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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기억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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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기억 Inner Voices
2014.12.18 - 2015.1.18
단원미술관 1관


전시부분
회화, 설치, 영상 등 70여점

참여작가
윤석남, 김주연, 허윤희, 성기완, Kayip, 박혜수, 이혜인, 고등어, 정혜정, 양유연, 한소현

관련행사
전시연계감상프로그램
전시연계워크샵




Inner Voices, 내면의 목소리에 주목하다.

김우임(단원미술관 학예연구사/ 과장)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고통이 존재하는가!
                                        폴 트루니에

마음. 실체를 알 수 없고, 그 정체가 분명하지도 않지만 우리는 그것을 날마다 느끼며 마음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지난 몇 년간 힐링이 화두가 되어 마음을 다루는 책과 강연이 붐을 이루었다는 것은 반대로 세상살이가 더 팍팍해졌음을 반증하는 현상이다. 이처럼 팍팍한 세상에서 2014년 한 해 동안 우리는 유난히 아프고 살을 에듯 힘든 시간을 보냈다. 아픔 속에서 우리는 신속함과 효율성만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했던 사회시스템에서 비롯된 모순과 이로 인해 엄청난 상실을 경험하였다. 특히 안산에서 이 아픔은 당사자의 일이었고, 아픔에 대해 말할 수도 없을 만큼 아픈 시간을 보냈다.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가는 시점에서 안산에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마음을 조심스럽게 꺼내보고 현대미술을 통해 작은 위로와 애도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했다. 전시는 사건을 다루기보다는 안산을 위로하고 작은 목소리로 읊조리며, 귓가에 속삭이듯 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과 경험을 다루고자 하였으며, 무엇보다 작가 본인의 경험에 근거하여 진정성 어린 방식으로 접근한 작업을 위주로 다루었다. 그들의 경험은 이주로 인한 향수, 가족의 상실, 임신과 출산, 어머니와의 기억 등 다양한 경험이지만, 이들 작업의 기저에는 내면적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업들이라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수잔손탁은 <타인의 고통>에서 수많은 미디어에 드라마틱하게 노출되는 재난의 이미지들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감정들이 얼마나 피상적이고 상대적인 가치인지에 대해서 역설하였다. 전쟁과는 또다른 형태의 재난이기에 현재의 상황이 다르게 읽힐 수도 있으나, 이번 전시는 이같은 피상적이고 드라마틱하게 드러나는 현실 묘사에 해당하는 방법이 아닌 다른 방식의 애도와 위로에 대한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현 시점에서 안산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 그리고 가장 필요한 것은 그들의 마음에 귀기울여 보고, 자신을 들여다보고 마음속 생채기들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서 마음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것이라 생각했다. 또한 비단 지역의 상황을 넘어서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보편적으로 느끼게 되는 상실감이라는 감정과 그것이 어떤 형태로든 마음속에 남아 잠재되어있다 어떤 상황에 직면하면 다시 촉발되기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세월호 사건을 기점으로 작가들 역시 이미지 생산에 많은 영향을 받고 또한 이미지 뿐 아니라 의식 기저에 이와 관련된 작업을 풀어내는 작품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어떤 주장도 프로파간다도 또한 바다에 전복된 배나 노란 리본의 이미지들로 뒤덮인 세월호와 관련된 작품이미지들은 수잔 손탁이 말한 데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기 보다는 어떤 프로파간다나 반복적인 주입효과 혹은 충격효과가 더 컸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같은 움직임도 필요하지만, 시스템으로 인해 상처받은 우리의 마음을 돌아볼 기회 역시 절실하다. 나무가 시간이 흐르면 나이테가 새겨지듯, 우리의 마음에도 상처와 상실감으로 인한 나이테와 흔적들이 켜켜이 쌓여간다. 자신이 인식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말이다.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든 결핍의 경험을 가지고 그것은 상실감을 불러일으킨다. 이같은 감정은 마음의 기저에 흐르는 어떤 것이며, 우리의 마음에 결핍과 상실감, 그것을 자가치유하듯이 방어하려는 기제들이 작동하게 된다. 
