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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희영 :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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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 화단은 다양한 사조의 화풍이나 역사적 전통의 깊이 있는 이해를 토대로 한 다양한 재료 및 기법의 연구 및 실험적 표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미술계에도 Contemporary Art 라는 명목 하에 유행처럼 번지는 사조의 흐름이 있어, 그 외의 사조에 대해서는 외면하는 풍조가 만연하다. 한국미술계의 역량이 강화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회화기법부터 현대회화기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험에 의한 작품들이 발표되어지고 상호 교류에 의해 자극받고 보완되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본인은 처음의 취지나 과정보다는 단순한 결과물로 제시되는 이미지에만 열광하는 현대인들에게 ‘느림의 미학’이 무엇인지 보여 주고자 본 전시를 기획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프레스코와 더불어 15C까지 유럽의 주류기법이었던 템페라기법의 매력과 독특한 개성을 현대에 맞게, 자신만의 양식을 만들어내는 하나의 단계를 넘어선 완성된 작품들을 선보이고자 한다.

템페라기법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회화기법의 원류이다. 고전기법인 템페라 기법은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진 않지만 기저재의 선택 및 제작, 안료와 유탁액(emulsion)의 조합 및 다양한 기법에 의한 채색 등 일련의 회화의 기본과정을 이해하는데 매우 유용한 기법이라 생각되어진다. 회화의 전통기법에 있어 템페라기법 없이는 유화기법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이해가 불가하다. 그저 무엇인가 좋은 결과가 나타나길 기대하면서 끝도 없이 조합되어지고 실험되어졌던 템페라기법은 옛 대가들이 남긴 역사적 유산과 함께 새로운 잠재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 위에 템페라는 물과 기름을 수용하는 양면적인 유탁액(emulsion)의 특징으로 인하여, 유성성분을 화가 자신이 임의대로 조절하여 다양한 기법상의 가능성을 실험할 수 있으며, 유연모의 붓을 사용하여 숨이 긴 섬세한 선의 표현에도 적합하다. 또한 동양화의 전통안료와 붓을 부분적으로 겸용해 사용 가능하다. 서양의 전통기법임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모르게 동양적 풍미와 섬세함, 친근함, 소박함이 느껴지는 독자적인 템페라 기법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본 전시에서는 은은하게 밑그림이 내비치는 투명 막을 씌우기 위해 특별히 조합한 템페라모제(tempera medium)을 이용한 투층 기법을 여러 번 반복하여 투명감과 입체감이 화면전체를 아우르도록 한다.`날개`는 꽃이 상징하는 미의 본질을 향해 날아오르는 깊은 공간 안의 자아의 표현이다. 시공을 초월한 영원성, 불변의 가치로써의 미의본질을 추구하는 인간본성을 공간을 부유하는 꽃의 이미지로 표현하고자 했다.



- 템페라기법에 관하여 -

템페라는 프레스코와 더불어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회화기법의 원류이다. 유럽에서 15세기  경 반아이크가 유화기법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전까지의 거의 모든 회화 작품들이 템페라기법으로 그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세의 장식 사본들과 중세말기부터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제단화를 비롯한 서양화의 주요기법은 템페라기법이었기 때문이다.
템페라기법은 유학기간동안 나에게 소중한 표현기법이 되었다.
템페라의 가장 큰 특징은 어떠한 경우에도 유탁액(emulsion)을 모제(medium)로 사용한다는 점이며 천연재료로는 주로 계란노른자를 사용한다. 난황을 소량의 물과 혼합해서 사용하는 단순한 유탁액(emulsion)으로부터 좀 더 아름다운 광택, 뛰어난 발색효과를 위하여 기름, 수지, 정유, 밀랍, 글리세린 등을 첨가하기도 한다. 물감을 사용할 때마다 만들어 쓰고, 일반의 기성캔버스 위에 잘 고착되지 않기 때문에 옛 문헌 속 전통기법대로 마천을 아교로 판넬 위에 붙인 후 직접 손으로 조합한 천연 제소로 밑칠을 여러 번 반복하고 곱게 갈아낸 후 그림을 그린다. 이렇게 많은 노동과 수작업을 요하지만 화가의 손끝숙련으로 얻어지는 재료의 이해 및 실재응용에 있어 매우 유용한 기법이라 생각되어진다. 템페라는 물과 기름을 함께 사용하는 양면적인 유탁액(emulsion)의 특징으로 인하여, 유성성분을 화가자신이 임의대로 조절하여 다양한 기법상의 가능성을 실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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