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기미술관은 2015년 7월 18일부터 10월 4일까지 <1970,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이후>展을 개최한다.
○ 본 전시는 생명력, 고국산천, 영원성, 그리움 등 수많은 의미와 해석이 담긴 수화 김환기의 대표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연작을 중심으로 작품이 나오게 된 배경과 1970년대 문화적 키워드가 된 ‘시 한 구절’의 시대언어를 편지, 사진, 자료를 통해 살펴본다. 이어 ‘현대작가 11인’의 진지한 조형의식 속에 담겨진 각자의 ‘이야기’를 회화, 사진, 미디어, 텍스타일, 설치 등의 매체를 통해 들여다보고 김환기의 ‘점화’가 품고 있는 사유의 방식들을 ‘오늘의 예술’로부터 감상하고 음미한다.
○ <1970,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이후>전은 관람객 참여 유도형 전시로서 관람자가 마치 수사를 진행하듯 [본관 및 달관_수향산방]에 흩어져 있는 모든 단서(자료 및 작품)를 조합하여 김환기의 ‘점화’에 담긴 함축적인 의미들을 환기미술관 전시공간에 남기며 신선한 담론을 형성한다.
1부.
- 시 한 구절과 그림 한 점 : 시인 김광섭과 화가 김환기
- 1970,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이후의 다원예술로의 확장 : 희곡과 연극
2부.
- 1970,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의 시대정신
- ‘현대작가 11인’의 조형언어를 통해 김환기와의 연결고리 찾기
- 2015,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부.
1부에서는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연작을 중심으로 김환기와 시인 김광섭이 주고받은 편지와 사진을 공개하며 서로의 우정을 통해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가 탄생한 배경을 살펴본다. 이어 김환기의 회화로부터 매체적 변주를 이뤄나간 ‘시 한 구절’은 1970년 최인훈 희곡, 김정옥 연출의 현대창작극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로 상연되어 대중문화를 아우르는 분야로 확장되었다. ‘다원예술’의 근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의 시 한 구절의 변주는 1970년대의 ‘시대언어’가 되어 문학, 영화, 음악의 영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게 된다.
[시+회화] 시 한 구절과 그림 한 점
1969년 어느 날, 김환기는 친분이 두터웠던 시인 김광섭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고, 푸른 점 하나 하나에 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고국에 대한 아련한 추억들을 표현하게 된다. 작품 제목은 김광섭의 <저녁에>의 마지막 구절을 붙이게 되는데, 이는 1970년 제1회 한국미술대상전에서 대상을 수상함으로서 수화 김환기 후기 ‘점화시대’를 여는 이정표와 같은 대표작이 된다.
김환기와 김광섭 사이의 우정의 상징인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연작은 환기미술관 본관 1F에 전시되며 이 공간에 1970년대 김환기가 김광섭에게 보냈던 친필편지(사본)와 함께 김환기의 뉴욕시대 작품들을 선보인다.
[희곡+연극] 온달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환기는 1956년 파리에서 활동하며 김환기는 연극연출가 김정옥과의 친분을 쌓았는데 이때의 만남은 훗날 김정옥이 1969년 현대문학에 발표한 문학가 최인훈의 ‘온달’을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로 제목을 정해 연극으로 탄생시키는 계기가 된다.
연극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는 1970년 11월 18일부터 5일간 국립극장에서 상연되며 무대미술가 최연호의 추상적인 무대디자인과 이병복의 독창적인 의상연출, 주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로 제7회 동아연극상에서 무대미술상, 연기상, 연극대상 등 총 4개 부분을 석권하고 이후 대중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게 된다.
이번 전시에는 극단자유의 1970년도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의 초연 팜플렛 및 공연자료가 공개되며, 1975년 러브콜을 받아 재공연했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의 연극무대를 현재 극단자유소속의 무대미술가인 최순화에 의해 환기미술관 공간의 특성을 살려 새롭게 해석된 무대를 선보인다. 본 연극무대를 통해 관람객들은 무대로 재탄생된 공간을 거닐며 김환기의 ‘점화’를 새롭게 경험하게 될 것이다.
...(중략)... 최인훈 씨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희곡이 나에게 커다란 매력을 느끼게 한 것은 다음의 몇 가지 점에 있어서이다. ... 만남의 미학, 몽환감, 부조리한 분위기, 이런 것들은 불교사상과 관련시킬 수도 있을거고 기독교사상과 관련시킬 수도 있을거고 무신론과 관련시킬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추상화를 보듯 애매하고 흐리멍텅한 부조리감. 이런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생각된 것이다. ...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원래 김광섭 선생의 시의 구절인데 김환기 선생이 그의 그림 제목으로 썼다. 그 시의 구절의 최인훈의 희곡의 등장인물들의 영혼의 외침처럼 메아리친다고 느낀 것이다. 최인훈은 나의 제의를 부담 없이 받아들였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의 무대적 창조는 이렇게 해서 출발했다. ...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의 연극적이라기보다는 시적인, 그러니까 문학적인 대사를 라디오를 통해 여러 번 내보낸 것이 이변을 일으킨 이유가 아닐까하고 생각 ... (하략) ...
-출처: 김정옥, 나의 연출작업-체험적 연출론2 중 일부 발췌
2부.
심연의 색조와 간결한 구성의 조화미로 이루어진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후기 점화시대를 여는 김환기의 대표작이다. 대형화폭에 가득 메운 ‘색점’들의 향연은 은은한 메아리 같은 울림으로 형식-‘반복성’, 내용-‘노스텔지어’와 ‘노마드’ 모두를 포괄하는 ‘그리움의 정서’, 미적요소-‘한국 자연의 추상적 표현’ 등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해준다.