한편으로 ‘상처’라는 대명제 보다는 ‘상처받기 쉬움’이라는 논제가 현시대에서 가능해 보인다. 출구 없어 보이는 청춘들의 현실과 깨어지기 쉬운 그들의 마음은 양유연의 작품에서 드러난다. 무언가 절망에서 절규하는 듯한 손짓은, 드라마틱한 자극성을 드러내기 보다는 안으로 침잠하며 삭이는 어떤 감정들을 드러낸다. 양유연의 <진심>에서 드러난 손동작과 그의 작업에서 여러번 드러나는 달의 형태는 서정적인 감성과 함께 그속에 감추어진 진실과 어두움속의 작은 희망과 탈출구에 대한 실낱같은 소망을 유추케한다. 깨어지기 쉬운 존재들로써의 마음을 연상케 하는 또 다른 작품은 이혜인의 작업이다. 그녀는 없어지기 쉬운 지역의 풍경들을 찾아다니며 야외속에 들어가 사생하고 사라지기 쉬운 어떤 것들을 기록하고 또 기억하며, 퍼포먼스와 회화, 설치로 풀어내왔다. 작가의 작업 기저에 흐르는 감성은 사라지기 쉽고, 연약해서 깨어지기 쉬운 어떤 풍경이나, 물건, 사람 등에 대한 관심이었다. 이같은 관심은 표현방식에 있어서도 버려지기 쉽고 막 사용되는 재생지를 이용한 작업이었다. 하찮아 보이는 재생지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나무를 생각하고 만든 조각>으로 재탄생시켰으며, 독일에서 스쳐지난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초상화 연구>시리즈를 제작하였다. 이 작업 역시 재생지에 그려진 작업으로 그 설치방식이 바닥에 낮게 깔려있어 매우 수평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한편, 직접 세월호 사건을 애도하는 작업들로 고등어와 박혜수, 한소현의 작업을 들 수 있다. 고등어 작가의 경우 세월호 사건을 목도하며 아이들에 대한 생각과 두려움, 불안과 같은 감정을 다루며, <Nowhere Boy>시리즈를 제작하게 되었다. 그간 성적 에너지와 거식증 등 작가 개인의 사건과 서사를 다루며 작업해왔던 기존 방식과는 달리 연필 드로잉으로 하나의 이야기처럼 12점으로 제작된 드로잉 작품은 쓸쓸하고 외로운 감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내러티브를 풀어낸다. 이 이미지에 개와 소년의 에피소드를 새로운 이야기로 구성하고 이야기에 맞게 작곡된 음악과 사운드를 함께 듣도록 입체적 구성을 시도하였다.
 박혜수는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미쳐 애도할 새도 없이 일상으로 돌아와야 했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낸 <애도의 시간>을 새로이 선보였다. 이 작업은 실제 작가가 경험한 자전적 사건을 바탕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불러올 뿐 아니라, ‘애도의 중요성’을 공감각적으로 나타내고자 한 작업이다. 소중한 존재가 사라지는 일이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덜 심각한 사건이 되어간다는 베르베르의 말처럼 애도하지 않은 채 덮어둔 감정은 덫날 수 있으며, 후유증이 오히려 오래갈 수 있다. 특히 향기 제작자에게 ‘애도’에 대한 향을 의뢰하여 디퓨져와 수증기를 통해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을 위한 향기를 느끼게 하였으며, 아버지의 유품을 함께 설치하여 상실의 아픔과 애도의 공간을 구성하였다. 한소현은 ‘행복’이란 무엇인지를 질문하며 게릴라식의 방법으로 ‘언젠간 행복해 지겠지요’라는 문구를 설치해왔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기 전후 3일간 라디오에 나온 음악을 리서치하고 그 가사들을 편집하여 바닥에 설치하였다. 작가는 여느때와 다를바 없이 흘러나오는 라디오의 음악을 들으며 무너질것같은 마음을 라디오를 통해 송출되는 듯한 경험을 작업으로 풀어냈다.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서 느낀 향수와 일상의 헛헛함을 모티브로 감성적인 목탄드로잉을 보여준 허윤희작가의 작업은 여전히 힘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큰 화면에 새로이 구성된 <별밤>, <뒤돌아보지 말라>는 시적인 감수성을 불러일으키며 작가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자연의 모티브와 사람이 결합되어 아름다운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씨뿌리기>에서는 새로운 희망을 노래하듯 작가는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하는 목탄드로잉을 선보인다. 큰 화면에서 작가의 움직임이 목탄의 흔적으로 드러나며 리드미컬하면서도 어딘가 아련한 감성을 자극한다. 
