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을 기원하고 한국적인 색의 향연을 펼치는 이지숙의 작품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흙과 민화와의 만남을 통한 독특한 표현기법으로 조형성과 회화성을 추구하는 이지숙은 민화 중에도 특히 책가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신선한 만남은 민화에 신선함을 더하며 깊고 아름다운 감동을 자아냅니다.
작가노트
어느 날 나는 조그만 마을로 갔습니다.
갔더니 아흔을 넘긴 듯한 할아버지 한 분이 바삐 아몬드나무를 심고 있더군요.
그래서 내가 물었지요.
'아니, 할아버지 아몬드나무를 심고 계시잖아요?'
그랬더니 허리가 꼬부라진 이 할아버지가 고개를 돌리며,
'오냐, 나는 죽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란다.'
내가 대꾸했죠.
'저는 제가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살고 있군요.'
...(중략)...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두 갈래의 똑같이 험하고 가파른 길이 같은 봉우리에 이를 수도 있었다.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듯이 사는 거나, 금방 죽을 것 같은 기분으로 사는 것은 어쩌면 똑같은 것인지도...
-그리스인 조르바
짧은 몇 줄이 많은 생각을 부른다.
15년 이상을 같은 패턴으로 생활하며 작업해 온 내게 이들의 대화는 매우 낯설기만 하다. 한 번도 찬찬히 생각해보지 못한 감정을 글로 대할 때의 느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마치 오늘이 마지막인 듯, 내일은 없는 듯 누군가를 만나고 일을 해대던 날도, 영원한 오늘이 펼쳐질 것 같은 기분으로 차분히 하던 일을 해내던 날도 내겐 모두 하루였을 뿐...
이지숙 | 2014.03 작업노트
이지숙 | b.1970
서울대학교 대학 • 대학원 공예과를 졸업
1996년 갤러리 도올 에서 1회 개인전을 시작으로 2014년 우모하 갤러리의 “책이 있는 풍경”에 이르기까지 총 10회의 개인전을 치뤘다. 2011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2012 미술가의 책에 출품하는 등 90여회의 기획 및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중앙대학교 공예과의 강사를 역임하였고 현재 토회와 현대도예가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