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아시아 현대 사진: 왕칭송+정연두>
참여작가: 왕칭송(중국), 정연두(한국)
전시기간: 2014년 9월 20일(토) - 2015년 2월 1일(일) (135일간) (오프닝 2014년 9월 22일, 월)
전시장소: 대구미술관 1전시실, 어미홀(총 약 1,902㎡)
전시구성: 왕칭송 : 사진, 설치 등 16 점 / 정연두 : 사진, 설치 등 총 97점
현대미술에서 아시아는 어떠한 위치에 있는가 혹은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아시아 미술가들이 갖고 있는 중요한 화두 중 하나일 것이다. 대구미술관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지만 서구 문화의 유입으로 전통과 혁신의 조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아시아의 특수한 문화적 상황에 주목하여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왕칭송, 정연두의 작품을 통해 아시아의 사진을 조명하고자 한다. 주로 사진이라는 매체를 사용해 작업하는 왕칭송과 정연두는 단순히 주어진 풍경이나 인물을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감독이 되어 많은 사람들과 협력해 장면이나 풍경을 연출해 촬영하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으며 또한 사회현상이나 인물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해 스케일 있는 작업을 전개해 나간다. 이러한 작업 과정에서의 유사점과는 다르게 이들의 작품은 각각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거나, 평범한 사람들의 현실과 꿈에 주목하여 이들의 꿈을 작품 안에서 현실화 시키는 등 상이한 특징을 갖고 있는데, 대구미술관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이들 두 작가가 자신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법에 초점을 맞춰 아시아 작가, 나아가 아시아 미술이 세계를 투영하는 방법을 제시하려고 한다.
왕칭송(Wang Qingsong, 1966~)은 중국의 사회개방 이후 자본주의와 서구문화 유입으로 변화를 겪고 있는 중국 사회를 냉철한 시선으로 고발하며 화려한 문화 속에 가려진 사회의 어두운 부분이나 현실에 감춰진 진실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왕칭송의 국내 첫 개인전으로서『Requesting Buddha Series No.1』(1999)과 같이 작가 자신의 모습을 디지털로 합성해 작업한 초기 사진부터 2000년 이후 인간 군상을 등장시켜 중국의 소비주의와 극단적인 자본주의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며 소비사회의 근원과 인간의 깊은 내면을 표현한 작품들 그리고 최근작인『One Dream, One World』등 총 16점이 전시되어 그의 작품세계 전반을 살펴볼 수 있다.
왕칭송이 작품을 통해 발언하는 중국은 경제, 사회 발전이라는 미명아래 고통 받거나 진실을 외면하는 인간 군상의 집합이다. 베이징으로 이주한 노동자들의 삶의 현실을 담은 『Dream of Migrants』(2005), 오로지 사회적 성공만을 위해서만 공부하며 모습을 표현한 『Follow You』(2013), 『Follow Him』(2010)등 그는 일상적인 모습을 작품의 소재로 삼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제작했다. 왕칭송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모순적 삶의 태도나 중국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논쟁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기 위해 많은 인원을 동원해 마치 연극무대처럼 과장된 상황과 극적 요소들로 하나의 장면을 연출하고 이를 촬영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형 사이즈의 용과 수 백 개의 풍선, 다양한 일상용품으로 구성된 설치 작품『Farting』을 제작해 상황을 연출하고 촬영하는 작가의 작업 과정을 관람자가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어미홀의 높이 7미터의 가벽에 설치된 『Soriasis』는 그의 사진 작품『Competition』(2004)의 연장선으로 중국 전역에서 볼 수 있는 광고의 홍수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각종 상품 광고로 뒤덮힌 베이징의 풍경은 마치 간지럽고 몸에 붙어있어 불편함을 유발하는 피부병처럼 도시의 미관을 해치고 있는데, 이 작품은 상품을 판매하고 이익을 얻기 위한 것에만 집중하는 중국 사회의 현실과 그 속에서 소외되는 인간의 모습을 담았다.
왕칭송의 차별화된 작품제작 방법과 작품에 담겨있는 특유의 풍자적 비판과 유머는 중국의 현실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그의 작품은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의 모습과 닮아있어 공감하게 된다. 사진이라는 다분히 객관적인 성격의 매체를 사용하여 눈에 보이지만 망각하는 것들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담은 그의 작품은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고 아시아의 대표적인 사진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정연두(Yeondoo Jung, 1969~)는 평범한 사람들의 현실과 꿈에 주목하여 이들의 꿈을 작품 안에서 현실화 시키는 작품으로 주목 받았다. 그는 실재와 가상의 경계, 허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사진뿐만 아니라 영상이나 공연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키며 동시대의 한국 작가 중 독보적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울의 한 아파트에 사는 서른 두 가구의 가족사진을 담은 『상록타워』(2001), 아이들의 그림을 사진으로 재현한 『원더랜드』(2005), 꿈과 현실의 경계를 교묘하게 보여준 『로케이션』(2007)과 소박하게 사교댄스를 즐기는 중년 남녀의 모습을 담은 『보라매 댄스홀』(2001) 등 총 97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정연두는 꿈과 현실을 병렬적 구조로 보여주거나 판타지를 이루어가는 현실적인 과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실재와 가상의 경계에서 상이한 두 세계의 연결지점을 만들어내었다. 그의 작품이 일관되게 보여주는 것은 꿈을 현실화하되 그것이 현실이 아니라는 지각아래 현실화한다는 것인데 꿈을 가시적으로 실현시키며 상상이 현실이 되게 하는 유쾌함은 그의 작품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동시에 현실과 꿈의 공존으로 판타지 자체를 깨어버리거나 애매한 지점을 만들기도 하는데, 꿈을 실현시키면서도 환상을 깨뜨리는 이러한 이중성은 꿈과 현실을 병렬적 구조로 보여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판타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시각적 방법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세 가지의 사진 시리즈는 정연두의 작품 전반에 녹아있는 인간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이끌어 낼 것이며 또한 『보라매 댄스홀』은 1전시장의 4개의 방 중 한 곳 전체를 사용해 관람자가 댄스장 특유의 유쾌한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과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당면한 시대와 현실을 풍자적 비판 혹은 따뜻한 위로로 대중과 호흡하는 왕칭송, 정연두 작가의 대표작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아시아의 문화적 특수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함과 동시에 아시아 현대 사진을 넘어 아시아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며 또한 오는9월에 개막하는 <2014 대구 사진 비엔날레>와 함께 국제적인 사진의 흐름을 살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