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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욱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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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욱-현재의 기록







이용욱은 지금까지 기록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기록이라는 주제의 시작은 아마도 도자기의 기나긴 역사와 행로를 존중하고 추적하고자 하는 발로에서 였다.

이것은 초기에 보여주었던 비문형식의 작품에서 간취된다. 치열하게 살았던 도공의 행적들을 채집하듯 꼼꼼하게 점토판위에 세밀한 조각도의 흔적을 남겼다.

이후 기록을 찾아서라는 지문으로 대형의 철제 배()위에 사각형으로 일정하게 잘려진 점토조각들이 놓여지는 작품으로 이동한다. 사각의 흰색 도자편들은 퍼즐을 맞추듯 모여 하나의 풍경으로 드러난다. 선박은 거대한 풍경이 된 도자조각들을 실고 바다로 나가 이질적인 문화와 만난다. 동서문화의 교류와 문명의 진보를 상징하는 작품들이었다.

그리고 점차 기록이라는 인문학적 접근을 시도한다. 기록의 차이라는 주제로 등장하는 근간의 작품들이 그것이다. 정사각형이나 원뿔형의 점토모형에 길고 넓적한 마치 직물조각같은 점토판을 덧대어 붙이는 형식의 작품인데 독특한 기법이 인상적이었다. 위대한 문화의 완성도 하찮은 여러 가지의 조합이라는 의미와, 어떻게 붙여지는가에 형태가 달라짐은 미세한 기록의 차이에서 오독되는 역사의 형상에 대한 의문이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현재의 기록이다. 기형은 단정한 직사각형이 메인이다. 그 사각형은 여러개의 점토판들을 이어 붙여 완성하고 있다. 점토판들은 길고 넓적하게 때로는 짧고 좁게 만들어 붙여진다. 이것은 크고 작은 이 시대의 이슈와 정보들을 의미할 것이다. 붙여진 점토판위로 나무 조각도로 거칠고 섬세하게 또는 대범하고 조용하게 그 흔적을 남긴다. 자유롭게 붙여진 점토조각들과는 전혀 다르게 완성된 기형은 단정한 직사각형이다. 마치 TV안에서, 스마트폰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정보들과 우리의 변화무쌍한 행적들의 실루엣 같다. 이 시대의 기록들은 이런 직사각형의 상자안에서 생성되고 지워진다. 수많은 정보들과 이슈들은 거대하게 발아하다가 어느날 조용히 사라지기도 한다. 우리가 보는 현재의 이 기록들은 사실인 것인가. 우리는 작은 오솔길을 거닐다 만나는 갸날픈 들꽃보다는 스마트폰 화면에서 만나는 지나치게 선명한 꽃잎에 더 열광하는 것은 아닐까. 실제보다 더 사실적인 이미지를 우리는 더 믿고 있는것이 아닐까. 라는 질문을 이용욱의 완곡한 직사각형의 도자형태에서 받는다. 여러 가지 조각도의 흔적으로 드러난 다양한 현재의 기록들은 그러나 간혹 사각형의 틀 안에서만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한편 때로는 길가에 피어난 이름모를 꽃들을 만나 그 원형의 색감을 새삼 인지하듯, 복합적인 매체가 트랜드인 이 시대에 오직 흙이라는 도자의 가능성을 지키는 작가의 태도는, 현재의 기록이라는 주제와 반어법의 대응으로 흥미를 준다. 아마도 현재의 진정한 기록은 사각틀 밖의 현재에 있다는 이중적인 장치로, 직사형의 도자틀안에 다양한 흔적을 완곡하게 담아두는 조형행위는 관객들에게 다양한 사유를 던진다. 그러므로 작가는 현재의 기록뒤에 라는 숫자를 명기한다.

 

장정란 (미술사.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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