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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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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도스 기획

한상미 ‘Dear, Do You Know There’

2015. 6. 3 () ~ 2015. 6. 9 ()

p.180 작은 정원-바람의 칸타타 Oil on canvas 194x130cm 2015

 

1. 전시개요

전 시 명: 갤러리 도스 기획- 한상미 ‘Dear, Do You Know There’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37 Gallery DOS (갤러리 도스)

전시기간: 2015. 6. 3() ~ 2015. 6. 9 () 7일간

 

 

 

2. 전시내용

박순영(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어린아이였을 때 어떤 색을 보면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거나 심하게 떨렸다. 그 떨림의 기억을 표현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작업노트-

 

한상미 작가는 풍경을 그린다. 그 풍경은 아침이슬을 한껏 머금은 오전의 화사한 들판이기도 하고, 한갓진 오후의 정원이기도 하다. 그곳에는 나무가 서 있고, 풀이 펼쳐져 있으며, 바람이 불고, 햇볕이 비취고, 리듬이 흐른다. 평온한 풍경이다. 화가를 통해 그려진 하나의 풍경은 어린아이에겐 마냥 뛰어노는 것만으로도 좋을 평화로운 놀이터이고, 연인에겐 달콤한 입맞춤의 기운을 북돋는 인적 드문 풀밭이며, 부모에겐 가족나들이를 꿈꾸게 하는 야외이다. 또한, 나이든 사색가에겐 한적한 오후의 산책하고 싶은 사유의 장소이고, 유목민에겐 발딛고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며, 여행가에겐 도달해야 할 대지이자 잠시 쉬어가는 저녁녘의 안식처이다. 그렇게 하나의 풍경은 누군가에 의해 다른 의미와 이야기를 갖게 된다. 풍경은 그런 것이다.

그녀가 그리는 풍경은 전반적으로 평온하고, 안정적이며, 밝고, 따스한 느낌이 든다. 그녀는 19961회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여섯 번의 개인전에서 줄곧 나무와 풀밭을 그렸다. 풍경 속에는 간간히 얼룩무늬 말이 있고, 풍경의 아늑함과 평온함을 유지하기 위한 듯 하늘과 맞닿은 들녘의 지평선이나 중첩되는 언덕의 경계에는 담벼락이 있다. 풍경에 등장하는 삐죽대듯 뻗어있는 나무와 풀들은 마치 살아서 움직이듯 하고, 담은 외부세계로부터 정원을 보호해주듯 단단하게 서 있으며, 얼룩말은 비록 풀들이 뾰족하지만 이 보호막 덕분에 안전하게 맘껏 뛰노는 한가로운 오후의 풍경이다. 최근의 작품에서 보이는 변화가 있다면 풍경의 성격을 규정할 만한 얼룩말은 보이지 않고, 담벼락은 건축물의 구조를 갖고 풍경 안에 하나의 공간을 만들기도 하며, 전에 없던(실제로는 늘 있었겠지만) 그림자가 등장한다. 이번 개인전의 작품들은 이러한 변화를 확실히 확인하게 한다. <P.180 작은 정원-바람의 칸타타>의 작은 나무들 옆으로 늘어진 그림자는 빛의 강도를 더해 풍경에 흐르는 리듬에 강약을 부여하고, <바람이 나를 부른다>, <바로크 댄스를 꿈꾸는 정원>, <정원 속에 숨어있는 또 다른 풍경들>에서 화폭의 아래편에 짙게 드리운 그림자는 시선을 풍경 안으로 몰입하게 하면서 화폭의 깊이가 광활하게 펼쳐지도록 하고, 동시에 화면에 비추는 빛을 더욱 강하게 하여 풍경을 더욱 환하게 하는 효과를 갖게 한다. 공간감이 더해진 덕분에 이전의 작품에서 풍경의 경계에 자리한 담벼락은 하나의 성()과 같이 건축의 구조를 띠면서 풍경 안에 또 다른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 내고, 나무와 풀의 존재감은 더해졌으며, 이로 인해 얼룩말과 같은 다른 등장인물이 없이도 풍경은 그 자체로도 의미를 지닌 하나의 장면이 된다. 여기서 풍경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니다. 이러한 강렬한 빛과 공간감은 <오후 4시의 산책>이나 <여름의 치유>, <멀리보다>와 같이 작품의 제목만으로도 확인 할 수 있다.

