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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림전 : 아름다운 미망인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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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개

 

최봉림, 8. 2015, Inkjet print,131.3 98.6 cm 


사진평론가이자 전시기획자, 그리고 작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최봉림의 네 번째 개인전 《아름다운 미망인의 봄》이 3월 10일(목)부터 3월 27일(일)까지 갤러리 룩스에서 개최된다. 

《아름다운 미망인의 봄》은 봄 기운이 물씬 풍기는 풍경 사진, 그것들의 시간적 내러티브와 존 케이지의 음악으로 구성된다. 사실 봄은 매년 3월이 되면 어김없이 되돌아오는 계절이기에 특별할 것 없어 보인다. 최봉림 역시 그랬다. 그러나 지천명의 나이에 이른 그에게 '봄'은 특별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정말 '봄'을 경험하는 것인지 질문을 던지며, '봄'을 체감시켜준다.

최봉림의 이번 작업은 죽음의 겨울을 이겨내고 찬란히 탄생하는 식물들의 삶에 대한 경이로부터 시작됐다. 그의 풍경 사진, 그것들의 시간적 내러티브와 존 케이지의 음악을 통해 우리는 '봄'을 바라보게 된다.  그는 대형카메라와 삼각대를 메고, 봄 기운을 따라 이 산, 저 산을 오르내렸다. 움터오는 푸른 빛의 새싹과 꽃의 풍경을 보여준다. 한편 봄의 기운이 무색하리만큼 초여름의 풍경도 함께 보여준다. 
최봉림은 '봄'이 특별하게 다가오게 된 이유를 '지나가 버린 세월'에서 찾고 있다. 또한 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또 다시 황무지에서 새로운 삶의 열망을 잃어버리고 환희를 꿈꾸지 못하는 삶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덧붙여 말한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아름답게 봄의 기운과 풍경을 찾아나선 그의 사진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전시장 공간에 반복해서 울리는 존 케이지의 음악 소리와 함께 최봉림이 찾아온 봄의 이미지는 잔상처럼 남겨지다가도 새싹의 푸름처럼 다시 진해져 오기 때문이다. 

전시문의. 갤러리 룩스(02-720-8488)


작업노트 

쉰 살이 지나자 봄이 보이기 시작했다. 겨울 끝에 돋아나는 새싹이 신비로웠고, 메마른 가지에서 피어오르는 봄꽃은 경이로웠다. 죽음의 겨울을 이겨낸 식물의 삶이 대견스럽고 대단해 보였다. 갱생과 신생의 봄을 사진으로 간직하고 싶었다. 봄기운이 감도는 이곳저곳을 찾아다녔고, 봄기운이 가득한 이산 저산을 올랐다. 몇 년 동안 4-5월이면 아름다운 봄을 만난다는 설렘에 먼 길도 지루하지 않았고 힘든 산행도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대형카메라 배낭을 메고 삼각대를 어깨에 걸친 나는 아름다운 봄보다 빨리 오거나 뒤늦게 도착하기가 일쑤였다. 내가 기대하는 봄은 가시지 않은 찬 기운에 몸을 사리거나, 불쑥 다가온 더위에 청순함을 잃고 있었다. 그래도 가끔씩 그 봄이 속살을 드러내면, 나는 마음을 졸이며 노안을 크게 뜨고 그 신록과 꽃에 더디게 초점을 맞췄다. 


  이렇게 내게 봄이 다가온 것은 그렇게 지나간 버린 세월 탓이었다. 초췌해진 감성은 멀리 가버린 젊은 날을 헛되이 그리워하고 있었다. 무미건조한 일상과 닳아빠진 시간의 흐름 속에서 봄날의 화사함을 욕망하고 있었다. 겨울의 움츠린 삶을 떨쳐버리고 새 봄의 새 삶을 살고 싶었다. 봄이 오는 어느 날 우리가 갑자기 푸르러진 양지쪽을 보고 놀라는 것은 동면의 삶이 불현듯 깨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문득 새 생명의 환희를 되찾고 싶다는 충동 때문이리라.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봄꽃이 지고 신록이 짙어지면, 삶을 바꾸려는 첨예한 바람은 무뎌진다. 또다시 때 묻은 이파리와 함께 범용한 일상에 매몰된다. 눈 덮인 땅에 새 삶의 욕망을 묻어버렸듯이 짙어가는 녹음에 갱생의 희망을 덮어버린다.


