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14-10-15 ~ 2014-10-21
무료
02.733.1045
현대 도시인의 불안한 일상이미지
- 유리와 빛이 빚어내는 시각적 엔트로피 -
이 봉 순 (조형예술학 박사, 미술이론)
김형종의 작업은 현대 도시인의 일상이미지를 통하여 실재와 허구의 문제를 야기시키는 유리조형예술가이다. 그는 집요하면서도 은밀하게 현대 도시인의 삶을 관망한다. 그러나 그 자신의 삶의 터전이기도 한 도시 속에 그는 없다. 마치 여행자처럼 밖에서 바라볼 뿐이다.
판유리를 접합한 두꺼운 매쓰의 유리에서 'water Jet cutter’ 기법으로 잘라낸 그의 다양한 인물상들은 원판의 패여진 자리와 약간의 간격을 두고 배치된다. 이러한 배치는 유리와 빛이 만들어 내는 시각적 엔트로피를 창출한다. 네거티브와 포지티브의 인물과 인물의 만남이 되며, 때로는 머리 두상, 한 남자의 웅크리고 앉아있는 모습이다. 다른 한편, 보다 얇은 두께의 판유리 작업은 벽에 부착되는데, 이 또한 벽과 유리판은 약간의 간격을 지닌다. 벽면에 배치된 작품들에는 남과 여의 모습, 아이와 두 어른이 있는 가족의 초상 등, 두꺼운 매쓰를 지닌 작업보다 좀 더 복잡하고 다양한 일상이미지가 전개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유리의 물성을 이용한 실루엣 이미지를 통해서 우리에게 주어진 도시 환경이라고 하는 ‘실존의 세계’에서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그들’의 논리를 전개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이데거에 있어서 세계는 언어의 그물망이며, 해석의 그물망이다. 모든 세계는 이미 그 나름대로 해석되어 있다. 이 해석은 일상성의 방식으로 전개되며 이러한 일상의 해석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그들(사람들)'이다. 그는 이 실존에 두 가지 의미를 부여하는데, 하나는 ‘존재해야 한다’는 ‘존재이행’이고 다른 하나는 각자 자기의 존재를 존재해야 한다는 ‘각자성’이다. 인간의 각자 자기의 존재를 떠맡아서 존재해야 하는데, 하이데거는 이를 ‘실존’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각자 자기의 존재를 존재하는 것이 바로 ‘실존의 세계’이다. 이미 우리는 ‘거기에’, 즉 ‘세계’에 있는데, 이 세계는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져 있는 세계이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세계를 지배하는 삶의 논리는 사실 ‘그들’의 논리이고, ‘그들’에 의해 해석되어 있음이며, ‘그들’의 언어이다.(이기상,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살림출판사, 2006, p. 256- 292 참조) 김형종의 작업에서 보여지는 일상 이미지들 역시 ‘그들’로 드러난 일상이미지라고 해석하여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모습은 일상성의 방식으로 존재하지만 구체적 현실이나 표정이 없는 총체적 이미지로서의 실루엣일 뿐이다.
김형종은 프랑스 유학 중에 유리를 다루면서 그의 투명함과 화려함에 매료되었다. 유리를 사용한 그의 초기작업시기라 할 수 있는 1995년경의 작업은 당시의 작업은 천연 광물성의 원석을 다듬는 것과 같은 엔트로피 현상을 볼 수 있다. 이 작업은 왁스를 녹여서 만들어 놓은 틀에 붓고 일정한 방향으로 찬물을 부을 때 만들어지는 형태로부터 시작된다. 이 작업과정에서 찬물과 뜨거운 왁스의 결합은 엔트로피 현상을 수반한 우연한 효과를 만들어 내게 된다. 그는 만족할 만한 조형성을 획득할 때 까지 이러한 현상 실험을 여러 번 반복한다. 이 때 얻어낸 형태를 틀을 뜬 다음 유리로 전환하여 얻어낸 작업이 그의 초기 유리 작업형태이다. 이 작업은 그에게 외부의 경계와 내적 구조와의 관계에 주목하게 하였으며, 자연의 ‘순환’ 원리와 유리의 물성에 대한 경험을 제공하였다. 따라서 이 자연 본질과 유리의 물성에 대한 경험은 대학시절에 다룬 갖가지 재료들과 더불어 그의 조형세계의 본질이자 근간을 이룬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서 유리는 그가 금속공예를 전공하던 대학시절에 사용하던 금속이나 돌, 나무와 같은 소재이며, 빛의 유희로 인한 시각적 환영 공간을 연출하는 매체이다.