작가는 그림을 그리면서 항상 바로크 음악을 듣는다고 말한다. 작품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바로크 시대의 양식은 그녀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살아있는 듯 활기차게 뻗어있는 나무나, 겹겹이 펼쳐진 언덕의 곡선이나, 빛과 바람을 이용해 화면에 강약을 주어서 리듬을 강화한 표현 등이 그렇다. 더욱이 예전에 비해 화폭 안에 적극적으로 자리한 건축물을 보면, 이전과는 다르게 풍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그렸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건축구조는 선적인 표현으로 이루어지는 데, 이는 바로크의 회화적인 표현과 대립되는 고전적인 르네상스 미술의 형식과 연관된다. 이 두 양식을 비교한 뵐플린(Heinrich Wölfflin)의 분석은 유명하다. 그는 선적인 표현과 회화적인 표현, 평면적인 구성과 깊이 있는 구성, 폐쇄적인 형식과 개방적인 형식 등으로 두 양식을 구별했다. 그녀의 그림은 예전에 비해 더욱 회화적이며, 깊이 있고, 개방적이다. 그러나 여기서 더 나아가 선적인 표현인 건축구조를 불규칙적인 회화적 표현에 크게 자리하게 함으로써 고전주의와 바로크의 조화를 꾀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뵐플린 이후의 비평가들이 지적하듯이 '고전주의를 기준으로 하여 그에 상반되는 것으로 바로크를 취급한다는 것 자체가 틀린 일이다. 바로크와 고전은 물론 대립적인 관계에 있으나 그것은 마치 형제들이 돈독한 우애 안에서 티격태격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라는 관점까지도 작가가 수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비평가의 논쟁은 차치하고, 그녀의 그림에서 바로크적인 표현이 두드러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려진 대상도 그렇거니와, 형태와 색에서는 더욱 그렇다. 고전주의는 이상적인 미를 척도로 삼았는데, 그에 반해 바로크는 절제의 불편함을 버리고 자유로운 형식과 리듬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작가가 고백하듯이 어린 시절의 떨림’, 그 기억을 표현하고 싶었던 만큼 화폭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린아이의 미술 형식을 닮아있다. 형형색색으로 표현된 나무와 꽃은 마치 색종이를 오려서 표현한 것 같고, 건축물의 구조는 단조롭고, 불손한 원근법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 표현들이다. 그럼에도 한눈에 자연풍경이고, 정원이고, 하늘이고, 들녘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동심이 느껴질 정도로 상상력이 부여된 풍경이기 때문이다. 상상력의 세계는 '어린아이의 세계로 회귀하려는 성숙한 자만이 들어 갈 수 있는 초록빛 낙원'이라는 어느 철학자의 글귀가 떠오른다. 문명의 이기 앞에서 상상력이 점점 고갈되는 삶을 사는 시대에 그녀는 어릴 적 자신의 기억에 상상력을 부여해서 초록빛 낙원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상미 작가는 우리가 풍경이라 부르고, 낙원이라 꿈꾸는 자연을 그린다. 하지만 자연은 그녀가 기억하고 돌아가고 싶은 어린 시절의 그것과 다를 수 있다. 어른에게는 폭력의 대상이 되고, 연인에게는 이별의 장소가 되며, 사색가에게는 염세를 유목민에게는 목숨을 담보한 사투의 장소일 수 있다. 그러나 다시 어린아이가 될 수는 없으니, 우리가 그렇고 작가가 그렇듯, 그런 두려운 세계에 목적 없이 발을 내딛는 것은 어쩌면 여행자에게만은 가능할 수 있을지 모른다. 여행을 나서는 것은 미셸 옹프레(Michel Onfray)의 글처럼 '우리가 그 장소들에 의해서 선택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장소들에 의해서 선택 '되는' '이고, '우리 안에서 낯선 목소리로 말하는 명령에 복종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여행을 좋아한다. 그림에 표현된 형상들은 여행을 통해 만난 낯선 문명의 사물들이다. 보라색의 알리움 꽃과 라벤더, 노란 해바라기, 동그란 우산소나무와 초록빛 사이프러스, 그리고 정원 등, 이들은 그녀를 통해 어린 시절 떨림으로 화면에 옮겨졌다. 그리고 그들이 화면에서 마치 바람과 빛에 환희하듯 우리를 환대하고 있는 느낌을 준다. 그렇게 그녀가 여행 중에 만났던 나무들, 바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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