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16-03-02 ~ 2016-03-08
김정은
무료
+82.2.737.4678
갤러리 도스 기획
김정은 ‘완벽한’관계展
2016. 3. 2 (수) ~ 2016. 3. 8 (화)
1. 전시개요
■ 전 시 명: 갤러리 도스 기획_김정은 ‘완벽한’ 관계 展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Gallery DOS (갤러리 도스)
■ 전시기간: 2016. 3. 2 (수) ~ 2016. 3. 8 (화)
2. 전시내용
김정은의 ‘완벽한’ 관계에 대한 사유 이미지
■ 관계의 물음: 관계라는 물음 그리고 관계가 제기하는 문제들
김정은은 관계를 사유한다. 관계라는 명사에 형용사 완벽한을 붙이고, 여기에 다시 인용부호를 붙여 ‘완벽한’ 관계를 사유한다. 작가는 왜 ‘완벽한’이라는 형용사와 인용부호를 붙였을까? 작가가 말하고 싶은 관계는 어떤 관계일까? 작가는 첫 개인전 <‘완벽한’ 관계>를 통해 우리에게 ‘관계’, ‘완벽함’, ‘인용부호’, 그리고 이들이 불러일으키는 문제들에 대해 사유할 것을 요청한다.
하나와 다른 하나의 관계는 어떻게 가능한가? 홀로 온전한 나르키소스는 자기 자신을 제외한 다른 타자에게 관심이 없고, 다른 이들과 관계 맺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는 수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완벽하게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다. 그렇다면 나르키소스와 달리, 결핍이나 한계를 지닌 까닭에 완벽하지 않은 존재만이 관계-맺기를 원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시간성의 지배 아래 살아가는 인간 존재는 이미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죽음이라는 한계를 자신의 내부에 품게 된다. 이를테면 인간은 구성적으로 유한하고, 세계 속에 던져진 존재이기에 필연적으로 타자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서구 형이상학의 역사에서 완벽한 존재의 위상은 언제나 신이 차지했고, 인간은 결핍이나 한계를 가진 자로 간주되어 왔다. 하지만 신의 아들인 예수가 처형을 당하는 순간 외쳤던 “하느님, 왜 나를 버리십니까?”라는 절규는 예수 역시 완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말해 신이자 인간인 동시에 신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자라는 자신의 한계를 드러내고, 그 드러냄의 순간을 표지한다. 지젝이 타당하게 지적한 것처럼, 신은 인간세계에 개입하는 경우에만 신 자신일 수 있다. 따라서 어쩌면 온전하다고 가정되어 온 신이라는 존재는 인간의 욕망이 투사된 완벽함에 대한 환상(fantasy)일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의 사유가 지닌 온전함과 결핍이라는 오래된 대립구조 역시 시공간의 제약을 받는 인간의 구성적 한계를 덮기 위한 하나의 방어체계일 수 있다. 결국 결핍을 지닌 인간이 만들어낸 관계들은 그 시작부터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관계들 속에서 경험한 상처와 자신의 몸의 연관관계를 말한다. 그는 가장 친밀하고 완벽하다고 간주해온 관계들 속에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경험했다고 고백하고, 이 상처는 단순히 치유되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 지속적으로, 흔적의 형태로 기입된다고 말한다. 완벽한 관계란 애초부터 불가능하기에,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은 필연적으로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작가는 ‘완전한’이라는 형용사에 인용부호를 붙임으로써 애초부터 완벽한 관계란 불가능함을 가리키고 싶었을지 모른다.