  이것이 불모의 겨울로부터 깨어나는 초봄에서 불임의 초여름으로 이어지는《아름다운 미망인의 봄》의 내러티브다. 따라서《아름다운 미망인의 봄》은 주제 전개에 있어서 일정 부분 T. S. Eliot의 <The Waste Land>(1922)에 빚지고 있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꽃피우며, 기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무뎌진 뿌리를 봄비로 휘젓는 잔인한 4월”이 지나면, 또다시 황무지에서 새로운 삶의 열망을 잃어버리고 환희를 꿈꾸지 못하는 삶으로 전락한다는 것이 전시회의 주제이기 때문이다.《아름다운 미망인의 봄》은 독립된 각각의 사진과 그것들의 시간적 연결을 통해 이 실망스런 삶의 반복을 환기한다. 


  전시제목은 James Joyce의『Finnegans Wake』(1939)의 book III, chapter 4에 나오는 문구인 “열여덟 아름다운 미망인의 봄the wonderful widow of eighteen springs”에서 따온 것이다. 이 문구를 알게 된 것은 John Cage 덕분이다. 그는 이 문구를 제목으로 그리고 그 주변 문장들을 가사로 삼아 1942년에 ‘목소리와 피아노 건반덮개를 위한 노래’를 작곡했다. 내레이터는 물론이고 내러티브를 상정하기 어려운 이 문장들은 몽환적이지만 실제처럼 감각적이다. 색은 풍요롭고 형상은 촉각을 건드리며, 선율은 속삭이고 그윽한 향기는 떠날 줄을 모른다. 내 봄 사진의 이상이다. 



주요 출품작 (자료제공: 갤러리 룩스)
0. 98.6x131.3cm, Inkjet print, 2012



1. 30x45cm, Inkjet print, 2003 



4. 98.6x149.4cm, Inkjet print, 2012

작가 CV

최봉림  CHOI Bom

학력
1998 파리1대학 미술사학과 (박사) (논문제목 : 손의 초상과 사진)
1994 파리10대학 현대프랑스사학과 박사준비심화과정 졸업 (D.E.A.)
1986 서울대 인문대학원 불문학과 졸업 (석사)
1984 한국 외국어대학 불어과 졸업 (학사)

개인전
2014 Photographic Reconstruction 2: Pyramid, 갤러리 룩스, 서울
2010 우연의 배열, 공근혜 갤러리, 서울
2006 Photographic Reconstruction,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 서울

단체전
2015 랜드마크: 도시의 찬란한 꿈, 63 스카이아트 미술관, 서울
2012 12인의 사진 기증작품 특별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1 Flux, 갤러리 룩스, 서울
    3 Photographic Acts, 한미사진미술관, 서울
2010 현대사진의 면모, 한국 미술관, 용인
2007 숨은 사진 찾기, 동덕아트갤러리, 서울

전시기획 
2007 숨은 사진 찾기, 동덕아트갤러리, 서울
2006 제1회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 ‘Ultra Sense’, 서울
2005 상업사진의 변천사, 한미사진미술관, 서울
2004 다큐먼트, 사진 아카이브의 지형도,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02 하남시 국제사진페스티벌 ‘사진과 역사’, 하남
2001 삶의 시간, 시간의 얼굴, 토탈미술관, 서울

경력
2009-현재  한국사진문화연구소 소장
2003-2006 경원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2000-2003 홍익대 산미대학원 사진학과 겸임교수

출판
-저서
『서양 사진사 32장면』, 아카이브북스, 2011
『기계적 예술에서 사진예술로』, 포토넷, 2007
『에드워드 슈타이켄』, 디자인하우스, 2000

-역서 
에밀 졸라, 『제르미날』, 책마루, 2015
로잘린드 크라우스, 『사진, 인덱스, 현대미술』, 궁리, 2003
도마쓰 쇼메이, 이안 제프리,『도마쓰 쇼메이』, 열화당, 2001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 한미사진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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