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13-11-20 ~ 2014-01-15
무료
02.734.0440
OCI미술관 차기율 개인전
순환의 여행 - 방주와 강목 사이 2013
2013.11.20-2014.1.15
차기율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시원과 존재, 순환의 관점에서 성찰해왔다. 이번 전시는 ‘방주와 강목’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순환의 스펙트럼을 확장한다. 방주는 대홍수 이후 살아남은 노아의 방주를 의미하고 서양문명을 상징하며, 강목은 한방에서 쓰이는 약초나 약재의 세세한 기록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 따온 것으로 동양사상을 상징한다. 이는 서양으로 상징되는 ‘문명’과 동양으로 상징되는 ‘자연’과의 화해와 융합을, 그리고 인간과 자연과의 협업을 지향하는 관점이라 하겠다.
작가는 포도나무 줄기의 토막을 조립하여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어 신화적 주체를 상징하는 관념적 의미로서의 방주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여기에 본초강목에서 인용한 치유와 재생의 문자들을 줄기에 기입하여 강목의 의미를 아우른다. 또한 갯벌에 사는 게들이 지은 갯벌집이 노천소성의 과정으로 완성되어 자연이 만든 방주로서 미술관에 대거 옮겨진다. 그 외에도 억겁의 시간의 축적물이자 삼라만상의 근원으로서 돌, 물, 불, 나무 등이 작품의 기본 원리이자 재료로 등장하여 영혼의 울림, 기억의 흔적 등을 탐색한다.
○ OCI미술관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시원, 기억, 존재, 순환의 관점에서 성찰해 온 중견작가 차기율의 초대개인전 <순환의 여행-방주와 강목 사이 2013> 展을 11월 20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약 두 달 간 개최한다.
○ 차기율은 지난 20여 년 동안 ‘부유하는 영혼’, ‘땅의 기억’, ‘사유의 방’, ‘순환의 여행’이라는 주제로 작업의 근간을 확장해왔다. 작가 자신을 포함하여 존재하는 모든 것의 본령을 찾아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금 자각하고 환기하는 것이 그의 예술 행위의 주된 지향점이다.
- 작가는 도처에 편재하는 모든 유기물과 무기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믿음으로 부유하는 영혼들을 찾아 나선다. 자연 속에서 우연히 발견된 영혼의 물질들은 나뭇가지, 돌멩이, 동물의 뼈 등과 같이 이제는 본디의 형상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가까스로 형질만 남아 있는 무명의 존재들이다. 아련히 떠오르는 이들의 태초의 원형들은 땅 속의 흔적으로, 공기 중의 기억으로, 존재와 존재 사이의 유전으로 오늘에 닿아 작가의 예민한 예술혼의 부름을 받는다.
- 작가에게 발견되거나 발굴된 물질의 파편들은 작가의 고뇌와 사유를 통해 존재의 의미와 근거가 복원된 채 새로운 형상의 예술태로 거듭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자연의 실천적 존재 의지에 대응하는 인간의 흔적들을 개입시킨다. 즉, 자연의 품에서 문명을 이루며 역사를 이어온 인간의 의지는 지식의 축적물이나 발명된 물질 등 몇몇 대표성을 지니는 사물을 통해 대입된다. 이는 자연과 인간의 흔적들이 협업의 형태로 재조합, 재구성되어 온전한 자연의 영역도, 온전한 인간의 영역도 아닌 새로운 차원의 장으로 도약하여 영원한 순환의 여행에 진입하게 되는 순간이 된다.
○ 이번 전시 ‘순환의 여행-방주와 강목 사이 2013’ 展에는 존재의 근원과 생명, 정신을 재정립하고자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자기반성적으로 탐구해온 작가의 예술적 노정이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가 작가 자신의 예술 의지와 사유의 지평을 확장해 나가기 위한 하나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스스로의 다짐대로 새로운 조형적 행보들이 제시되어 눈길을 끈다.
○ 오랫동안 전시의 주제로 삼아온 ‘순환의 여행’은 ‘방주와 강목 사이’라는 단서와 함께 작업의 범위와 여정을 함축적으로 제시한다. 즉, 방주는 대홍수 이후 살아남은 노아의 방주를 의미하고 서양문명을 상징하며, 강목은 한방에서 쓰이는 약초나 약재의 세세한 기록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 따온 것으로 동양사상을 상징한다. 이는 서양으로 상징되는 ‘문명’과 동양으로 상징되는 ‘자연’과의 융합을 나타내는 것이며, 인간과 자연의 순환 구조 속에서 존재의 본질에 귀속된 시공의 기억들을 인류의 수직적 성장과정과 수평적 연대과정 속에서 추적하고자 하는 작가의 예술적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것이다.
