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04 ~ 2015-10-25
김구림,김영성
02.734.0440
전시 제목 : 김구림, 김영성 2인展 ‘그냥 지금 하자’
참여 작가 : 김구림, 김영성
전시 기간 : 2015년 9월 4일(금) ~ 10월 25일(일) (52일간)
전시 부문 및 출품작 수 : 김구림_ 회화 3점, 입체·설치 5점, 영상 1점
김영성_ 회화 15점, 입체·설치 1점
장 소 : OCI미술관 1~3F (서울시 종로구 수송동 46-15)
○ OCI미술관은 2015년 특별 기획전으로 아방가르드 예술의 선구자 김구림과 극사실주의를 구사하는 젊은 작가 김영성의 2인전을 개최한다.
○ 이미 1970년대부터 퍼포먼스, 개념미술, 실험영화 등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사의 한 획을 그은 김구림은 까마득한 ‘제자의 제자’와의 2인전에 참여한다. 젊은 작가 김영성은 김구림 작가에게 언젠가 함께 전시를 해보고 싶다는 존경을 표현 했는데, “뭘 나중에 해, 그냥 지금 하자” 라며 대가(大家)답게 여유로운 대답이 돌아왔다. 세대와 매체를 넘나드는 김구림의 실험적인 작업 태도와 포용력 그리고 이러한 열정을 따르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작업 세계를 구축하는 김영성의 집중력이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시너지가 돋보이는 전시를 선보이고자 한다.
○ 전시의 제목이 된 ‘그냥 지금 하자’는 시대의 유행, 조건 등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고 오직 예술을 위해 ‘현재’를 살아가는 두 작가의 거침없는 작가정신을 함축한 말이다. 또한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성찰한다는 의미로 동시대 미술의 진의를 짚어볼 수 있도록 하며, 우리에게 ‘핑계와 조건 없이’, ‘현재’, ‘행동’이라는 중요한 삶의 지침들을 상기시킨다.
○ 전혀 연결 고리가 없을 것처럼 보이는 김구림, 김영성 두 작가는 작품에서 ‘문명’과 ‘생명’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한다. 이들은 물신(物神)주의, 획일적인 대중문화 등을 낳은 현대사회의 물질문명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가진다. 특히 두 작가 모두 물질문명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을 표상하기 위해 의미가 상충되거나 어울리지 않는 다양한 개념과 요소들을 작품 안에서 결합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주로 인간의 신체, 자연의 요소들과 기계 부속품 등 문명의 산물들을 이질적으로 병치하여 문명 속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을 암시한다는 점이 두드러진 공통점이다. 사진, 오브제, 페인팅을 자유롭게 활용한 해체적인 콜라주와 입체의 방식을 활용한다는 점도 공유한다.
○ 김구림의 광범위하고 다층적인 전 작업들을 부분적으로 한정지어 보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과 김영성이 근작에서는 극사실회화에 집중하여 뚜렷한 형식적 변화가 있다는 점은 인지하지만, 두 작가가 문명과 생명의 문제를 꾸준하게 성찰한다는 점을 통해 시대를 뛰어넘는 김구림의 사유는 김영성 작가와 같은 이후 세대의 예술가들에게 일정 부분 대물림되어 다분히 영향력을 지닌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 전시는 세 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펼친다. 첫 번째 전시실에서는 ‘문명인을 위한 애도’라는 주제로, 전시장을 하나의 거대한 무덤으로 변화시킨 김구림의 설치를 통해 물질문명이 어떻게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지를 대면하게 된다. 같은 맥락으로 ‘사라진 자연에 관한 진술’에서는 옛 성현들의 말씀과 붉은 입술을 담은 김구림의 영상과 네온사인 속 박제를 넣은 김영성의 입체 등을 통해 문명의 발달로 인한 자연 파괴를 고발하고 동시에 정신적 가치를 경시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돌이켜본다. 마지막 섹션 ‘가장 작은 이들과의 만남’에서는 하찮게 치부되는 달팽이, 개구리와 같은 작은 생명체와 인공물이 함께 묘사된 김영성의 극사실 회화를 통해 물신의 사회에서 생명과 실존의 문제를 사유하도록 한다.
○ 김구림은 이미 6·70년대부터 실험영화, 대지미술, 메일아트, 개념미술, 퍼포먼스 등 ‘한국 최초’라는 타이틀을 새긴 수많은 작품들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였고,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자리한다. 80년대부터는 생성과 소멸, 자연과 문명 등 상반되는 여러 개념과 이미지, 상황들을 포용하는 우주적인 의미의 ‘음양’(陰陽)사상을 구축하여 이후 전 작업의 근간으로 이어가고 있다.
○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다양한 전 작업들 중 문명과 생명에 관한 신작인 대형 설치와 영상을 비롯하여, 회화, 콜라주에 이르는 작품들을 선택적으로 선보이는데, 이를 통해 왕성하게 활동하는 김구림의 또 한 번의 새로운 도전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김구림의 대표 신작 <음과 양-무덤>(2015)에서는 ‘오늘날의 초상’이 여실히 드러나는데, 여기에서는 인간 신체와 이질적인 문명의 요소들을 결합하여 그 불편한 관계를 노출시킨다. 거대한 무덤에 갇힌 시체의 형상과 길을 잃은 수 십 개의 네비게이션 모니터들을 병치하여 물질문명이 정신적 가치보다 중시되고 디지털화가 인간의 사고를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성의 죽음과 소외를 상기시킨다. 보는 이들은 누군가의 무덤을 파헤쳐서 보는 것 같은 실감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작가는 차가운 무덤에 갇힌 시체의 모습으로 문명에 갇혀 주체성을 상실해가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한다.
