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경, 그녀의 그림에는 잠자리와 귀때기 하나만 달랑 놓여져 있다. 잠자리와 귀가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뜻 글을 쓰겠다고 한 것에는 그녀의 잠자리가 자꾸 걸려서이다. 다 뜯겨진 날개를 달고 퍼덕거리는 거대한 잠자리. 그리고 거대한 귀를 등에 단 채로 악몽을 꾸고 있는듯한 한 인물에서 심상치 않은 상징이 느껴진다. 마치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Goya)의 유명한 연작 판화인 로스 카프리쵸스(Los Caprichos) 중에서 “이성(理性)의 잠이 괴물들을 만들어낸다(El sueño de razon produce monstruos)”를 연상시키면서도, 프랑스 상징주의 화가인 오딜롱 르동(Odilon Redon)의 음울한 파스텔 그림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고야의 판화에 르동의 파스텔을 입힌 느낌이라고 할까? 하지만 그녀의 그림을 독특하게 만드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귀이다. 그녀는 왜 귀를 그릴까? 그것도 왼쪽 귀만 그린다. 라틴어나 이탈리아어로 왼쪽은 sinistra 인데, 영어로 악(惡)이란 뜻의 sinister 의 기원이다.
그녀가 귀를 거꾸로 그려놓은 작품을 보여주면서 “이게 뭐 같은가?”라고 물었을 때, 나는 자궁을 연상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초기 작품 중에서 귀 안에 웅크리고 있는 인물을, 아니 저 기묘한 인물을 잉태하고 있는 귀를 발견한다. 이러면 그녀가 말하려는 것이 쉽게 풀어진다. 귀에서 빠져 나온 이 인물은 잘라내지 못한 탯줄처럼 거대한 귀를 등에 달고 다닌다. 또 다른 작품에서는 거추장스러운 귀를 떼어내고 홀가분해진 인물이 있는가 하면, 자신이 왔던 장소인 거대한 귀를 바라보면서 자신의 정체에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보이는 작품도 있다.
귀에 관한 이야기는 잠시 후에 하기로 하고 잠자리이야기를 잠시 해보자. 그녀의 날개 뜯긴 잠자리는 세월이라는 다락방에 꽁꽁 숨겨둔 나의 어린 시절을 불러냈다. 아마도 나는 서인경의 잠자리에서 당시의 잔인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고 섬찟했을 지도 모른다.
일본신화에는 진무천황(神武天皇)이 모기에게 물렸는데 잠자리가 그 모기를 잡아먹었다고 해서 일본에서 잠자리는 용기(勇氣)를 상징하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지만, 서양에서는 사정이 좀 다르다. “악마의 말(馬)”이라고도 불리고, Devil’s darning needle (악마의 바늘) 또는 ear cutter 라고도 부른다. Ear cutter 라니 우연치고는 재미있다. 그럼 서인경의 그림에서 귀를 잘라낸 것이 잠자리란 말인가? 이 우연을 한 발 더 나가 보겠다. 잠자리의 유충 님프(nymph)는 물에서 유충으로 지내다가 날개를 달고 하늘로 비상하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을 게다. 그럼 저 피안(彼岸)의 바닷가에서 귀를 떼어버리고 고민하던 인물의 정체가 드러난다. 마침내 이 요정은 날개를 달고 잠자리로 변신해서 침침한 도시 위를 날아다닌다. 그리고 스스로의 펄럭임에 지쳐서 헤어진 것인지, 아니면 저 암담한 도시생활에 싫증난 누군가의 장난에 찢겨진 것인지 모를 날개를 여전히 펄럭이면서 관조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있다. 나는 그녀의 nymph가 한 순간의 꿈에서 깨어나면 일본 신화에서 상징하는 것처럼 용기를 가지고 다시 제대로 된 날개를 달고 날아다니면 좋겠다. 아니면 이 잠자리의 불행이 그저 귀 안에서 잠들어 있는 요정이 품은 꿈이라면 더 좋겠다. 세상은 요정이 날아다니기엔 너무나 험난하기에...
작가노트
아름다움의 최상위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는 잔혹성, 가혹함, 비극 속에서 한 가닥 희망이라는 실마리를 보았을 때 숭고의 순간을 맛 보게 됩니다. 수도-롱기누스(Pseudo-Longinos), 칸트(Immanuel Kant), 쉴러(Friedrich von Schiller), 셸링(Friedrich W.J.Schelling) 등 숭고를 이야기 했던 이들의 언급 속에서 내가 숭고를 현대적으로 명료하게 정의해 본다면 "헐!!! …………, 헉!" 입니다.
