드러운 공기,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작은 물거품을 잔득 머금은 공기가, 나의 숨구멍으로부터 들어와, 폐의 깊숙한 부분까지 촉촉하게 번져간다. 

잠시 동안 잊고 있었던 이 감각… 나는 「물의 나라」에서 살아왔었다는 것을 새삼 통감한다.

 

일본의 습윤한 기후는, 유연하고 온화하며 정감이 풍요로운 아름다움을 육성하고 있다. 심록색의 수목, 안개로 흐려 보이는 짙은 회색의 거리들, 흐르는 시냇물, 푸르디푸른 논밭, 흔한 풍경 속에 존재하는 신선함이 일상에 촉촉함을 더하고, 또 각각의 색상마다 깊이를 만들어주고 있다. 

나의 근간은 습윤한 자연의 신선한 풍경이다. 

습윤한 풍경과의 만남에 있어서 기억이나 추억, 마음의 움직임, 심미의식이 가미된 물의 이미지를 수묵의 특성을 이용해 작품제작에 임하게 되었다. 나는 정직하게 소재가 가지는 힘을 100% 살리고 싶다. 표현방법으로는 고전적인 기법으로 단순하게 승부를 겨룬다. 그러나 현재의 시대에서도 신선하고 돋보이는 표현으로 이루어질 수 있고, 먹의 독자적인 색을 음미할 수 있는 고전적인 동양화기법을 기반으로 한, 선과 색채의 미를 추구하고 싶다.

고요한 마음가짐으로 주위의 공간에 자신을 용해시킨다면, 초목이나 바람, 빛에 동화하고, 자신 또한 이 세상의 일부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끊임없이 순환하는 한 방울의 물과 같이, 스스로를 이 세상의 일부로 느끼며, 한 걸음씩 나아가고 싶다.

                                                                          

2013년 10월 호리 나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