‘점화’가 내포한 각각의 키워드들은 ‘현대작가 11인’의 진지한 조형의식 속에 담겨진 각자의 ‘이야기’를 회화, 사진, 미디어, 텍스타일, 설치 등의 매체를 통해 드러나며 관람객들은 ‘김환기와의 연결고리’를 오늘의 예술로부터 감상하고 사유해본다.
본 전시는 관람객 참여 유도형으로 진행되며 관람자가 마치 수사를 진행하듯 전시 리플렛을 참고하여 [본관 및 달관_수향산방]에 흩어져 있는 모든 단서(자료 및 작품)를 조합한다. 김환기의 ‘점화’에 담긴 함축적인 의미들을 찾은 관람자는 본관 1F에 마련된 ‘Finding Whanki’s Keyword’를 통해 ‘자신만의 키워드’를 남긴다. 이 글들은 환기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공유되어 전시의 신선한 담론을 형성한다.
[ 2015, 그리고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b.mon.g2sel-01>, 2012, C-print Mounted on Plexiglas, 180x290cm
김도균
김도균은 주변의 사물을 포착함에 있어 예상치 못한 우주 공간의 이미지를 담은 ‘b'시리즈를 선보인다. 'b'시리즈의 ’b'는 검정Black 혹은 사이Between를 의미하며, 우주 공간처럼 보이는 이미지는 실제로 고장 난 모니터 화면 혹은, 암막 커튼 구멍 틈으로 비치는 햇살을 담은 사진이다.
<쇳가루 산수화 #001-8202, 2014-15, 광목에 쉿가루, 가변설치>
김종구
쇠를 깎던 작가는 어느 날 그 오브제를 잃어버린다. 모든 것이었다고 믿었던 실체(오브제)를 잃는 순간, 작가는 쇠를 깎던 시간을 그대로 끌어안은 채 바닥에 쌓여갔던 쇳가루 더미를 보게 된다. 남겨진 쇳가루 더미는 “부재(사라진 오브제)의 현존”이었고, 작가는 비로소 공간의 시간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보인다기 보다는 차라리 들리는>, 2006~2008, 캔버스 위에 오일, 연필, 바니쉬, 44 X 732 cm
도윤희
도윤희는 시적인 작품 제목을 통해 관람객에게 상상의 에너지 공간으로 안내한다. 추상적인 작은 우주가 존재하는 세포의 영역에서 진실한 생명력을 지니고 모노크롬 바탕의 산수 형상에서 영원성을 담은 이야기를 전한다.
<신몽유도원도 14-12>, 2014, 캔버스 위에 아크릴릭, 젤, 193 x 518 cm
석철주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재해석한 <신몽유도원도>는 석철주가 속한 현실의 세계를 아득하고 몽환적으로 보여준다. 단색조로 펼쳐지는 산수의 풍경을 통해 작가가 경험한 산의 모습을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으로 풀어내며 아득한 신도원경新桃源境을 담아내고 있다.
<나의 미리내 1>, 2015, 한지에 채색, 210 × 152 cm
나희균
자연과 땅으로부터 점차 우주공간으로의 확장을 보이는 나희균의 작품은 밤하늘과 영롱히 명멸하는 우주의 광대함을 고유의 감성과 추상적 표현을 통해 우리를 철학적인 사유와 명상의 공간으로 이끈다.
<무제>, 1986, 9개의 동 피스, 38x50x38cm
박충흠
자연주의적 미학을 바탕으로 구리판을 용접하거나 작은 조각들을 이어 붙이는 박충흠의 작업은 고열의 불꽃 속에서 재료를 녹이고 태워 물결치는 투박한 질감을 한땀 한땀 연결한다. 수행자의 고행을 연상시키는 박충흠의 작업은 한올 한올 이어가는 명상의 집합이다.
<108번뇌 中>, 2015, C-print, 가변설치
신미혜
전 세계를 거치며 다양한 흔적이 쌓인 컨테이너 박스의 표면은 신미혜의 회화적 사진을 통해 108가지의 인간적 번뇌를 상징하는 작품으로 탄생된다. 좋고[好]·나쁘고[惡]·평등하고[平等]·괴롭고[苦]·즐겁고[樂]·버리는[捨] 여섯 감각이 서로 조합되어 나타나는 36가지의 번뇌가 ‘과거’와 ‘현재’에 존재함을 기록한 72개의 작품은 관람객을 공감각적 서정의 세계로 이끈다.
<인왕산>, 2015, 한지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170 x 295 x 25 cm
임채욱
우리 땅에 살아 있는 실경산수實景山水를 사진이라는 현대적 매체를 통해 새로운 생동감을 지닌 오브제로 재탄생시키는 임채욱은 카메라 뷰파인더로 산의 내면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기운생동氣韻生動을 포착하고 새로운 미적 경험의 세계로 이끈다.
<IKI-SHADE>, 2015, 패브릭, 가변설치
장응복
한국 고유의 전통 미를 근간으로 잃어가는 우리 문화의 가치를 되찾는 디자이너 장응복은 고전의 독특한 미감을 도道와 음양사상이라는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자연의 멋을 환기미술관 현실 공간 속에 담아낸다.
<We and They Variation 1970’s Transposed>, 1994, 철용접, 142 x 109 x 56cm
존 배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을 연상하게 하는 존배의 작품은 철과 구리의 용접을 통해 유기체적인 형체로 완성된다. 단순하지만 자유로움과 규칙성을 지닌 선의 반복은 음악의 변주가 가져다주는 청각적 울림을 선사한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무대 설치 에스키스
최순화
극단 자유의 단원으로 무대미술과 장치, 의상을 담당하는 최순화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의 원작 연극 무대와 김환기의 작품세계에 대한 작가의 오마주가 결합된 무대공간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