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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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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시대가 지나고 매체가 진화하여도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주제는 늘 변하지 않는다. 인간상에 대한 연구와 인간 신체가 그러하다.
본 작업은 인위적으로 테크놀로지에, 그리고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그로테스크한 새로운 생명체-캐릭터-들을 창조하고 있다.(이는 다른 개념의 biotechnology라고 새롭게 표현 해 볼 수 있겠다.) 각 작품마다 옴니버스 식으로 그마다의 스토리가 들어있는데, 하나의 커다란 주제는, 모든 관객이 제각각 다르면서도 동일하게 지니고 있는 사람의 몸이다.

매 순간 인지하지 못하지만 분명한 것. 반사적으로, 자율적으로 우리 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들이 몹시 새삼스럽다.
인간이라는 우주가 어떻게 시작되고 유지가 되다가 끝이 나는지,
이러한 근원적인 질문은 너무나 흔하지만 그 기원과 본질에 관해서는 누구도 완전한 정답을 내릴 수 없다. 이 작품에는 본인이 이에 대해 스스로 지어낸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있다.
어두운 갤러리리에 입장하는 관객은 인간 몸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인간의 생물학적 작용들과 무의식적인 행동들이 재해석되어, 또 다른 현상으로 갤러리 공간에 펼쳐진다. 이 갤러리 공간은 관객에게 반응하고 움직이는 유기체적인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이번 전시는 미디어아트와 애니메이션이라는 두가지 놀이를 결합하여 연구하고 있는 실험의 일부이다. 관객에게 유희를 주는 두 장르는, 몇가지 관점에서 상반되는 요소가 있는데, 이 두 가지를 변증법적으로 발전시킨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시도 하고 있는 인터랙티브 영상과 애니메이션을 정의하고, 각각의 특징을 염두하며 작업을 했다. 특히 시나리오, 캐릭터, 컷, 씬 등의 요소를, 설치 인터랙티브 아트에서는 어떻게 변환할지, 그리고 캐릭터를 잡는 데에 집중했다.
 
각각의 작품이 하나의 씬이 되어 그 안에 감각기관, 생식기관, 순환기관, 호흡기관, 배설기관, 소화기관이 무대 혹은 등장 인물이 되는데, 그 위에서 플레이를 할 생명체를 만들어냈다.  많은 기관들과 그 안의 세포까지 카툰 캐릭터가 되어 즐거운 표정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눈, 코, 심장 등의 신체 기관이나 호르몬, 혈액, 세포의 메타포에 인격을 부여하여 의인화한 것이다. 신체를 재해석 하는데 있어, 모양, 기능 등을 모티브로 하고 나면, 그 신체부위의 다른 특징은 배제하고 좀더 귀엽게 혹은 그로테스크하게 캐릭터로 발전을 시켰다. 또한 모션을 주어 애니메이션을 하거나 효과 사운드를 넣을 때에도 그 기관의 실제 특성과 상상속의 특성 (기관의 인격)을 조화시켜 제작하였다. 이 때에 가시적인 신체 부위와 비가시적인 신체 부위가 나란히 등장하여 서로 작용하는 것은 관객이 새로움과 낯섬을 느끼는 포인트가 된다.
이들 각각이 독자적인 생명력을 갖고 자아와 입체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가정 하에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즉, 몸의 모든 구성요소가 정체성을 갖고 그들만의 삶을 살고 있다는 가설을 작품 전개의 중심 아이디어로 제시하였다. 이러한  작품 속 신체기관들은 관객의 신체를 자극하며 관객의 움직임에 즉각적으로 반응을 한다. 피지컬 컴퓨팅을 통해 보다 생동감넘치고 공감각적인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이에 작품에 있어서 관객이 직관적이고 이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공간 구성과 인터페이스를 구상하였다.
 
일련의 작품들은 죽음과 삶이라는 형이상학적인 주제를 인간의 신체라는 형이하학적으로 표출, 복잡하고 심오한 신체의 작용들을 분명하고 직접적인 카툰 애니메이션으로 표현, 생기없는 테크놀로지를 사용해 새로운 생명체를 제작한 생명력, 유머와 진지함이 대비되면서 공존한다. 이는 생명력이 없을 것 같은 테크놀로지에 생명을 주고, 일상적이고 생물학적인 현상을 공간으로 꺼내와 낯설게 표현하며, “생명, 죽음”과 같은 형이상학적인 주제를 “만지고 듣고 체험하고 볼수있는” 형이하학적인 놀이로 해석하는 역설적인 작업이 되었다고 본다.
이번 전시는 현대 미술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자리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설치 영상 매체로서 디지털세대인 관객과 어떠한 방식으로 소통해야 할지를 연구한 본인 나름의 답이다. 들춰낼수록 이야깃거리가 풍부해지고 다양하게 해석되도록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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