○ 차기율의 예술 표현의 기재는 자연에서 채취한 돌, 나무, 뼈 등의 다양한 천연 물질들로부터 책, 금속, 모니터, 스피커와 같은 문명의 상징물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에서 추출된다. 이들은 모두 공간 특정적 설치 작업을 비롯하여 드로잉, 회화의 평면 작업 등 탈경계의 확장된 조형 방식을 통해 예술적 가치를 추가한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점토(테라코타) 작업을 새롭게 선보여 더욱 깊어진 예술 표현의 의지와 자유로운 의식의 발로를 엿볼 수 있다.
- 1층에 들어서면, 자연목 뿌리를 소재로 만든 유선형 구조물과 음향을 탑재한 영상물이 거대한 오브제 덩어리로 어우러져 자연과 인공/문명의 동행을 강하게 시사한다. 목조 구조물은 인간이 만든 방주를 상징하기도 하는데, 나무줄기를 끓는 물에 삶고 일일이 껍질을 벗겨낸 후 토막을 재조립하는 노동집약적 공정을 거쳐 완성되며, 나무토막 사이사이에 마디처럼 돌멩이가 삽입되고 줄기 표면에는 본초강목에서 인용한 문구가 붓글씨로 기입되기도 한다. 또한 모니터에는 하늘과 바다가 관습적 위치와 반대로 자리한 채 작가를 구성하는 기억 속 인자들을 텍스트 자막으로 하나씩 끄집어냈다가 다시 흘려보낸다. 시간과 공간 속에 배어있는 존재의 흔적들을 환기하는 작업이라 하겠다.
또한 전시장 바닥에는 여름 별자리의 궤적이 드로잉으로 펼쳐지고 별자리는 돌로 표시하여 하늘과 땅이 맞닿은 비현실적 우주 공간이 창출된다. 그 위에 거대한 포도나무 구조물이 천정에 매달려 하늘을 떠도는 방주를 연상케 한다.
- 2층에는 강화도 근교의 갯벌에서 채집한 게가 만든 탑들을 신석기인들의 방식대로 노천소성의 과정으로 구워 미술관 공간에 대거 옮겨 놓았다. 이는 땅이 만들거나 기억하는 존재의 흔적들을 고고학적 발굴처럼 파헤치고 떼어낸 것으로 자연이 뱉어낸 방주들을 모아놓은 것이라 하겠다.
또한 책과 금속과 돌이 조합을 이룬 오브제가 제시되기도 한다. 이는 인간의 정신과 내면을 견고하게 다져온 지식의 상징물인 책과 인간의 생명활동을 유지시키고 문명을 일구어 오는데 공헌한 금속류, 억겁의 시간과 공간의 기억을 축적해온 자연물로서의 돌이 하나의 덩어리로 만나 현실의 공존 체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 3층은 박물관 공간처럼 생물학적 오브제들이 유리로 만든 유물 상자 속에 담겨져 기억과 흔적이 보호/보존되는 고고학적 관점을 연장해나간다.
그 외에도 인간의 얼굴을 닮은 돌들이 자신들의 초상화와 함께 전시 공간을 메우기도 하고 드로잉과 페인팅이 존재의 흔적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한다.
○ 차기율은 인간을 그리고 개인을 중심에 두려는 현대 미술의 구조에 반하여 자연과 인간의 상호 보완적, 순환적 관계를 통해 인간의 본질과 태도를 성찰하려는 관점을 보여준다. 또한 존재 그 자체의 문제보다 존재의 근거를 통해 정제된 이치와 본성을 지속하고 보존하고자 한다.
그런 까닭에 그는 방주와 강목사이에 놓인, 즉 태초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모든 존재들의 기억과 흔적을 좇아, 자연으로 명멸해가고 기화되어 버린 존재의 원형들과 본질들을 조각조각 모두기를 일삼는다. 차기율은 우리 스스로가 정화되기를 바라는 바램과 삶 속 궁극의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예술을 통한 구도의 여정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전시 제목 : <순환의 여행 - 방주와 강목 사이 2013> 展
전시 기간 : 2013년 11월 20일(수) ~ 2014년 1월 15일(수) (57일간)
전시 부문 및 출품작 수 : 평면, 입체설치, 미디어영상 / 총 36점
장 소 : OCI미술관 1~3F (서울시 종로구 수송동 46-15)
전시 담당 : 최정주 수석 큐레이터
문 의 : Tel. 02-734-0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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