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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권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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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설화
고권(Ko Kwon) 
7. 30(수) - 9. 11(목)



개인의 설화(說話)는 기억으로 만들어진다.
김남은 | 신한갤러리 큐레이터

성장기의 보편적인 경험으로써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유년의 기억은 과거의 어느 한 시절을 생생하게 불러내어 무수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직물처럼 촘촘히 짜인 기억이 이야기로 전환되는 것은 인간이 언어를 지녔기 때문이다. 기억은 언어 안에서, 오로지 이야기의 움직임 안에서 존재하며 화가는 이를 그림으로 표현한다. 롤랑 바르트 (Roland Barthes, 1915-1980)의 말대로 “그림이 그 자체로서 하나의 일반적인 기호”라면 이미지는 타자와의 소통 수단으로 작용할 때 큰 의미를 지닌다. 결국 화가는 이미지라는 언어를 통해 우리에게 말을 건네면서 그 의미를 실현한다.
화가 고권은 《개인의 설화》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 이야기란 유년기에 경험하게 되는 지극히 사적이고 내밀한 것들이다. 작품의 근원이 되는 이야기는 대부분 어린 시절에서 비롯되는데, 이는 그의 작업을 구성하는 결정적인 요소 중에 하나이다. 성장기는 개인의 온전한 모습이 남아있는 시기이지만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 놓이는 모호한 시기이며,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십대 시절에 받았던 충격으로 인생의 절반을 살아간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처럼 성장기에 응축된 사고와 감수성은 개인의 삶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를 입증하듯 고권의 그림은 예민한 감정들이 뒤엉켜 있던 자신의 과거를 반추하며, 솔직한 개인사가 투영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이것은 결코 비밀스러운 기억이 없고 서는 만들어질 수 없는 설화이다.

나비, 60x52cm, 장지에 아크릴릭, 2014

바람 센 날, 194x130cm, 장지에 먹 채색, 2014

 
고권의 작업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한 요소는 ‘제주도’라는 공간이다. 자신이 나고 자란 제주의 풍물과 무속에 대한 관심은 그의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다. 그는 제주도의 빼어난 자연경관과 신비로운 생태를 줄곧 보고 자랐다. 그의 작품에서 제주의 자연유산은 물론 바다 생물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것은 아마도 이러한 영향 때문일 것이다. 한편 섬이라는 지역적 한계는 그가 성장할수록 이방인의 느낌을 주곤 했는데, 그의 작품에서는 미성숙한 존재인 한 소년이 이를 대신한다. 이 소년에게는 독특한 생물들이 항상 함께하면서 작가의 또 다른 분신처럼 존재한다. 개중에는 에스키모 소년과 열대지방의 파충류처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 요소가 공존하기도 한다. 하지만 제주도는 한 겨울에도 야자수를 볼 수 있는 바로 그런 곳이 아니던가! 이 같은 생경한 풍경과 이질적인 요소들은 제주의 지역적 특성임과 동시에 작가가 상상해 온 파편의 결과물들이다. 결국 제주도는 작가의 태생을 결정하고 환경적인 영향을 준 물리적인 공간이면서 그가 바라는 상상의 유희로 완성된 환영적인 공간이기도 한 것이다. 《개인의 설화》는 이러한 요소들이 누적되어 서서히 완성된 그림들이다.


별이 되고싶은 소망, 162x112cm, 장지에 먹 채색, 2014


인간이란 무릇 유년기의 원초적 감각을 좇는 존재들이다. 《개인의 설화》는 바로 이러한 명제를 바탕으로 완성된 작품들이다. 고권이 좇은 감각적인 기호들 사이에는 과거와 현재가 나란히 녹아있다. 과거에 대한 기억의 유기적인 한 부분으로서 현재가 존재하기 때문에 과거의 기억이 없다면 현재 또한 없다. 과거를 기억한다는 것은 ‘나’를 확인하는 작업이고, 부재하는 ‘나’를 재구성하는 존재화 작업이다. 과거는 이 점에서 절대적인 의미를 지닌다. 
고권에게 있어 과거의 기억이란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는 실존의 문제이다. 《개인의 설화》를 통해 그가 보여준 과거의 의미화 작업은 현재의 순간순간이 소중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삶은 그만큼 충만하고 치열하게 살아갈 가치가 있다. 그 가치를 이야기하기 위해 살고, 또 기억하는 것이다.


“삶은 한 사람이 살았던 것 그 자체가 아니라, 현재 그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며, 
그 삶을 이야기하기 위해 어떻게 기억하느냐 하는 것이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ia Marquez, 1927-2014) 


좋은날, 162x130cm, 장지에 먹 채색, 2014

손님, 74x41cm, 장지에 먹 채색, 2014



작가노트

나는 말하기 힘든 내 개인사가 설화처럼 느껴진다. 
선명하고 때론 흐릿하며 신기하고 수치스러우며 음험하고 아름답다. 
설화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는 내 개인적 이야기를 설화로 한올한올 때론 거칠게 듬성듬성 짜내고 있다. 
어쩌겠는가…… 계속 피어 오르는 개인의 설화를.


작가소개

고권 | 1980, 제주 생
www.kokwon.com/  kuens80@naver.com

개인전
2014  개인의 설화, 신한갤러리, 서울 
2013  커가는 섬, 갤러리 그리다, 서울 
2012  나는 섬이에요, 연갤러리, 제주
2011  RETURNS, 화봉갤러리, 서울
2009  빛나던 날들, 문화일보 갤러리, 서울
2008  경계인-여행자 되기, 신한갤러리, 서울
2008 사막의 집, 갤러리 헛, 서울

수상
2012  제주문화예술재단 작가지원 
2008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진작가지원 

소장
제주현대미술관, 제주도립미술관, 서귀포기당미술관



성산관일(城山觀日), 194x130cm, 장지에 먹 채색, 2014



여신, 194x130cm, 장지에 먹 채색,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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