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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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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헌은 사진이 단지 이미지를 만드는 하나의 도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진 속에 경험상으로 익히 아는 무엇이 있으면 어떻고 없으면 또 어떠냐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미지는 흥미롭고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있다. 그 지점에서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했으니 그의 의도는 절반의 성공이다. 

   

이미지는 두 개의 흥미로운 요소로 이루어 졌다. 먼저 언급하고 싶은 것은 단순한 조형적 요소다. 선, 그리고 사각형이나 원이 반복해서 변주되어 나타난다. 마치 둥근 알 속에 다양한 생명체가 들어 있듯이, 그가 창조한 기본적 조형 질서 속에는 우주나 그 무엇의 씨앗 같은 원형질이 들어 있는 것 같다. 마치 부화 되지 않아서 그 형체가 모호한 세계 같다. 바깥과 안의 세계를 구분해 주는 것이 세잔이 발견한 조형적 질서인 셈이다. 어떤 작품은 겉껍질을, 또 다른 것은 껍질 속의 미분화된 세계를 드러내 보여 주기도 한다. 그러나 단순한 형태의 겉껍질도 그렇고 아직 껍질 속에 질서와 생명을 꿈꾸는 세계도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못하다. 이제까지의 사진은 모호함과 상상력에 인색했기 때문이다.

   

                                                                                      최건수(사진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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