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이랜드스페이스에서는 3월 3일 화요일부터 30일 월요일까지 이랜드문화재단 5기 공모작가로 선정된 이여운 작가의 전시를 한 달간 진행한다. 이여운작가는 10여년간 인간 실존의 고독을 주제로 도시빌딩숲을 수묵으로 그려왔다. 앞선 전시에서 뉴욕의 풍경을 선보였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는 중세고딕성당을 테마로 ‘형식이 내용을 만든다’는 말처럼 철저하게 형식에만 몰입하는 것에 대한 호기심을 시각화했다. 작품에는 고층의 빌딩숲뿐만 아니라, 키치적인 중세유럽풍의 예식장과 호텔건물, 고딕풍의 교회건축물까지 이미 도시에 익숙하게 자리잡은 건축물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나타난다.
이여운은 고딕양식의 건축물을 실제보다 더 강하고 실제답게 그려내며, 작가 스스로 고안한 고딕양식의 성당을 제작하기도 했다. 그런 그의 작품은 도시의 상징과 기호가 되어 버린 건축물에 대한 관심과 탐구를 통해 현대 도시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위대한 껍데기>와 같이 우리가 위대한 껍데기 안에 놓치고 있는 알맹이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 전시 서문
실제와 환영의 경계, 위대한 껍데기들
고경옥(이랜드문화재단 수석큐레이터)
흑백의 모노톤으로 그려진 성당그림이다. 고딕(Gothic)양식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정형화된 중세유럽의 성당의 모습이다. 실제 성당의 화려한 색채가 사라지고, 수평과 수직의 선이 교차되어 완성된 그림은 마치 건축설계도면을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또한 건축물 배경으로 보이는 번짐의 효과는 몽환적인 풍경, 혹은 비현실적인 느낌을 자아내기도 한다.
동양화를 전공한 이여운은 2000년대 초반부터 10여 년간 도시 시리즈를 그려왔다. 한지와 캔버스천 위에 먹을 이용해 도시의 고독과 인간실존에 대한 문제를 회색빛 도시로 표현하며, 여러 차례 개인전을 선보인 바가 있다. 이러한 그의 도시 그림이 최근에는 소재가 확장되면서 뉴욕이라는 거대도시의 환영과 낯선 도시에 대한 분석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전 전시였던 뉴욕시리즈에서는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뉴욕에 대한 환상을 그렸다면, 이번 전시회에서는 유럽의 중세고딕성당과 한국의 사찰을 선보이며 작품세계의 또 다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여운은 캔버스천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초창기 작업부터 지금까지 동양화의 재료인 한지와 먹, 그리고 붓을 주재료로 사용하였다. 이런 그의 작품은 아교로 코팅된 천이나 한지 위에 먹을 사용하는 그림으로 전통 동양화기법이다. 이런 전통 동양화의 계승에 대한 작가의 의지는 작품의 제작과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이여운의 작품은 처음 드로잉부터 작품이 완성되는 시점까지 별도의 스케치가 없이 붓으로 마무리 된다.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연필이나 기타 드로잉 재료가 아닌 모필(毛筆)로 여러 차례 중첩의 효과와 번짐의 기법을 통해 완성된 작품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그의 작품에는 수묵기법이 작품의 몽환적인 분위기로 극대화 되고 있다.