소금이라는 재료가 가지는 치유와 정화의 의미를 설치로 풀어낸 김주연의 작업은 일본 아오모리에 머물며 시작되었다. 눈 덮인 거대한 산을 보며 그것이 주는 거대함과 함께 그곳 사람들이 대부분 산을 신으로 섬기며 신앙을 가진다는 사실을 모티브로 치유와 정화의 의미를 지닌 소금에 촉각적인 경험을 통해 명상을 설치작업으로 풀어내며 일상의 상처를 치유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윤석남 작가의 어머니의 삶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화이트룸-어머니의 뜰>은 이번 전시컨셉과 공간에 맞추어 새롭게 제작되었다. 작가가 오랜기간 천착해온 ‘어머니’라는 주제에 관계된 이번 작업은 어머니를 추억하는 이미지들을 한지에 컷팅하여 벽면에 설치된 작업과 연꽃과 구슬을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연결짓고, 흰색의 이미지를 통해 죽은 이들에 대해 빛의 이미지로 애도를 표하며 자신의 욕망을 억제하고 자식들을 위해 희생한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추모를 표현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벽면에 어머니와 관련된 이미지들과 함께, 연두색 빛의 이미지가 함께 삽입되어 새의 이미지를 통해 날아오르기를 소망하는 작가의 추모와 위로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삶에 대한 성찰은 성기완의 <소리항아리>에서도 일맥상통하는 주제이다. 사운드 아티스트이자 음악가인 작가는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항아리안에 넣고 뚜껑을 닫음으로써 새로운 사운드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선보였다. 김치를 담글 때 김치를 발효시키는 역할을 하는 항아리에 생명을 잉태한 경험을 가진 여성들의 인터뷰 사운드를 설치함으로써 모성성이란 무엇이며, 생명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며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공간과 지역을 리서치하고 퍼포먼스, 영상 등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해온 정혜정은 이번 전시 출품작 <섬>에서 자신이 상상하는 세계속에서 살아가는 동물과 식물, 인간에 관한 이야기를 드로잉 에니메이션으로 그려낸 것이다. 이 공간에서 잠시 걸음을 멈춰 상상속에서 유영하고 사생할 수 있는 호흡이 가능한 작업으로 기능한다. 
2013년 방문했던 고비사막에서 거대한 풍경속 인간의 존재와 의식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경험을 사운드와 영상을 결합한 작업으로 제작한 카입은 당시의 기억을 재료로 소리를 만들어냈고, 그것에 소리가 존재할만한 공간, 있을법하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풍경들을 병치하였다. 이 공간에서 관람객은 거대한 자연속에 홀로 존재하는 듯한 경험을 하며 이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며 성찰하게 된다. 
작품은 애도와 성찰, 명상에 잠기게도 하고 서정적인 감성에 빠지게도 한다. 슬픔에 대처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11인 작가들이 속삭이듯 읊조리는 진심어린 작업을 통해 슬픔을 대하는 다양한 방법을 경험하고 유한한 존재인 인간으로써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하고 잠시라도 마음 속 목소리를 경청해 보기를 권한다. 





양유연 <낮달, 접점, 미처 제대로, 진심 등>장지에 채색, 2008~2014


이혜인 <나무를 생각하고 만든 조각>, 초상화연구, installation view


고등어_nowhere boy 1 <어디에도 없는, 어디에나 있는>, 종이에 연필 12점, 182x257, 2014


박혜수 <애도의 시간 In mourning> ,가습기, 조명, 디퓨져, 시계, 아버지 유품, 텍스트, 히야신스, 가변 크기, 2014


한소현 <이명Tinnitus>, 소금, 가변 크기, 2014

허윤희 <별 밤 Starry Night>, 종이에 목탄, 190x260, 2014


김주연 <기억 지우기5>, 소금 2톤, 의자 6개, 나무 등, 2014


윤석남 <화이트룸-어머니의 뜰 White room-Mother's Garden>, 복합 재료, 가변 크기,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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