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Re-birth’ 展
이미애
2015.12.23 - 12.30
Opening 12.23, 6pm
작품제목: Re-birth/ Behind Story I (2009-2015)
100x130cm burn out, mixed media on fabric, Light box
이중적 혹은 다중적 시대의 허상과 침몰되어가는 진정성은 우리를 허탈하고 공허하게 한다. 거짓된 허상 뒤에 숨겨진 솔직한 이야기들을 끄집어내어 드러내고, 공허한 이들에게 위안과 위로의 공간을 제시하며 그 안에서 진정한 자아와 소통하게 하는 회화적 임무를 수행하고자 한다. 꽃을 소재로 하여 보이는 아름다운 형상의 의미를 자각하고 그것의 외형적 이미지를 과감하게 지워버림을 통하여 화려한 형상의 무의미함을 인식하게 된다. 또한 투명한 창과 드리워진 빛을 통해 지워진 형상이 아닌 또 다른 공간속에 숨겨진 이미지를 발견하고 진정한 본질과 위안 그리고 진정한 자아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리다 그리고 지우다...
동양화의 화훼화를 그려나가듯 익숙한 꽃의 이미지들이 흰 천위로 가지런히 옮겨진다. 때로는 사실적인 드로잉으로 때로는 관념적이고 패턴화된 다양한 꽃의 형상들이 화려하게 천위로 그려진다. 이는 현실에서 경험하는 규격화된 혹은 세상이 강요하는 다수의 의견이거나 잃어버린 개인들의 희망이기도 하다. 그러나 결국 그려진 화려하고 거짓된 형상들은 태워지고 지워져 그 형상을 잃게 된다.
다시 채우다..
꽃은 거짓되고 가식적인 허상의 의미 없는 아름다움(美)을 벗어버린다. 태워져 없어진 허상뒤로 비워진 꽃모양의 윤곽만이 조용히 드러난다. 그 위로 다시 색이 입혀지고 진실된 이야기들과 무의식적이며 자유로운 이미지들이 지워진 공간을 다시 채워간다.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거나 잃어 버렸던 어떤 근원의 모습이 눈앞에 다시 펼쳐지고 평온한 안식처가 만들어진다.
빛(light)이 지나가다..
화면위로 빛이 지나가며 태워진 꽃들의 윤곽선을 환하게 비추고, 무의미했던 공간과 지워진 흔적들에 생명을 부여한다. 소멸된 형상들과 숨겨진 이미지들이 빛을 통해 되살아나는 것이다. 빛은 숨겨진 본질을 비추어 드러내고 생명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빛을 통해 들여다보이는 공간 속에는 본인이 이상화하는 화려하고, 거짓된 꽃이 아닌 생명의 말씀과 작가의 묵상, 솔직한 고백들이 함께 어우러져 빛나고 있다. 빛으로 오신 주님이 우리의 삶에 회복과 기쁨, 깨달음, 그리고 안식을 주시 듯, 화면 속에서 빛과 함께 밝게 빛나는 진솔한 이야기들이 지친 이들에게 위안이 된다.
이미애작가가 발언하고자 하는 것은 화려한 外形뒤에 숨어있는 진정한 形象을 보고자 함이며 虛像으로 가득찬 현실의 문을 지나 진정한 자아와 만나고자 하는 것이다. ......중략..... 이미애의 그림은 화려한 현실 속에서 잃어버린 진정한 우리의 모습을 찾아가는 旅路이다. 자신만의 신념을 강요하거나 화려하고 풍요로운 소비만으로 가득한 이 시대에 화가는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탐색을 한다. 우리가 보려고 하지 않는 인간 본연의 善을 찾아서 거대한 현실의 빗장을 열고 들어가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이미애 그림의 추구점이라 보인다.
장정란 | 미술사, 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