귀국 후 작업 환경의 어려움과 판유리의 특성을 개입시키면서 그의 작업은 전혀 다른 세계를 지니게 된다. 이 시기의 작업은 다양한 형태를 지니는 실험단계로 보인다. 그러나 이 당시의 작업은 그에게 풍부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였다. 그가 사용한 스테인레스는 광택을 내어 유리가 갖는 빛의 효과를 보유하며, 시각 일루전을 발생시킨다. 덕분에 스테인레스의 거울작용과 유리구슬의 접합은 투영과 장식성을 동시에 획득하지만 저부조와 같은 정면성을 극복하지는 못한다. 빛의 난반사에 의한 시각 일루전은 2006년 한전 아트센터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 작품들에서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그의 작업이 그만의 독창적이고 개념화 된 양식을 지니게 된 것은 이때부터 라고 할 수 있다.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용한 판유리는 그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였다. 그것은 유리면과의 만남, 도시 환경 속에서 발견하는 환영, 우리 도시 일상과 환경에서 발견하는 빛과 건축 표면이었다. 빛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기하형태의 유리건축물에서 굴절되고 반사되며, 우리의 허상을 수 없이 비추면서 변화한다. 몇 년 동안 그는 이러한 빛의 반사와 굴절을 통해 도시인간 존재의 허상을 이미지화 했다. 그의 작품 속에 나타나는 인간 존재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복된 일상 이미지로써 그 자신의 기억 또는 기대하는 미래이기도 하며, 우리 존재의 표현인 것이다.
유리와 여러 매체를 이용한 실루엣 이미지작업에서 우리는, 거울과 빛의 유희를 다각적으로 드러내는 환영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생겨난 이미지는 확립되고 고정된 안정된 이미지 보다는 불안한 변화이미지이다. 이것은 형이상학적인 이중상(二重像)으로써, 판유리가 만들어내는 회화적 평면성과 유리의 물성이 결합하여 만들어 내는 사유의 공간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실재의 대상은 작품 밖에 존재한다.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자>,(1953. 12.29. 켄버스에 유채와 목탄, 129.5x96.5, 피카소 미술관, 파리)나 마르셀 뒤샹의 <튀엠>, (캔버스에 병닦는 솔, 세 개의 안전 핀, 볼트 부착, 유화, 1918, 69.8x313cm, 예일대학교 미술관, 뉴헤이번) 처럼. 이 두 작품에서 우리는 “해석을 하려는 모든 시도들은 직접적 이해를 포기해야만 하고 이차적 이해를 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 형상의 의미와 전혀 관계가 없고, 의미의 결여라는 의미와 관계가 있는 것이다.” (빅토르 I. 스토이치타 지음, 이윤희 옮김,『 그림자의 짧은 역사』, 현실문화연구, 2006, p. 282)
그의 작품의 이미지들, 그러나 실체는 없는 허상들은 실루엣의 겹침이다. 판유리 접합을 통해 얻어낸 매우 두꺼운 유리를 사용하는 까닭에 중량감을 지니게 되지만, 사실적인 삼차원 이미지를 드러내지 않으며 선과 면에 의해 중첩된 시각적 이미지를 보여줄 뿐이다. 단순화된 이러한 시각적 이미지 덕분에 회화적인 효과와 유리의 물성이 지닌 빛의 특성을 동시에 지니게 된다. 유리의 두께에 의한 굵은 선과 유리에 패여진 형상의 부분과 약간의 간격을 지니고 배치된 그 형상의 유리는 다각적인 빛의 움직임을 연출한다. 때문에 그의 판유리 작업은 허상들, 혹은 기억의 그림자처럼 부유하는 이미지를 만든다. 그의 작업에는 실재가 없다. 실재는 항상 작품 이미지 바깥에 존재하게 된다. 그의 작품은 영상 이미지처럼 시뮬라크르 세계에 있다. 때문에 그의 실루엣작업은 빛의 각도에 따라 변화하는 이미지의 다각적인 이미지의 중첩으로 인해 음과 양, 채움과 비움 등 이중적 존재 문제를 야기 시키는 장소가 된다. 기억과 흔적이 지닌 장소성, 투명함과 그림자, 유리의 특성인 빛과 투명함의 시각적 패러독스에 의해 “자연에서의 그림자는 낮의 바로 한 순간에 대응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그림 속에서 그림자는 존재와 생성의 통합을 이루어 낸다.” (빅토르 I. 스토이치타 지음, 이윤희 옮김,『그림자의 짧은 역사』, 현실문화연구, 2006, p. 143) 시각적 이미지, 즉 환영이미지는 김형종에게 있어서 신기루와 같은 화려한 도시 이미지인지도 모른다. 그의 시각적 유희는 유리에 거울효과를 삽입하고, 광택을 낸 스테인레스를 결합시키면서 더욱 극대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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