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전 시 명 : 하얀고립(Isolated in white)
전시작가 : 정성윤(Jung Sungyoon)
전시기간 : 03. 06(금) - 04. 15(수)
오 프 닝 : 03. 06(금) pm 17:00
런치토크 : 03. 27(금) pm 12:00
미술체험 : 03. 28(토) pm 15:00
전시소개
신한갤러리 광화문은 3월 6일부터 4월 15일까지 2015 Shinhan Young Artist Festa에 선정된 정성윤의 <하얀 고립>展을 개최한다. 본 전시는 정성윤의 첫번째 개인전으로서, 첫 전시가 개최되기까지 오랜 공백을 가졌던 그가 그동안 묵묵히 작업해 온 작품들을 조심스럽게 선보이는 의미있는 자리이다.
정성윤은 동양화의 기법을 낭만주의 회화에 접목시킨 듯한 강렬하고도 독특한 회화의 새로운 영역을 탐구한다. 최근 들어 이러한 표현주의 계열의 풍경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특이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성윤은 이 중에서도 상당히 완성도가 높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회화, 그 자체의 순수함을 받아들이며 ‘그리는 행위’를 정신적인 영역으로 끌어들이는데 그의 이러한 의지는 오직 한 길을 걸어가고자하는 구도자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전시기간 중 작가 함께하는 전시연계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3. 27(금) 12시에는 런치토크, 3. 28(토) 15시에는 초등학교 1~3학년을 대상으로 작가와 함께하는 미술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자세한 일정 및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작업노트
내겐 그림을 그리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사진을 기초한 것과 상상의 공간을 만드는 것. 사진에서 자연물들에 스며든 빛의 움직임과 색과 면의 리듬을 찾아 그림으로 옮기는 일은 재현mimesis 이상의 것이다. 재현된 이미지는 단지 덧없는 감각의 세계를 복사하는 것을 넘어서 보이지 않는 실상을 담은 개인의 것으로 존재하게 된다. 후자의 방식대로 상상의 공간을 만들어서 자신을 숨겨놓는 것 또한 기쁜 일이다. 어둑한 산속의 길, 파도가 넘치는 바닷가, 눈 덥힌 언덕, 호수가, 짙은 수풀덩어리. 회화적 고의로 빚어진 자연은 인물을 위한 무대가 된다. ‘아! 완전한 고립의 안락함이여!’ 깊은 자연 속에 홀로된 인물에게 결코 고독이나 외로움은 없다. 생명이 드리운 골짜기. 날 선 바람의 정화. 거친 자연 속에서 안위. 나는 언제나 이 숨겨진 고립 속에 홀로 맛보는 기쁨을 찾아 여행한다. 양면의 접근방식에서 재현된 시공의 범위는 좁다. 한 인격character이 찰나적이고 소박하며, 계속되는 현재에서 맛보는 그 안식인 것이다. 이때 무대로써 선택되거나 창조된 자연은 인간중심적인 의무를 다하며 우리의 영혼의 짐을 가볍게 만든다. 이렇게 회화는 주변을 둘러싼 사물들로 이루어진 세계를 잠시 정지시키고, 우리에게 현실이 담을 수 없는 소망, 가치들로 이루어진 세계, 정신의 안식처가 되어준다. 인간에게 실존하는 것이 전부였던 적은 없었다. 다시 말해 인간정신에서 얼토당토않은 감정이나 욕망, 아이러니, 장난기,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비밀스런 소망을 말끔하게 지워버린 고상한 진화는 없었다. ‘보이는 그대로의 세계에 대한 위대한 거부.’ 이 단계에서 회화가 줄 수 있는 위로와 의미가 내게는 크다.
이 두 방식에 공통된 도전이 있다. 밝은 색을 문질러놓은 면이 수평적인 들판으로 달리는 것. 맑게 염색된 종이가 멀리 높은 산으로 솟아 오르는 것. 나는 근본적으로 회화는 평면에 부여된 입체적 가치가 마음속에 투사projection될 때 발생하는 정신적 에너지를 다루는 놀이라고 믿는다. 재현을 고의적으로 배제한 비대상적인 미술non-objective art이 시의 언어라고 한다면, 재현을 통한 의식세계로의 접근은 산문의 언어이다. 나의 작업은 후자에 근원을 두고 있다. 있는 그대로를 단순히 도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깊은 암시를 주는 것이거나, 또는 감각의 깊은 곳까지 열리게 하는 것을 그려내는 일. 회화적 재현은 단순히 실존하는 대상의 변주 이상의 것이다. 붓질과 물이 남긴 아름다운 배열로 뒤덮인 표면. 얼룩지고 염색된 종이 위에 남은 나이든 질감은 촉감을 자극하여 삼차원의 재생을 돕는다. 그래서 물질적으로는 불완전한 채, 완결된 이미지는 관객에게 정신적인 유희를 위한 틈을 제공한다. 비록 인식의 닻을 내릴 탄탄한 환영의 정박지는 없지만, 물질을 건너서 읽는 일은 정신적인 항해, 그 자체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모호함의 무한한 가능성’이 드리운 숲길에 나의 의식이 안착할 곳을 찾아가는 일이야말로 내 평생의 과업이라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