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의 전시 공간은 두 개의 날개로 나뉘어 있다. 이슬기는 오른쪽 날개를 <안>이라 붙이고 10개의 누비이불 작품을 눕힌다. 왼쪽 날개는 <밖>이라 이름 붙이고 진흙으로 만든 분화석 조각을 세운다.
『이불 프로젝트 U』라 이름 붙인 <안>은 10개의 한국 속담 의미를 기하학적 무늬로 도상화한 누비이불 작업이다. 10개의 이불에 새겨진 도형들은 음양오행사상에 기반한 한국의 오방색과 누비의 결을 통해 그 의미를 드러낸다. 예를 들어 「닭 잡아 먹고 오리발 내밀기」라는 속담을 담은 작품은 마름모꼴과 오리발을 반구형으로 형상화한다. 땅은 수평으로 오리발은 수직으로 누빔의 결을 이룬다. 「새 발의 피」는 분홍 새 발 모양에 붉은 동그라미가 눌려 있다. 「수박겉핥기」는 초록 타원형과 붉은 사각형이 명료한 대비를 이루며 분리된다. 다채로운 색상의 속담 시리즈와 대비되는 유일한 흑백 작업 「가위에 눌리다」는 앞으로 시작할 『악몽』시리즈의 첫 작업이다. 속담에 담긴 의미들을 간결한 색상과 도형으로 더 뚜렷하게 형상화하기 위해 모든 작품은 통영의 누비 장인과 협업하여 제작했다.
<밖>은 이슬기의 신작 「분화석!COPROLITHE!」이다. 미술관이 위치한 파주의 강가에서 퍼온 진흙으로 사람 남짓한 크기의 공룡똥을 형상화한 분화석, 즉 똥 화석이다. 작가는 똥Merde이라는 프랑스 욕에서 착상하여 분화석Coprolithe이란 새로운 <욕>을 제안한다. 분화석은 똥의 화석이자 욕의 화석인 것이다. 분화석은 이미 오래 전 멸종한 한 동물의 생태를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의 의미와 땅의 역사를 담은 진지한 개체이지만, 역시 똥이라는 현재적 해학성을 갖는다. 이슬기는 미술관에 똥 화석을 세움으로서 고급 예술의 가치 체계에 질문을 던진다.
극적 대비를 이루는 <안>과 <밖>은, 일상의 사물들이 스스로 놀이하게 함으로써 이들과 내밀하고 유희적인 소통을 시도했던 이슬기의 이전 작업들과 맞닿아 있다. 관객은 그 이불을 덮고 자면 속담에 담긴 이야기가 꿈에 나타날 것 같은 느낌을 갖는다. 속담이 한 지역의 공동체가 갖는 삶의 지혜를 담은 이야기이듯이, 분화석은 까마득한 옛날 한 지역의 역사가 외형화한 영혼과도 같다. 누비이불에 담긴 전통이나 분화석에 담긴 원시의 상태는 서구 현대 미술에서 말하는 합리적 사회 비평이나 과학적 개념들을 의식적으로 거스른다. 작가는 민간 신앙, 전 이성적이고 공동체적인 것, 전통들, 마술적인 것들에 한껏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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