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15-02-20 ~ 2015-04-19
최선
053-661-3500
봉산문화회관의 기획「2015유리상자-아트스타」전시공모선정 작가展은 동시대 예술의 낯선 태도에 주목합니다. 올해 전시공모의 주제이기도 한 '현실Reality & 놀이Playing'은 우리시대 예술에 대한 공감을 비롯하여 ‘도시’와 ‘공공성’을 주목하는 예술가의 태도와 역할들을 지지하면서, 동시대 예술의 ‘스타’적 가치를 지원하는 의미입니다.
4면이 유리 벽면으로 구성되어 내부를 들여다보는 관람방식과 도심 속에 위치해있는 장소 특성으로 잘 알려진 아트스페이스「유리상자」는 어느 시간이나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시민의 예술 향유 기회를 넓히는 데 기여하고,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예술가들에게는 특별한 창작지원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공공예술지원센터로서 더 나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하여 전국공모에 의해 선정된 참신하고 역량 있는 작가들의 작품 전시를 지속적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2015년 전시공모 선정작 중, 첫 번째 전시인 「2015유리상자-아트스타」Ver.1展은 회화를 전공한 최선(1973生)의 설치작품 “자홍색 회화 Magenta Painting”입니다. 이 전시는 세계를 향한 작가의 현실 경험과 기억을 기록하고 이를 선전宣傳하는 자신의 ‘회화’를 입체화하려는 프로젝트 중의 한 낯선 지점입니다. 작가는 세계 속의 현실 사건들이 어떻게 삶의 일부가 되고, 그 삶이 어떻게 예술과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흥미롭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삶에 대한 작가의 태도가 스며든 ‘낯선 말하기’를 사방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상자 공간 속에 담아 가시화하려는 작가의 예술 실험으로부터 설계됩니다. 이 설계는 푸른 기운이 감도는 붉은 자줏빛의 ‘자홍색Magenta’에 관한 작가의 강렬한 인상으로부터 시작되며, 아름답고 진한 꽃잎의 분홍색처럼 각인되는 ‘자홍색’의 반어적 메타포로 ‘회화’ 언어를 새롭게 구사하려는 것이 기본 개념입니다. 작가는 색을 칠하는 의미의 ‘회繪’와 윤곽을 구획하는 의미의 ‘화畫’를 통하여 자신만의 ‘자홍색 회화’를 설정합니다. 마치 주술적이거나, 장식, 마술 등의 행위를 비롯하여 선전, 기록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오래 전의 회화를 떠올리게 하는 이 작업은 작가가 새롭게 해석하여 구축하려는 낯선 회화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작가에게 있어서 자홍색의 아름다운 색채는 단순한 눈요기가 아니라 우리들 현실의 삶과 그 대응 태도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하려는 상징입니다.
작가는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발생한 대규모의 구제역 파동과 그에 대한 사회적 대처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작업 주제는 구제역 바이러스의 확산 방지를 목적으로 감염된 돼지 332만 마리를 살처분하면서 그저 돼지들의 숫자를 세기만 했던 현실의 기억을 회화 내용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어떤 알 수 없는 설렘을 동반하기도하는 아름다운 진홍색이 도살장에서 돼지 등급을 표시하는 도장의 잉크 색과 동일한데 착안하여, 작가는 반대편이 비치는 150×280㎝ 크기의 얇은 천에 진홍색을 칠한 회화작업 11폭을 좌우가 서로 이어지도록 연결하고, 지름 5.3m 깊이 3m의 원형 구덩이 모양을 연상할 수 있도록 공중에 매달았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며 묘하게 여린 감성을 자극하는 원통형 회화 설치물은 작가의 의도를 쉽게 노출하지 않아 관람자를 어리둥절하게 합니다. 하지만 설치된 회화의 자홍색이 ‘돼지0000001’에서 ‘돼지3320000’까지의 문자와 숫자들을 순서대로 늘어놓은 꽉 찬 배열과 그 집적集積으로 발색된다는 사실을 눈치 채면서, 작가의 탁월한 메타포에 의한 회화적 기록과 선전을 공감하게 됩니다.
눈앞에 펼쳐진 유리상자의 ‘현재’는 다름 아닌 자아와 현실 삶의 성찰을 반영하는 감성적 놀이행위이며, 이때 작가가 다루려는 것은 인간 중심적인 선택에 의해 도외시되었던 생명 경외의 반성이기보다는 삶을 응시하고 이해하며 드러내는 태도에 관한 것이고, 삶이 예술과 관계하는 지점에 대한 예지叡智적 해석에 관한 것이며, 미묘하지만 생생한 예술적 장치에 관한 진眞·선善·미美의 유효성들을 추출하려는 시도입니다. 과거와 현재의 현실REALITY을 스스로의 생동生動 확장의 놀이로 번안하려는 이번 유리상자는 경계 없는 예술 실험의 가치를 자문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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