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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현 한국화 : Stolen He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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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고윤정


김화현은 순정만화 속의 남자 주인공을 동양화로 풀어내는 작가이다. 순정 만화 속의 남자 주인공들은 여성 중심의 서사와 배경을 담은 매체 안에서 담론화되는 과정을 거친다. 현실 속에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완벽하고 아름다운 남자 주인공들은 여성의 ‘이상향’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극도로 이상적인 남성들의 모습은 여성이 지금 이 주인공들을 ‘보고’ 있다는 전제하에 그려진다. 여기에서의 ‘본다’는 것은 그림 속의 남자들을 대상화한다는 뜻이고, 시선을 고정시키며 눈이 일정한 행동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정된 바라봄은 단순한 관찰이나 구경이 아닌 보는 이의 숨겨져 있던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본다’는 행동이 상당히 적극적이고 주체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보고 있는 이가 살짝 벗을 듯 말듯한 몸놀림을 응시하고 있다고 해서 그 욕망을 음탕하게만 해석하면 안 된다. 김화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욕망은 아름다운 남성들을 열거하여 즐기고자 하는 욕망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드러내기 어려웠던 여성들이 마음껏 대상에 대해 담론을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욕망을 뜻한다. 


김화현 작가가 순정만화를 선택한 것도 기존에 극히 일부에게서만 공유되던 마이너한 장르를 통해 공격적이고, 남성적이며 영웅적인 전형적인 남성상을 거부하고, 현실 속에서 만나기 힘든 역할들을 대상화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취향들을 반영하듯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중문화 속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남자 중의 남자’가 많았지만, 지금은 꽃미남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다소 여성스럽고도 부드러운 남성의 모습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송중기, 김우빈, 이종석, 지창욱, 유연석 등등의 다소 연약해 보이는 인상의 배우들이 마초적인 배우보다 훨씬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요즘의 문화이다. 김화현의 작품 안에서 독특한 장식적인 요소들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주인공들은 이 순간만을 기다려 온 것처럼 화려하게 피어난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 Two Loves, La Grande, Magnolia는 동양적인 요소와 서양적인 요소가 미묘하게 접합된 작품들이다. 이는 각각의 인물, 소품 등에 배경이 산수화가 그려져 있는 것은 동양미술사에서, 부분 부분이 어떤 특정한 의미를 갖는 알레고리적인 특성을 갖거나 오달리스크 포즈를 갖춘 것은 전통적인 서양미술사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다. 기법적인 측면에서는 순정만화에서의 고전적인 구도인 “미형(美形)”을 적극 따르고 있는데, 채색의 방법과 순서에서도 순정만화의 기법을 따라 인체가 가장 화사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 순간에 대해서 고민해 보고자 하였다. 소품으로 출시된 The Apparition, The Musicians에는 만화책의 흑백 페이지를 연상시키는 인물 묘사와 컷 분할을 적용하였다. 



김화현 작가 개인 프로필

작가 김화현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하였다. 복수전공으로 미술사를 공부한 영향과 순정만화적 요소를 결합한 그의 동양화 작품에는 동아시아 특유의 대중문화 매체인 순정만화의 여러 요소들을 활용해 젠더와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해 오고 있다. 2006년 서울 갤러리 진선에서 첫 개인전을, 2008년 서울 아트포럼뉴게이트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열었으며, 2014년 현재 갤러리 KOO에서 세 번째 개인전을 열게 되었다. 2007년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도미,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 시 소재 메릴랜드 인스티튜트 칼리지 오브 아트에서 미술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2010년 귀국하여 현재 한국에서 작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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