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ected EDITION’展은 해외 유명작가들의 오리지널 에디션 작품을 모은 전시입니다. 작가나 미술시장이 정한 원칙에 따라 한정된 수만큼 작품을 만드는 것을 현대미술은 ‘에디션 미술(edition art)’라고 합니다. 대표적 장르 판화를 포함해 사진이나 조각, 영상매체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현대미술 장르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미술품의 시장가치를 논할 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고유성(Uniqueness)은 가장 핵심적인 기준입니다. 이에 기반하여 작품의 가치가 부여됩니다. 에디션 작품은 예술품의 이런 원본성(原本性)에 복수성(複數性)을 더해 만들어집니다. 작가의 고유한 작품 형식과 특성을 그대로 담고 있으면서도 ‘대중성’을 함께 획득하고 있습니다. 각 작품에 고유하게 매겨진 ‘번호’는 복수로 존재하는 작품을 일반 복제품(reproduction)과 차별화 해주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작가의 예술성과 미술품의 고유성(Uniqueness)을 하나의 물건에 집중하면 희귀성에 따른 높은 가격이 부여됩니다. 여러 사람이 공감하고 마음에 드는 작품일수록 쉽게 소장하기 어려운 역설도 있습니다. 에디션 예술이 가지는 장점은 미술품의 가치를 분산함으로써 공성성과 가격의 대중성을 얻은 데 있습니다. 예술의 가치를 공유하려는 실용성의 측면에서 발명된 것입니다. 그러나 발전과 분화, 확장과정에서 장르, 매체, 기법상의 고유함을 만들어냄으로써 예술적 독자성을 얻어냈습니다. 여타 미술 장르에서 얻을 수 없는 조형적 특성과 성과,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17인의 작품 90여점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비엔나 행동주의’의 대표작가 헤르만 니치의 16점 석판화 세트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포트폴리오 작품입니다. 1985부터 약 10년에 걸쳐 제작된 것으로 신성한 행위가 이루어지는 비밀스러운 공간들을 담고 있습니다. 헤르만 니치는 일련의 잔혹한 퍼포먼스 과정을 통해 기독교의 원죄의식과 정신분석학적 카타르시스를 일깨워주는 작가입니다. 개념미술작가 솔 르윗의 작품은 화려한 색감으로 이루어진 역동적인 선 드로잉작업으로, 그의 특유한 벽화(Wall drawing)을 연상케 하는 비교적 큰 규모의 에디션 작업입니다. 색의 미묘한 변화, 형태의 다양성, 원근법 등을 이용한 옵아트(Op art)를 추구한 여성작가 브리짓 라일리의 작업은 개념에 근거한 추상미술과 차별화되는 시각적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일본출신의 세계적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Women>, <Flying Eyes in the Sky>는 2006년 한국판화사진진흥협회에서 특별 제작했습니다. 그의 일반적인 에디션 작품과 차별화된 색다른 형식을 보여줍니다. 이외에도 독일 출신의 여성조각가 키키 스미스, 영국 현대미술의 선두주자 데미안 허스트 등 다양한 작가의 다양한 기법의 에디션 작업이 선보입니다. 프랑스 페로텡갤러리에서 제작한 스페셜 에디션은 최근 현대미술의 스타로 떠오른 작가들의 작품으로 특별한 주목을 끌 것입니다.

‘Selected EDITION’展이 에디션 아트에 대한 폭 넓은 이해와 현대미술의 다양한 조형적 성과를 즐기는 자리가 되며, 미술품 소장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도 좋은 기회가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