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2016 신한갤러리 역삼 기획전
<In Between>
참여작가: 윤민섭
전시기간: 2016. 1.28(목)~3.17(목)
오프닝: 2016. 1.28(목), 18:00
런치토크:2016. 2.24(수), 12:00
1.
서른 개의 바퀴살이 바퀴 통에 모여 있으나
바퀴 통 복판이 비어 있음으로 쓸모가 있고,
찰흙을 이겨 옹기 그릇을 만드나,
그 한가운데가 비어 있어, 쓸모가 있다.
문과 창을 만들어 방을 만드나
안이 비어 있기 때문에 방으로 쓸모가 있다.
그러므로 모양이 있는 것이 쓸모가 있는 것은
모양이 없는 것이 그 뒷받침을 하기 때문이다.
- 노자, 도덕경 11장.
2
나는 히키코모리이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바로 나의 집, 나의 방인 것이다. 집의 크기, 형태, 그 어떠한 컨디션에도 상관없이 네 개의 벽과 하나의 창이 있기만 하다면 저 문 너머로 일어나는 세상 밖의 일은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별개의 이야기가 된다. 이 작은 공간은 또한 나의 체취와 형태를 기억하며 고스란히 나를 담아낸다. 벗어놓은 옷가지, 바닥에 널브러져있는 책들, 양말, 정리되어있지 않은 침대, 정신 없는 책상. 이 사물들 안에서 나는 자유로우며, 솔직하고 가장 안전하다. 내가 만들어 놓은 공간이자, 나를 지탱해주는 공간, 오롯이 내 자신이 드러나는, 거짓 없는 공간이 나의 집이다.
3.
4.
히키코모리
1970년대부터 일본에서 나타나기 시작해, 1990년대 중반 은둔형 외톨이들이 나타나면서 사회문제로 떠오른 용어이다. 히키코모리는 '틀어박히다'는 뜻의 일본어로,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
이들은 스스로 사회와 담을 쌓고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생활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일본 후생성은 2001년부터 6개월 이상 이러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을 히키코모리로 분류하고 있다. 사람에 따라 3~4년, 심하면 10년 이상을 방안에 갇혀 지내는 예도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다음과 같다.
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꺼린다. ② 낮에는 잠을 자고, 밤이 되면 일어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인터넷에 몰두한다. ③ 자기혐오나 상실감 또는 우울증 증상을 보인다. ④ 부모에게 응석을 부리고, 심할 때는 폭력까지 행사한다.
학자들은 핵가족화로 인한 이웃·친척들과의 단절,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한 급속한 사회변화, 학력 지상주의에 따른 압박감,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취업하지 못하는 데 따르는 심리적 부담감, 갑작스러운 실직, 사교성 없는 내성적인 성격 등 여러 요인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5.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뱀은 자신의 꼬리를 먹기 시작했다.
뱀은 자신의 꼬리를 먹었다. 뱀은 자신의 폐를 먹었다. 뱀은 자신의 간을 먹었다.
뱀은 자신의 위를 먹었다. 뱀은 자신의 심장을 먹었다. 뱀은 자신의 눈을 먹었다.
뱀은 그렇게 자신의 꼬리부터 머리까지 남김없이 먹어 치웠다.
뱀은 처음부터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완벽하게 사라졌다.
내 어머니의 자궁은 매우 따뜻했다.
그곳의 온전한 어둠과 절대적 고독은 나에게 무한의 자유를 주었다.
나는 그렇게 완전한 세상으로부터 태어나 불완전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