■ 몸을 매개로 한 나와 타자, 나와 세계의 관계 – 다발 혹은 묶음, 그리고 접목
김정은은 관계에 대한 자신의 사유를 몸의 파편적 이미지들로 그려낸다. 초기 작업부터 지속적으로 등장해 온 잘린 손가락은 ‘다발’ 혹은 ‘묶음’의 형태와 ‘접목’의 형상으로 나타난다. 구체적으로 작가는 <everything is nothing>(2012, 2016)에서 여러 개의 잘린 손가락들을 붉은 실로 묶어 반복적으로 나열하거나, <world>(2015)에서처럼 거대한 그물망 속에 절단된 손가락들을 한 데 모아 둔다. 낱개의 손가락은 분절되고 분리된 모습으로 각기 다른 관계들의 절단을 가리키면서 동시에 한 공간에 나란히 배열되어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지각하고 경험했던 관계들이 총 집합됨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이질적이고 특이성을 지닌 각각이 같은 장소에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에 한 번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이미 잘려 버린 손가락들은 그물망 안에 뒤엉켜있지만 겉보기에는 여전히 풍성한 수확을 이룬 물고기 그물망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 이 연상은 손가락들이 더 큰 그물망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에 오히려 온전한 전체를 구성하는 부분들의 모임을 가정하기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작가가 보여주려는 절단과 총합의 반복은 오히려 부분이 전체를 넘어설 수 있는 혹은 온전한 전체가 이미 (불)가능함을 보여주는 파편들의 모음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편 작가는 <plants>(2014)에서 절단된 손가락의 마디들, 결절들을 ‘접목’시킨다. 각기 다른 종류의 식물에서 한 마디씩을 자르고 접붙여 이제까지와 다른 종류의 식물을 발명해내는 식물의 접목처럼, 그는 접목의 방식으로 일상의 지각과 경험들을 한 데 모은다. 인간은 매 순간 다르게 지각하고 경험하면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데, 작가는 그로 인해 발생한 흔적들을 몸이라는 장소에 덧붙이고 서로 겹쳐지도록 만든다. 이는 한편으로 시공간을 통과하면서 발생한 흔적들이 인간의 몸에 함께 거주함을 드러내는 하나의 방식일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 죽음을 맞이한 관계들이 관계의 소멸 ‘이후에’ 또 다른 삶의 형태로 계속해서 살아남는 방식을 형상화해서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김정은은 파편화된 몸의 조각들을 접붙이는 행위를 통해 자신이 절단한 또는 타인에 의해 절단된 관계들을 단순히 부정적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오히려 몸에 여전히 남아있는 관계의 흔적들이 자신을 새롭게 구성하고, 이렇게 반복적으로 재구성된 자기 자신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다른 시공간에서 또 다른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게 된다.
■ 사건의 장소인 몸, 클로즈업, 그리고 절단
그렇다면 김정은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잘린’ ‘몸’은 잘리기 이전의 몸과 어떻게 다르게 사유할 수 있을까? 내부와 외부의 겹침에 존재하면서 아무런 방어막 없이 존재하는 몸은 정신과 육체가 겹쳐지는 지점이자 ‘사건’이 발생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몸은 수많은 구멍들로 이루어져 있기에 자신의 외부에 있는 그대로 ‘노출’되어 있고, 의미 또는 문화라는 옷을 입지 않는다면 한없이 공격당하고 상처받기 쉽다. 하지만 동시에 몸은 노출되어 있기에 비로소 ‘사건’이 발생하는 장소일 수 있고, 지각을 통한 경험들이 흔적의 형태로 기입되는 장소로서 존재할 수 있다.
작가는 특히 <world>와 <plants>에서 우리로 하여금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사유해보라고 요구한다. 앞서 언급했듯 절단된 손가락들의 다발은 부분들이 모여 하나의 전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온전한 전체-작가의 맥락에서는 완벽한 관계-가 되는 것에 저항한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작가의 작품에서 손가락이라는 부분이 ‘클로즈업’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면, 손가락은 분명 몸의 한 부분이지만 이미 그 이상으로 존재한다. 조운 콥젝은 영화에서의 클로즈업이 “장면에 포함되어 있음에도 적절하게 그 장면에 속하지는 않는 대상들을 나타낸다”고 말하면서 “충동의 부분대상 역시 […] 유기체의 부분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변화를 함축한다”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손가락은 몸에 포함되어 있음에도 적절하게 그 몸에 속하지는 않는 대상들을 나타낸다고 말할 수 있고, 그렇기에 콥젝이 제안한 것처럼 “전체에 속한 부분과 전체로서 기능하는 부분에 대한 구분”을 해명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김정은의 파편화된 몸, 전체로서 기능하는 부분으로서의 손가락은 단순한 유기체로서의 몸이라는 통상적인 프레임을 넘어 새로운 지평을 획득하게 된다. 이를테면 그리는 행위, 흔적을 남기는 행위를 자신의 업으로 삼는 작가에게 ‘손’이라는 신체의 부분은 유기체로서의 신체를 이미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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