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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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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와 이동의 반어적 삶의 모습

이영훈(미술이론가)


집과 말.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정착을 의미하는 집과 이동의 수단인 말을 결합시켜 혼성적 풍경과 더불어 표현한 류지선의 의도는 무엇인가? 다중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두 개의 대상을 묶어서 다양한 풍경 속에 갖다 놓은 그의 작품들은 조형과 의미의 측면에서 해독의 풍부한 여지를 갖고 있다. 작가의 적확한 관점을 하나로 쏙 뽑아내려 하다가는 그의 그림이 주는 다종한 묘미를 놓치게 될 수 있다. 화면이 제공하는 큰 소리뿐만 아니라 작은 속삭임에도 주목한다면 그의 그림은 살가운 흥미를 유발시킨다. 이러한 점은 전반적인 류지선 작업의 특성이기도 하다. 엉뚱하면서도 타당성을 가진 그의 관점과 표현방식은 이번 작업들에서 돌발적으로 나타난 것이 아니다. 예전부터 그의 작업은 의미론적인 것과 표현적인 면을 섞어놓곤 했다. 어떤 흔적을 지우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지우개 가루들을 모아 대상을 표현한 이전의 작품들에서 내용과 형식의 이질적 합성의 모습의 한 면을 볼 수 있다. 소재적 측면과 의미론적인 측면을 고려해야만 그의 작업들이 갖는 내면적 면모를 진정으로 감상하게 될 것이다.

그 이후에 전개된 그의 작업들을 쭉 살펴본 바에 의하면, 우리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버무려 익숙하지만 낯설은 조우를 화면에 구사하는 작업들을 그는 즐겨하는 듯이 보인다. 류지선 작업에 대한 주변의 평들에서도 그가 재미있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들 한다. 주제적 측면에서 본다면 류지선의 작업들에서 내비치는 비판적 관점의 일면들과 비슷한 방향성을 지닌 다른 작가들은 엄청난 조형적 실험과 현학적이고 철학적인 고뇌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작품들은 지적 흥미를 자극하기도 하지만 그것들을 담고 다니기에는 우리의 삶은 지금도 충분히 무겁다. 이에 반해 류지선의 작업은 우리가 일상에서 놓치고 있는 삶의 이면들을 흥미와 관심을 갖고 바라보게 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심각하지 않으면서도 할 말을 다 하는, 환경에 내밀히 감추어 있는 속내를 적절히 드러내는 것이 그의 그림의 매력들 중의 하나이다.

이번 개인전 작업들의 중심 소재는 집과 말이다. 집이라는 것은 움직이지 않는 거처이다. 장소는 안 변하지만 집은 시대와 취향을 반영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역설적으로 집은 끝없이 변화한다. 류지선은 이전 개인전에서 이 관점을 토대로 하는 작품들로 꾸렸다. 이번 전시의 작업들은 그것을 더 확장하고 있다. 이전의 작업들과 달리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구체적인 이동의 수단이며 항상 움직이는, 말이라는 대상을 집과 결합시키고 있다. 말은 인간의 이동수단이면서 동시에 변화를 내면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일정한 거처 없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유목민의 삶과 말은 의미론적으로 잇닿아 있다. 더 좋은 환경을 찾아 이동하는 유목적 생활방식은 한 곳에 거처를 정하고 삶을 영위하는 농경적 생활방식과 대비되곤 한다. 류지선의 이번 작업들은 그것들의 결합을 통해 움직이지 않으면서 움직이는, 움직이면서 움직이지 않는 삶의 상보적 면모들을 다층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변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되는 집은 부르디외 말처럼 아비투스(habitus)적 취향이 반영되는 대상이다. 때문에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모한다. 류지선의 작업에서 집을 태우고 있는 말은 집이 갖는 변화성의 반영체이다. 집과 달리 기본적으로 변화의 의미체인 말은 고정의 의미 또한 포함한다. 환경이 바뀌어도 개개인의 고유한 문화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디아스포라(diaspora)적 모습을 말이 갖고 있으므로 집은 움직이지 않는 삶의 양태로서의 말의 불변적 면모의 전이체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변화와 불변의 이중나선 의미체로서의 집과 말의 결합체는 그것이 위치한 장소에 따라 매우 다르게 읽혀진다. 집과 말의 복합적 이중성을 더욱 고조시키기 위해 류지선은 다양한 표현방식을 도입하여 주변공간을 엮어내고 있다. 화면에 산수화의 표현을 끌어들이기도 하고 풍경을 집어 넣기도 한다. 때로는 그 둘을 아이러니한 무대장치나 장면으로 조성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공사장의 가림막을 잎사귀 사이에 놓아둠으로써 생경하고 모호한 삶의 가식성을 화면에 잠복시켜 놓기도 한다. 여러 표현적 조우를 이용해 부유하면서도 움직이지 않는 부표처럼 살아가는 현대인의 이질적 삶의 양태를 류지선은 화면에 넌지시 그러면서도 쾌활하게 시각화하고 있다. 그리고 유쾌한 반어법을 구사하여 삶의 내밀한 이중성을 살갑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그의 그림이 갖는 매력이다. 





류지선
서울대학교 미술 박사 졸업


개인전
1997-2015 : 개인전 19회 (서울, 울산, 홍콩)


그룹전
2014   얼굴전(GALLERY SOBAB, 양평)
2013   장국영 특별전(Moon Gallery, 홍콩, 중국)
2011   핑크시티전(인도 자이푸르, 의정부 예술의 전당)
2010   Protect Wildlife Heritage(Prince of Wales Museum of Western India, 뭄바이, 인도)
2009   미술과 놀이전(예술의 전당, 서울)
         Wonderful pictures (일민 미술관, 서울)
外 다수


작품 소장
미술은행, 외교부, UN한국대표부


현재
진주교대 미술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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