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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필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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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소개>

최필규 예술 표현 모티브로의 ‘종이’작업

캔버스 위에 가닥가닥 잘려진 종이 조각들이 반복적인 형태로 일정 방향 늘어져 있다. 구겨지거나 찢어진 흔(痕)을 지닌 채 캔버스의 표면 위를 타고 길게 드리워져 흩날린다. 마치 종이 가닥들이 바람에 부대껴 떨리는 울림마저 들릴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종이를 재현한 최필규의 작품은 하나의 ‘풍경’ 처럼 읽혀진다. 그는 실재하지 않는 형상을 실재하는 것 이상으로 표현해냈다. 종이를 붙인 건지, 그려낸 건지 단번에 알아차리기 어려워 관자로부터 실재와 비실재 사이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이는 작가가 형상화한 이미지로부터 불러일으켜진 환상 혹은 착각이 한 화면 안에서 버무려져 하나의 풍경으로 남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최필규의 작업은 종이 그 자체를 표현한다기보다 종이가 가진 고유의 물성을 표현하고 나아가 시각적, 지각적 유희를 끝없이 탐구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표현’ 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작가로서, 예술가로서의 고유한 특권 일게다. 단순히 자신의 생각, 혹은 사상을 막연하게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대상을 예술적으로 표현해내고자 하는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최필규 또한 작가로서 표현과 창작에 대한 욕구들을 표출하기 위해 평면과 입체, 설치 등의 매체를 통해 종이가 가진 물성을 형상화하는 작업들을 선보여 왔다.

그의 작업은 종이의 물성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연구에서 비롯된 것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에서 종이가 종이로써 그 가치를 환기시키고 완벽한 표현의 주체가 되도록 심혈을 기울인 노력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종이가 작가 최필규에게 있어 자신의 생을 지배할 만큼의 가치를 지닌 예술적 모티브가 되는 유일무이한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어린 시절 봤던 성줏대의 나부끼는 하얀 종이가닥에 대한 환희가 작가의 눈과 기억에서 오만가지 감정의 부침으로 뒤섞여 반평생 작업화 되었다. 그렇게 자신의 어릴 적 기억으로부터 상기시킬 수 있는 종이에 대한 아련한 시각적, 지각적 기억들이 작가로서의 창작 욕구를 지배했고 그의 예술 인생에 완벽한 모티브가 되어 온 것이다. 그는 그동안 종이를 온전히 종이로써 존재화하면서 그것을 미적가치화 시켰고 자신이 가진 고유한 관념의 세계를 쌓아 올려왔다. 그렇게 종이 그 자체를 창조적 영감의 원천이자 정복해야 할 환희의 대상으로 표출시키고자 작업을 이어 왔다.

작가의 작업들을 살펴보면 그가 종이를 조형화시키는 방식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하나는 실제 종이를 사용해 종이 자체를 재현한 작품, 그리고 다른 하나는 종이를 또 다른 종이 위에 그대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최필규는 그간 종이의 물성을 통해 수많은 변주를 거듭하면서 종이로부터 표현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표출해왔다.종이를 찢고, 구기고, 붙이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 그의 작품들은 종이를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어 내던 유년기의 즐거운 놀이 또는 카타르시스로 인식되며 오롯이 작업으로까지 전이시키기도 했다.

최필규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지금까지 해온 작업들을 총망라하며 좀 더 새로운 표현에 대한 욕구를 분출 하고자 한다.어쩌면 이번 전시가 작가에게 이전 작업에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작업에 중요한 과도기적 전시가 되지 않을까. 종이의 작은 구김과 주름의 표현으로 자신의 고유한 관념들을 만들어 나가던 다소 잔잔하던 이전 작업들에 비해, 최근작들은 그 표현이 매우 과감하다.
기존의 작업에서 보여지던 시각적 일루전을 바탕으로 하지만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종이의 구김과 찢김이 좀 더 거칠게 나타난다.오브제와 캔버스를 적극 활용하여 작품에 개입시키고 ‘종이가 아닌 종이’를 표현하고자 했다. 적극적으로 매체들을 활용하여 작품의 진취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형식실험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오는 충돌로부터 시도하고자 하는 다음 작업들에 대한 고민들이 엿보인다. 작가는 그렇게 앞으로 일구어야 할 새로운 표현 욕구의 지대 앞에서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창작에 대한 의욕을 드러낸다.

지나 온 만큼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금 예술가로서의 표현적 욕구를 직시하고 종이를 예술 표현의 완벽한 모티브로써 새롭게 실험해 나갈 작가 최필규의 다음 작업들을 기대해본다.


수원시미술전시관 큐레이터 김상미



<작가 프로필>

최필규(崔弼圭)

중앙대(서라벌예술대학), 홍익대 교육대학원
2014 12회 개인전 (갤러리 일호:서울)
2014 초대개인전 (Gallery Western:LA)
2014 White Spectrum 기획초대전 (수원미술관)
2014 양평의 봄 기획초대전 (양평군립미술관)
제 6,7,8,회 Indepandent전 (국립현대미술관:서울)
제 2회 중앙미술대상전 (중앙일보사 주최:서울)
제 6회 경인일보사 초대작가전 (문화회관:인천)
홍익 M.A.E전 (서울갤러리, 롯데미술관, 현대미술관:서울)
한국미술 80년대 정황전 (동숭아트센터:서울)
경기지역 중견작가초대전 (문화예술회관:수원)
D.M.Z전 (서울시립미술관:서울)
한중일 국제 교감 미술제 (수도사범대학:북경)
현대미술 스페인전 (마드리드:스페인)
국제아트페스티발 “동방의 등불展” (뉴델리:인도)
뒤셀도르프 현대미술 초대전 (독일)
한국, 필리핀 멀티그룹쇼 (필리핀)
한국-터키 현대미술교류전 (미마르시난대학교:터키)
코리아아트페스티발 (세종문화회관미술관)

현재: 수원여자대학 아동미술과 교수
한국아동미술학회 고문
경기도미술대전 초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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