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14-05-29 ~ 2014-06-07
무료
02-514-1132
유한숙 개인전: 그래 넌 성공하겠다
김 윤 영
유한숙 작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포스터를 닮은 작품들을 제작한다. 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은 그려보았던, 5색 이하를 사용해 명료한 인상을 주어야 한다고 배웠고 글씨를 반듯하게 칠하느라 늘 조심스러웠던 포스터. 그 반가움 때문인지 포스터도 작품이 된다는 게 신기해서인지 유한숙의 그림은 흥미롭다. 작가가 대학원을 진학하면서부터 그리기 시작한 이 작품들은 ‘말’에서 시작되었다. 작가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들었던 또는 미처 내뱉지 못해서 자꾸 마음 속을 맴 도는 말을 적어 리스트를 만들고, 그 중에 마음에 드는 문구를 골라 작품의 제목으로 삼았다. 그리고는 스스로 안 된다고 정해놓았던 것들을 과감하게 시도했다. 캔버스를 일기장 삼아 글씨를 쓰고 만화를 그렸다.
<그래 넌 성공하겠다>는 누구를 향한 말일까? 거울 속 자신을 향한 응원일까, 친구에 대한 질투일까, 아니면 누군가에 대한 비아냥일까. 그림 속 여성들은 화면 밖을 향해있지만 그들의 눈빛은 묘하게 생기가 없다. 슬퍼서 엉엉 우는 모습도 즐거워 크게 웃는 것도 아니다. 알 듯 말 듯 무표정에 가까운 얼굴로 우리를 응시한다. 그 응시는 작품을 이루는 텍스트를 그들이 하는 말처럼 만든다. 차갑고 세련된 광고처럼 사진 이미지와 문구를 병치했던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의 작품과는 다른 매력이다. 직접적이고 공격적이기보단 소극적인 독백처럼 다가온다. 누군가의 혹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한,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불안과 좌절, 갈망과 욕망들이 하소연처럼 떠다니는 문구가 되어 우리에게 와 부딪힌다. <시집이나 갈까>, <커피숍 차릴 거야>, <어차피 너희는 나한테 관심도 없잖아>와 같은 작품에서는 한탄 어린 푸념과 부러움, 관심과 위로를 받고 싶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현실에 대한 서운함과 원망 같은 것들이 묻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해지지 않으려,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나는 친구가 많아>라며 애써 괜찮은 척하지만 흐르는 눈물까지 숨기진 못한다.
현실 앞에 초라하고 힘이 없는 자신의 모습에 허망함을 느끼며, 꿈을 향해 노력했던 것들을 하나씩 포기하고 현실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어른이 되어야 할지를 고민하는 그들의 모습은 요즘 흔한 말로 ‘웃픈’ 현실, 그저 웃어넘기기엔 씁쓸하고 슬픈, 그렇다고 주저앉아 울 수만은 없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자화상이다. 유한숙 작가는 이를 진지하지만 심각하지 않게, 유머러스한 텍스트와 이미지를 병치한 작품으로 승화시키며 "나만 좌절하고 불안한 건 아니잖아요?”라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동의를 구하고 있다.
유한숙 작가 프로필
작가 유한숙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일기처럼 사소한 이야기를 포스터 형식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2012년 조선화랑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2013년 성북 예술창작센터의 지원으로 갤러리 맺음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선보였다.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2012), Break Through!(2012), 공장미술제(2014) 등의 그룹전에 참여하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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