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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영 : 벼룩서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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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적 ‘극단들’의 성좌,   강민영의 <벼룩 서커스>  

          

글..고윤정


강민영의 작업에 대한 첫 느낌은 야생동물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친숙한 코끼리나 물소, 호랑이 등 나른한 포즈의 동물들은 누가 보아도 아프리카에 가면 그렇게 왠지 이렇게 공존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흑백의 명암이 켜켜이 쌓여 있는 작가의 고된 노동의 현장을 한 꺼풀 한 꺼풀 벗겨보면 이 공간이 실제로 존재하기 어려운 것임을 깨닫게 된다. 원숭이와 실버백 고릴라, 시베리아 호랑이, 새, 고양잇과 동물들, 아프리카 물소 등등의 동물들은 실제로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는 한 장소에 함께 있기가 힘든 동물들인데, 상대적으로 이 공간은 아주 차분하고 조용한 극강의 낙원을 보이기 때문이다.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이렇게 산만하고 이질적인 것들을 ‘극단들’이라고 표현하는데, 이 극단들이 모여서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종합적인 요소들로 적절하게 결합되어 있는 것을 또한 ‘성좌’라고 일컫는다. 여기에서 ‘극단들’이란 서로 양극단을 달리는 반대의 성질이라는 것보다는 하찮고,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는 뜻에 가깝다. 강민영의 작업에서 보이는 동물들이나 나무, 숲 속의 모습들은 우리가 아프리카나 동물을 연상했을 때 흔하게 보이는 요소들이지만, 이 하찮은 극단들이 모여 각각의 요소들이 독자성을 잃지 않고, 서로 특정한 관계 속에서 배열된다. 집단적인 무리들, 혹은 포즈의 연관성에서 오는 동물들이 이루어 내는 실루엣은 성좌처럼 하나 하나 배치되고, 그 자리에서 다른 요소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같은 작업의 결과물은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논의로 확장된다. 단일한 개체들은 하나의 구체적인 상황이나 관계에서 나타나는 사건 속에서 존재하는데, 작품 속에서의 동물들은 본래에는 함께 있지 못하는 것들이 캔버스 안에서 만나 새로운 상황들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각각의 개체들은 다른 동물들이나 숲 속의 요소들을 만남으로써 존재의 의미를 갖게 된다. 이는 매우 ‘공동적’인 현상이며, 상호적으로 얽혀 있고, 관계적인 사건, 상황의 발생, 시, 공간의 차이에 따라 존재의 양상이 다르게 전개된다는 점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살고 있는 삶의 모습을 반영한다. 


작가는 이러한 언제든지 들고 나는 것이 자유로운 것 같은 새로운 ‘야생 공동체’를 ‘벼룩서커스’에 비유하고 싶어 한다. 1930년대 즈음에 유행했다는 벼룩서커스는 벼룩을 훈련시키지는 않았지만, 뛰는 벼룩과 달리는 벼룩을 구분하여 가는 금실을 매달고 마구를 달아 마치 서커스처럼 보이게 하였다고 한다. 벼룩서커스는 뛰어다니는 벼룩의 에너지와 화려한 서커스 기구들이 만나 예기치 않은 놀라움과 폭발력있는 기술들을 선보이게 되는데, 강민영 작업들 속의 야생적 ‘극단들’은 공존할 수 없는 요소들이 만나 잠재되어 있는 무언가를 표현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아프리카의 풍경이나 야생동물들의 모습을 막연히 ‘낙원’이나 ‘유토피아’라고 생각했던 것을 넘어 공동체로서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가끔씩 강민영 작업에 등장하는 인간은 동물 사회에 군림하는 모습이 아니라, 벌거벗은 채 인간적인 특징을 없애고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힘없이 표현된 인간의 모습은 잘 이루어진 공동체의 모습을 절대로 방해해서는 안 되는 ‘하찮은 극단들’에 불과한 것이다. 


강민영은 그동안의 전시에서 ‘낙원’의 이미지를 주로 보여주었다. 이번 갤러리 KOO의 <벼룩서커스>전은 강민영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낙원’이 절대로 도달할 수 없거나 현실과 절단된 곳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삶 속에서 부딪치는 여러 불안정한 상황들 속에서 나름의 조화에 다다르기 위한 과정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는 절대적인 합의로만 공동체를 유지하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 갈등의 상황이 노출이 되고, 이를 맞추어 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 


      (참고: 강수미, <아이시테시스, 발터 벤야민과 사유하는 미학>, 글항아리, 2011)


강민영 작가 소개


학력


2009 동국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서양화 전공 졸업

2006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서양화 전공 졸업. 


개인전


2014 <벼룩서커스>, 갤러리 KOO 

2009 <낙원으로의 단기 여행>, 갤러리 VIOL

2007 <달콤한 포효>, 갤러리 DOS 기획공모 선정


단체전

2014 <공간을 점령하라>, 갤러리정미소

2012 <미술관사파리II>, 예술의전당V갤러리

2011 <앞집화가, 뒷집화가>, 난지갤러리


레지던시

2011 난지 스튜디오 5기 입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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