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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애란전:Two Different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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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Two Different Place


모든 육체적 노동은 인간을 고결하게 한다. 노동과 사색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바느질은 설명할 수 없는 무심한 감정과 고조된 감정 사이에서 평정심으로 자리를 잡고 서로 다른 두 세계를 내 안으로 받아들이는 감각을 키워준다. 내가 나에게 건넨 말들이 조곤조곤히 들려주는 어머니의 속 깊은 사랑처럼 내 안으로 깊숙이 들려온다. 실과 실이 이어져 결을 만들어 가듯 사랑은 관계와 관계를, 세계와 또 다른 두 세계를 보이지 않는 결로 이어가게 한다. 바느질은 아날로그적 삶의 시간적 재현이다. 과거와 현재가 촘촘히 니트조직처럼 짜여 시간은 망각으로 덮이고 캔버스천 위에는 어느덧 비현실적 세계가 비로소 아름답게 하나 둘 천천히 수놓아진다. 하루를 몽상으로 시간과 공간을 여행하는 동안 차분하고도 아늑한 감각은 사람관계에서 얻은 묵직한 통증을 치유해주는 처방약이 된다.


바느질할 때 유의할 점이 몇 가지 있다.
풀리지 않고 엉켜버린 실은 가위로 자르고 새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실과 실은 바늘로 인해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한다. 적당한 곳에서 단단히 매듭을 짓기도 하고 섬세히 풀기도 해야 한다. 원점으로 되돌아가기도 하고, 중첩시켜 반복을 거듭해야 하기도 한다. 바늘에 찔려 피가 난다고 해서 또 다시 상처 나는 것을 겁내지 말아야 한다. 아물고 나면 더 단단해진다.


나는 쟝그르니에의 이 말을 좋아한다. ‘순간 나는 오직 내 발과 땅, 내 눈과 빛의 결합을 통해서 나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나는 침묵의 시간, 의식의 깊은 곳에서 만났던 또 다른 나와의 만남과 결합을 통해 나를 온전한 나로 받아들인다. 나의 불완전함을 순순히 받아 들이듯 나와 다른 세계도 즐거이 받아들인다.



평론

미묘함과 단순함 역설

강태성(예술학)


하나이면서 여러 개의 색 

그의 색은 다른 색이다. 뉴앙스의 색이다. 섬세한 차이는 때로는 잘 보일 때도 있지만 거의 안 보일 때도 있다. 작가는 거의 느낄 수 없는 차이를 제시한다. 또한 지각하기 힘든 상태(imperceptible)에 이르게 한다. 그래서 섬세한 차이의 색, 다르면서도 같은 느낌을 형성하는 확대된 동일성이다. 이러한 차이를 형성하는 뉴앙스의 시각은 일반적으로 단순하게 보는 시각과는 다른 시각이다. 즉 이질성으로서의 동일성이다.


함께 있는 조형  

옷을 뜨는 행위는 그에게서 더욱 모성과 사랑, 인간의 관계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이 옷은 ‘느낄 수 있는 것’, 센스티브한 것을 극대화시키는 조형이다. 레비나스(Levinas)에게서는 만짐은 또한 사랑의 터치와도 연관시킨다. 그것은 고립된 자아가 타인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갖는 매우 존재적이고 현상학적인 공간이다. 즉 그것은 만지고-만져지는 함께 하는 이의 내부의 영역에 관한 경험이고 그것을 의미하는 기호이다. 옷은 이러한 만짐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능동과 수동의 구분을 더 이상 무가치하게 만들어 섞어버린다. 


그의 작품은 촉각의 공간이며 촉각의 시각이고 감성의 시각이다. 이렇게 뜨개질한 옷, 편물은 어머니의 감성이고 사랑하는 가족•아내•자녀 등을 지시하는 공간이다. 이 공간은 감성이 있으면서도 감성을 넘어서는 것이다. 즉 감성을 넘어서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것)으로 향하는 것이다. 터치와 사랑의 터치는 말하자면 “찾는 것이거나, 뒤지는 것이다. 그것은 드러내려는 목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비가시적인 곳을 향해 찾아 조사하는 것이다.” (Levinas, Totalité et Infini ). 레비나스 말처럼 이러한 시각은 터치에 의해서 개인 그 자신을 벗어나는 과정으로 제시되는데 이것은 그것에서 끝나지 않고 옷 자체가 이질화되어 하나의 형상처럼 제시됨에 따라 더욱 타인의 존재로 다가가는 것이다. 즉 다른 공간으로 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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