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왓 어바웃 러브. 동시대 사회와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오래된 캔버스나 프레임, 철재의 파편과 네온 조각 등의 오브제를 배치해 진부한 소재를 스펙터클과 상실의 의미로 재해석.
전시작가: 안젤름 라일리 Anselm Reyle (독일 튀빙겐생, 1970- )
전시장소: 국제갤러리 3관(K3)
전시소개
국제갤러리는 독일출신 작가 안젤름 라일리의 개인전 를 개최한다. 이 전시명은 미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하트'의 동명 히트곡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어두운 전시장과 특정한 작품들 위로 집중된 조명, 그리고 혼돈스럽고 감각적인 요소들로 가득 찬 설치작업을 통해 스펙터클과 상실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갤러리 바닥 전체에 걸쳐 펼쳐져 있는 설치작품은 서울 인근에서 찾아낸 오래된 공업용 부품이나 건축자재들, 그리고 작가의 베를린 스튜디오에서 가져온 부서진 액자들과 이미 많은 주목을 받은바 있는 네온 작업들을 포함하고 있다. 바로크 풍으로 쌓이고, 흩뿌려진 이 설치작업은 순수한 물리적 요소들과 그것들이 떠올리는 후기 종말론적인 유비적 장면 사이에서 강력한 분열을 일으킨다. 라일리는 아름다움과 동시대적 양식의 한계에 도전하는 형식적 추상에 관해 탐구한다. 오브제와 행위를 수집하고 차용하는 라일리의 미학적 문법, 즉 오래된 캔버스나 프레임, 철재의 파편과 네온 조각들의 더미,그리고 강렬한 붓질 등은 이제 작가의 고유한 아이콘이 되었다. 전 에서 세심하게 배치된 이 오브제들은 동시대 사회와 대중문화와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진부한 소재들을 차용할 뿐 아니라 새롭게 재해석 해내는 라일리의 작업방식을 잘 드러내 보여줄 것이다.
특히 전시장 내에서 폐기물과 네온으로 이루어진 설치작품은 이라 불리는 대형의 풍성한 알루미늄 박(포일)으로 이루어진 작품(*보도자료 page. 4)과 완전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이전에 제작된 작가의 All Over Foil(전면포일 회화) 작품과 비교했을 때, 이 새로운 작업들은 포일의 표면이 지닌 느낌보다는 화면의 구성과 느슨한 주름들, 그리고 감각적으로 휘감는듯한 느낌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이와 유사한 전개방식은 세 번째 작품군인 <드리핑 페인팅>에서 보다 잘 드러난다. 이 작품들은 아크릴 물감을 채운 소화기를 사용해 밑칠을 한 표면 위에 다시 다량의 래커와 물감을 잔뜩 부어 그린 것이다. 다량의 물감과 그 칠에 가해진 힘 때문에 재료들은 서로의 경계를 침범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환각적인 효과를 만들어낸다. 이는 전통적인 미술 재료들을 매우 능숙하면서도 공격적인 방식으로 활용함으로써 작품에 고도로 복합적이고 도전적인 성격을 부여한다. 나아가 이러한 개념적 접근을 통해 작가는 작품의 제작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측 불허한 사건들을 추구함으로써 이를 통해 재료의 물성을 더욱 감각적으로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에서 라일리는 자신에게 영감을 주었던 스페인의 위대한 조각가 호르헤 데 오테이사에 대한 오마주로서 신작 조각인 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혁신적인 조각가이자,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던 오테이사의 정신, 곧 기득권세력과 그들의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신념에 대한 지지로서, 라일리의 작품세계에 내재한 저항적인 면모를 볼 수 있다. 나아가 조형적으로도 오테이사가 주요하게 다루었던 강철(iron)을 이용한 기하학적 추상조각을 색면 거울과 아크릴 글라스와 같은 기성 재료를 사용하여 동시대적인 관점으로 재해석한 기념비적 조각을 제작했다.
라일리는 팝과 ‘발견된 오브제’ 그리고 ‘키치’라고 불리는 일상적 사물들과 이를 둘러싼 사회적 가치들을 독특한 상상력을 통해 이끌어낸다. 다양한 의미와 재료의 레이어들로 구현된 그의 총체적이고 시각적인 어휘들은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낸 그만의 작업방식을 창조해냈다. 이미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은바 있으며, 동시대의 주요한 작가로 회자되는 안젤름 라일리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할 뿐 아니라 미술사를 재조명하고 그것에 관한 다양한 상투성들을 해체, 풍자한다.
이번 국제갤러리 개인전 에서도 색과 빛, 그리고 ‘발견된 오브제’의 차용과 같은 이슈들을 통해 조각과 회화를 아우르는 방대한 구성을 보여주며, 이는 작가만의 고유한 형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관객에게 제공한다. 설치미술에 대해 주요한 관심과 연구를 지속해온 라일리는 이번 국제갤러리 K3 전시장에서 이제까지 아시아에서 선보인 것 가운데 가장 주요한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또한 소화기를 사용한 회화제작의 퍼포먼스적인 과정을 기록하며, 행위의 과정이 작품으로 귀결되는 ‘과정 중심 예술’(process art)에 대한 작가의 특별한 관심을 작품으로 보여줄 것이다. 국제갤러리는 이번 3관에서 선보이는 안젤름 라일리의 개인전을 통해 현대미술사에서 귀추가 주목될만한 강력하고 역동적인 작품세계를 선보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작가소개
안젤름 라일리는 1970년 독일의 튀빙겐 (Tubingen)에서 태어났다. 아카데미 슈트가르트와 칼스루에에서 수학했으며 현재 베를린에 거주 및 작업 중이다. 라일리는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하는 주류 미술계가 형상회화를 추구하며 학파를 형성하는 것을 거부하고, 당시의 미술계의 시류를 벗어나 바넷 뉴만, 엘스워스 켈리 등의 추상화가들의 작업에서 영향을 받아 자신만의 독특한 추상세계를 확립해 왔다.
대표 전시이력으로는 프랑스 그르노블 르 마가젱 국립현대미술관의 <울트라코어(Ultracore)>(2013), 베를린 쉰켈 파빌론의 <도둑맞은 판타지(Stolen Fantasy)>(2012), 그리고 덴마크 우셰이에 위치한 아르켄 근대미술관(2011), 벨기에 돈트-데넨스 미술관(2010), 독일 튀빙겐 쿤스트할레(2009)에서의 전시 등이 있다. 이 밖에 베를린 신국립미술관, 런던 로얄 아카데미와 테이트 모던, 이탈리아 베니스의 팔라쪼 그라시와 같은 유수한 기관의 전시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현재 그의 작품은 퐁피두센터, 아르켄 근대미술관과 같은 주요 미술관은 물론 다임러 크라이슬러, 크리스찬 보로스, 프랑소와 피노, 루벨 패밀리 컬렉션 등에 영구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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