그것은 커다란 충격, 감각의 소용돌이, 몰입, 공포,잔인성, 가혹함… 그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반전 그것이 “숭고”가 아닐까요?
반전이라는 임팩트(impact)는 의미론적이나 결과론적으로 숭고에 있어서 하나의 요소인 것 같습니다. 감정을 뒤흔드는 낭만주의와 희망적인 반전의 메시지가 혼합된 숭고.
저는 미의 최상위에 "숭고" 를 두고 싶습니다.
미에는 누구나 쉽게 공감하는 객관적인 미가 있고 , 소수의 특별한 미감으로만 느낄수 있는 극히 주관적인 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비록 겉은 아름답진 안지만 심연의 아름다움이 있는 숭고가 있을 것입니다.
미의 관점에서 숭고는 미의 범주 안에 들어가기에는 버거운 개념인 것 같습니다.
숭고의 개념을 품기에 미는 상대적으로 너무 얄팍하고 가벼운듯합니다.
그러하기에 저는 미의 최상위에 숭고를 두고자 하는 것입니다.
숭고를 형상화하는 것은 참으로 힘든 작업인 것 같습니다만...
제가 해석하는 숭고는 슬픈 아름다움입니다.
저는 나약하고 자그마한 잠자리 날개를 이미지로 숭고를 표현하였습니다. 날개가 모두 부서지고 찢겨진 잠자리……몸뚱이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잠자리를 보고 있다가 떠오르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을 보고 있노라면 신의 가혹함을 느끼게 되더군요. 하지만 당당히 자신이 품은 의지대로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저는 그런 분들 앞에서 많이 부끄러워 졌습니다. 너무 작은 일에 좌절하고 작은 일에 화를 내고 작은 일에 포기해버렸던 지난 일들이 떠오릅니다. 세상 속에서 힘겹게 자신의 상황을 이겨내는 ….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지게 살아가는 분들을 위해... 좌절과 역경을 헤쳐나가는 분들을 위하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번 전시를 준비하였습니다.
식상한 “그래서” 가 아니라.. 드라마틱한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위하여...
서 인 경 SEO IN KYUNG 徐 仁 敬
2011. 8. 25 성신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판화과 전공 졸업
2004- 2005 University of Iowa (some of- studio Art class ) 이수
1993. 8. 28 이화여자대학교 디자인대학원 의상디자인전공 졸업
개인전
2014.5.28- 6.2 6th solo Exhibition, Insa artcenter 6F 제 6전시장
2012. 5.9-14 5th solo Exhibition, Insa artcenter 3F 제1특별전시관
2010. 8.19-24 4th solo Exhibition ,winged전 ,gallery boda
2010. 5.19-24 3 rd solo Exhibition, Insa artcenter 3F 제1특별전시관
2003. 6.18-23 2 nd solo Exhibition, NOAM Gallery
1998. 11.16-21 1 st solo Exhibition ,이화여자대학교 미술관
그룹전
2013 11.27- 12.3 31번째 성신 판화회전 - 39번지의 선물, 갤러리 시작
2013.10.1 – 10.6 대한민국 선정작가전 ,미술과 비평후원, @ 서울 시립 경복궁 미술관
2012 10.10- 10.16 성신 판화 30주년 기념전- 팔레드 서울 전관
2012 8.29 – 9. 11 시전지와 문자향전 – 나무화랑
2009, 2010, 2011,2013 ADOGI Miniprint International Of CADAQU’ES – Spain
2010 The 28th 성신판화 ‘Eco-Together’ 라메르 갤러리
2010 June. 9 – August. 28 9th Lessedra World Art Print Annual 2010 – Bulgaria
2009 김내현Gallery “신 능화전” 경기문화재단 후원
수상
2011 입선 Space 16th Internatioal print biennale
2010 비주얼아트 센터 boda 전시지원 공모사업 선정작가
2009 입선 seoul metro Art contest
2008 특선 (서양화부문) seoul metro Art contest
2007,2008 입선 한국현대판화협회 컨테스트
2007 특선 , 입선 행주대전 판화부문
패션 디자인 부문
1996. 1997 우수상 무주.전주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 공식 유니폼디자인 컨테스트
1994 장려상 신원 에벤에셀 디자인컨테스트
1993. 8. 28 이화여자대학교 디자인대학원 의상디자인전공 졸업
1993 특별상 대전 엑스포 ’93 전기에너지관 유니폼디자인컨테스트
1992 특별상 대전 엑스포 93’ 유니폼 패션디자인 컨테스트
1991 금상 제 22회 중앙디자인 컨테스트
1991 efad fashion Illustration – Hurr’s Gallery
1990 efad fashion Illustration – Hurr’s Gallery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고양지부)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