이여운의 작품에는 초창기 작업에서부터 이처럼 붓을 이용해 반복적인 수직과 수평선의 중첩으로 설계도면을 그리듯 기하학적인 도시 건축구조물이 등장했다. 이런 선적인 요소는 도시 건축물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방식으로, 이번 전시의 중세 고딕양식의 성당을 그려내기에 더없이 훌륭한 기법이다. 건축 설계도면과 회화 작품이 묘하게 믹스된 듯이 보이는 이여운의 작품은 이처럼 제작방식의 독창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이여운이 그리는 중세 고딕성당 그림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전시제목 <위대한 껍데기>가 작품의 주제를 함축해서 표현해주고 있다. 작가는 전시 제목처럼 실제는 모르고, 가상에 대해 막연하게 지니고 있는 우리의 환상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형식이 내용을 만든다”는 말처럼 진짜에 대한 환상이 오히려 형식적인 것에 치중 되는 상황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메시지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외형에 집약된 중세고딕양식의 그림을 보여주면서, 실제보다 더 화려하고 강도 높게 그리고 비슷한 그림을 반복해서 나열하고 있다. 또한 성당건축물의 모습을 정면의 표준화된 평시점(平時)으로 그림으로써 건축물의 구조를 더욱 확연하게 보여준다. 더 나아가 작가 스스로 창조한 가짜 고딕양식의 성당그림을 함께 전시함으로써, 어떤 것이 실제인지 가상인지 그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근래에 도시 풍경을 주제로 하는 그림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예술가들 역시 그들이 살고 있는 도시라는 환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증거다. 이여운 역시 작가가 나고 자란 서울 도시에서 체득된 감성이 작품의 근간이 되고 있다. 초창기 인간 실존의 고독을 주제로 도시 빌딩숲을 그린 그림부터 뉴욕의 풍경과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중세 고딕성당의 테마도 현대 도시건축물에서 착안한 것이었다. 고층의 빌딩숲뿐만 아니라, 키치(kitsch)적인 중세유럽풍의 예식장과 호텔건물, 고딕풍의 교회건축물까지 모두가 이미 도시에 익숙하게 자리 잡은 것들이다. 이여운의 작품은 이러한 도시의 상징과 기호가 되어버린 건축물에 대한 관심과 탐구를 통해 현대 도시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 작가 약력
이여운 Lee Yuwoon
홍익대학교 미술학과 박사과정 졸업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개인전
2013 뉴욕 증후군 (갤러리시작: 서울)
2012 오래된 안경 (갤러리가회동 60:서울)
2011 Timeless City (교동아트스튜디오: 전주)
雨中古跡 (갤러리시작: 서울)
2009 초대전 잘려진 京 (갤러리갈라: 서울)
2007 초대전 유기된 그림자 (롯데화랑: 안양)
2006 기획초대전 검은 윤곽 (창갤러리: 서울)
2005 기획공모 당선전 Illusion (문화일보갤러리: 서울)
2004 기획초대전 고(苦) 독(毒) - Bitter Poison (갤러리라메르: 서울)
2003 A season in hell (갤러리라메르: 서울)
2002 도(道) 시(詩) - Poetry of Road (인사갤러리: 서울)
주요 단체전
2014 Unique & Grotesque (아르떼22: 서울)
일생전 (갤러리시작: 서울)
2013 대구아트페어 (EXCO: 대구)
ASIA (한전아트센타: 서울)
새로운 도약전 (청작화랑: 서울)
The healing Night (갤러리예이랑: 서울)
2012 Artistic Period (인터알리아: 서울)
Pick Up! (한원미술관: 서울)
우주전 (교동아트스튜디오: 전주)
게니우스와 유노전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서울)
2011 신소장품전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그림 속 전라도전 (롯데갤러리: 광주, 서신갤러리: 전주)
post residency exhibition (교동아트스튜디오: 전주)
‘너도 알지?’전 (갤러리숲: 군산)
Poster! Poster! (인터알리아: 서울)
제주, 바람 담아서 (제주문예회관: 군산)
수묵, 새롭게 노닐다 (한전아트센타: 서울)
인공의 섬-도시전 (대덕문화원: 대전)
모빌리티전 (교동아트스튜디오: 전주)
해골전 (갤러리TOAST: 서울)
소풍전 (전주시민예술회관: 전주)
1004ART 기획전 (서울밝은세상안과: 서울)
아띠전 (교동아트스튜디오: 전주)
굳모닝 군산전 (정갤러리: 군산)
방가방가전 (창작문화공간 여인숙: 군산)
on air전 (교동아트스튜디오: 전주)
수상
2007 송은미술대상전 (인사아트센타: 서울)
2006 송은미술대상전 (인사아트센타: 서울)
2005 송은미술대상전 (예술의전당: 서울)
2004 동아미술대전 입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00 중앙미술대전 특선 (호암아트홀: 서울)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동아미술대전 입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1999 MBC 미술대전 입선(서울시립미술관: 서울)
1998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작품소장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갤러리라메르, 문화일보갤러리, 세줄갤러리, 마루미미술관, 대한생명, 갤러리갈라
현재
성신여대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