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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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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신애 판화전

  • 전시분류

    개인

  • 전시기간

    2015-10-29 ~ 2015-11-04

  • 전시 장소

    아트스페이스퀄리아

  • 유/무료

    무료

  • 문의처

    02-379-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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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유물, 여성성의 기억

 

 

임대식 (미술비평 / 아터테인 대표)

 

흔히 의식은 생명체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요구되는 근본적인 조건으로서 물리적 신체와 심리적 경험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의식은 본능적이거나 습관적인 자동행위와 같은 특성을 지니지만 무엇보다도 외부세계와 상호작용하는 실천적 맥락에서이해된다. 그에 비해 무의식은 의식과는 달리 비표상적으로 경험과 실천의 대상이 되지 못한 채 존재한다. 그러나 무의식은 의식을 발생시키는 자체적 원동력이며 다양한 의식의 경험들이 실재 작동할 수 있는 잠재성을 지니고있다. 의식은 명확하게 인지되고 경험할 수 있는 대상으로부터 비롯된 구체적인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우리는 그러한 의식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근거로하여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무리무의식이 우리의 의식을 발생시키는 근원이라고 해도 실제로 명확하게 알 수 없음으로 인해 무의식은 언제나 우리에게 늘 불안한 존재였다. 그러나 심리적 경험의 부분에서는 무의식이 전혀 알 수 없는 존재는 아니다. 심리적경험속에 발현된 다양한 무의식의 흔적을 쫓아 그 잠재적 실재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잠재적 실재는반복적으로 재현되면서 의식의 창조적인 사유적 역량을 회복시킨다. ,무의식 속에는 의식화 되지 못한 창조적 에너지가 마치 마그마처럼 뒤엉켜 있어 그것이 의식적으로 가시화 되었을 때 폭발적으로 드러나게된다.

권신애 작가는 판화기법을 통해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무의식의 신호들을 끊임없이 조형적 언어로 재현하고있다. 작가는 전형적인 판화기법을 유지하면서 판화의 복수성보다는 판화 자체가 지니고 있는 회화성에 더심취해 있는 듯 하다. 의식활동이 닫혀지는 순간, 말그대로멍때리는 순간 무의식은 우리의 신체 어딘가를 통해 드러나게 된다. 예를들어 머리속에 그려지는 다양한의미도 모를 이미지들, 생뚱맞게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들, 아무의식없이 끄적이게 되는 낙서들, 그 시작을 모르게 느껴지는 다양한 감정들이 그것이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작가의 메시지가 시작된다.

작업은 한자 그대로 따지자면 업을 만드는 일이다. 업은 살면서 내가짊어지고 가야할 그 무엇이다. , 삶의 무게 그것이다. 태어난 이유로 짊어져야할 업말고도 업을 더 만드는 일, 그것이 작가들의작업이다. 해서 매일매일을 신체적으로 업을 풀어내는 작가가 있는 반면 정신적으로 끊임없이 업을 만들어내는 작가가 있다. 권신애는 후자의 경우다. 무의식의 흐름들에늘 주의를 기울이며 그것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그것이 시각화되기 전까지 작가 역시자신의 무의식이 전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들의 반복적 발현은 작가의 조형 언어가되고 그것은 일종의 패턴을 만들게 된다. 그 패턴으로 말미암아 이제 비로소 우리는 작가의 무의식에서시작된 그의 메시지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과연 그는 어떤 삶을 영위했을까.  

우선, 그의 시각화된 무의식은 여성성에 대한 상징으로 가득하다. 그것은 여성과 남성과 같은 생물학적인 구분에서의 여성성이 아니라 여성이 지니는 모든 상징들로부터 이해되는 여성그 자체의 근본적인 상상력이다. 예를들어 지구는 태양의 빛을 받아 들이는 주체로서 여성이며 모든 것을품고 태동시키는 땅으로서의 여성이다. 빛을 품어 생명을 잉태하는 근원으로서 여성성이야말로 작가가 발굴하듯이찾아낸 그의 일상의 유물이다. 유물은 먼 과거의 흔적이면서 동시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유면서 미래의혜안이다. 그렇게 일상에서 발굴된 작가의 유물 중 하나가 여성성의 패턴을 담고있는 항아리다. 여성성에 대한 근원적 상징으로서 항아리는 품는다 그리고 다시 되돌린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일상의 유물들을 발굴하기 위한 작가의 단초는 마치 주술사가 사용했을법한 부적같은 추상적 도식이다. 매일 일기를 쓰듯 그날 그날의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풀어내는 가장 처음의 패턴은 무의식처럼 전혀 그 배경을알 수 없는 추상적인 도식들이다. 추상적 도식은 고도로 발달된 정신성의 재현이기도 하지만 빗금을 긋고원을 그리는 것과 같이 지극히 단순한 신체적 흔적이기도 하다. 이는 막연하나마 작가가 살아온 삶의 흔적이기도하다. 이 추상적 패턴은 동판에 그려지고 잉크로 종이와 같은 화면위에 찍혀지는 판화기법을 통해 다양한형상으로 만들어 진다. 그리고 그 형상들은 작가의 감정들을 대신하게 된다. 이는 근원적인 여성성에 대한 재현이면서 동시에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여성, 그고단함으로부터의 탈출구이기도 하다.

애초에 그림은 언어 이전에 그 자체 메시지가 명확한 전달 매체였다. 또한, 기록의 매체이기도 했다. 언어와 같은 소통과 기록의 매체가 발명된이후 그림은 예술의 영역으로 위치 이동하면서 우리의 정신활동과 밀접해졌다. 그러나 그것이 지극히 작가개인적인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해야 한다. 간혹 현대미술이 단순히미적 조형성만을 추구하여 정작 작가의 이야기들이 그 이면에 가려지는 모호함을 추구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림은 작가의 진솔한 경험이 얼마나 예술적으로전달 될 수 있느냐에 따라 감상의 묘미를 지니게 된다. 따라서 일상의 경험속에서 여성성의 상징을 찾고일기 쓰듯 그 상징들을 진솔하게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표현하고 있는 권신애의 그리기는 한편, 살기 위한또 다른 삶의 방편처럼 절실하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단순히 누군가를 미워했다는 감정만으로도 스스로 정화하기 위해 뜨거운 가죽 텐트 속에서 연기를피우면서 명상을 한다. 미워했던 감정이 단 한점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 명상을 멈추지 않는다. 권신애의 그리기 역시 이와같은 명상과 힐링을 바탕에 두고 있다. 무의식이전하는 메시지에 집중하고 시각화하는 작업은 자신의 내면을 평온하게 바라보는 명상과 같다. 작가가 일상에서발굴한 유물과 같은 근원적인 여성성으로 이 시대 여성들의 고단한 삶의 치유를 이야기 하듯 혹, 우리의영혼이 이 바쁜 삶을 잘 쫓아 오고 있는지 한번쯤 뒤돌아 봐야겠다. 무언가로 부터 쫓기는 듯한 이 삶의불안함에 대해 최소한 오늘 하루만이라도 너그러워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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