○ 문명이 오히려 인간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김구림의 생각은 문명이 자연 그리고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에 관한 탐구로도 이어진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영상 작품 <진한 장미>(2014)에서는 우리가 현 시대에서 깨달아야할 인간 본연의 태도를 이야기한다. 영상에서 등장하는 성적인 의미를 상징적인 붉은 입술과 이어서 나열되는 공자, 맹자 등 동양의 옛 성현들의 말씀들은 다변하는 물질문명 사회에서 더욱 절실하게 생각되어야 할 내면의 성찰을 상기시킨다. 이 작품에서 김구림은 마치 천상의 성자와 같은 목소리로 성현들의 말씀들을 읊는데, 병든 사회를 치유하고 변화시키고자 하는 그의 진지한 가르침을 통해 잊고 있었던 정신적인 성숙함의 필요성을 되짚어보게 한다.
○ 인간의 내면적 고찰과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사라진 현대 물질문명 사회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자연환경에 대한 이야기에 그 근본이 있다. 문명과 자연의 관계는 작가가 80년대에 미국 맨해튼에 거주할 당시부터 꾸준히 이어져 온 주제이다.
○ 작품<음과 양_12-S.26.>(2015)에서는 잘려진 나무, 모형 동물의 파편, 쇳조각, 부품과 같은 폐기물들과 인조잔디를 결합함으로써 자연 훼손을 경계하는 시각을 드러낸다. 자연과 기술문명의 잔재들이 혼재되어 있는 상황을 통해 파괴된 자연을 진단하고 인간과 자연이 그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는 반성적 사유를 재촉한다.
○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모습들을 예리한 감각으로 표상하는 김구림의 성찰적인 작품들은 격정의 현대사회 속 우리의 삶을 비춰보도록 할 것이며, 이는 김구림의 작업이 왜 동시대 미술의 핵에 자리하는 지를 깨닫는 깊은 공감의 장을 형성할 것이다.
김구림, 음과 양 12-S. 37, 2012, 91X132X60cm
○ 김영성은 90년대부터 현재까지 생명체들이 ‘생명 없는 물체’와 뒤섞여 그 생을 위협받는 물질문명 사회의 양상을 함축하는 ‘무·생·물(無.生.物)’ 개념을 작품을 통해 꾸준히 탐구한다. 초기에는 주로 인간과 동물의 신체와 인공물이 어우러진 입체, 설치, 콜라주 작품에 집중하다가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달팽이, 개구리 등의 작은 생명체를 극사실회화로 표현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 이번 전시에서는 90년대의 해체적인 콜라주, 입체 작업을 비롯하여, 근작으로 치밀한 묘사가 인상적인 극사실회화 작품들을 선보임으로써, 생명에 관한 작가의 지속적인 탐구 속 형식의 변화를 두루 살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작가는 초기 작품에서 주로 훼손된 신체와 건축물, 산업 폐기물 등의 요소들을 결합하여 인간에게 드리워진 문명의 그림자를 다소 직접적으로 표상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내장이 드러나도록 박제한 고양이를 네온사인으로 장식된 기둥 안에 놓은 입체 작품 <無.生.物>(1995)과 인간과 동물의 시체 사진 위에 전자기판, 부품 등 기술문명의 잔해과 검은 폴리코트를 드리핑한 콜라주 연작들을 대표적으로 선보인다. 시체의 형상들과 문명을 상징하는 네온사인, 검은 폴리코트, 부품 등을 이질적으로 병치함으로써 문명사회 안에서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 사실 이러한 작품들은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의 참담함을 표현한 것으로, 작가의 구작을 재조명하는 것은 문명이 인간을 죽음으로 이끈 대표적인 ‘그 사건’에 관한 작품들을 통해 문명사회 속 생명의 문제를 현재에 되짚어보기 위함이다.
○ 극사실회화에서도 인공물과 생명체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생명의 의미를 짚어보는 ‘무·생·물’개념은 일관적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개구리와 달팽이 등 작은 생명체들을 기르고 생태를 파악하는 것에서 작품을 시작하는데, 스푼이나 유리컵 등에 이들을 올려놓고 가장 적절한 순간을 사진으로 촬영하여 오묘한 색감과 섬세한 형태가 돋보이는 회화로 담아낸다. 생명체를 물컵, 티스푼 등과 결합한 것이나 실제와는 다른 큰 대상의 크기는 마치 주인공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연극의 한 장면을 상기시킨다.
○ 작가는 수십 자루의 세필과 캔버스로 사투를 벌여 보잘것없이 여겨지는 생명들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봐달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먹는 유리컵, 스푼 등을 결합한 것도 이들이 식용, 실험용, 관상용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함이다.
○ 김영성은 대상의 ‘본질’에 가장 가까워지기 위해 극사실의 기법을 사용하지만 현실에는 없는, 가장 작은이들이 의기양양한 주인공이 되는 세계를 그려낸다. 물신의 사회에서 ‘가장 쉽게 여겨질 수 있는 생명’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을 생각하도록 한다.
김영성, 無.生.物, 2014, 캔버스에 유채, 162x130cm
김영성, 無.生.物, 2015, 캔버스에 유채, 117x73cm
김영성, 無.生.物, 2015, 캔버스에 유채, 117x7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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