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2016-03-10 ~ 2016-03-23
정채희,최일, 박진호.이병훈,이은영
무료
02-379-0403
Five types of expression 展
‘본다’는 시지각적 행위는 우리의 의식 속에서 어떠한 변환을 거쳐 또 다른 대상, 개념, 이미지 등의 형태로 새롭게 재창조된다. 그것은 우리가 보는 행위를 통해 대상으로부터 분리된 추상적 의식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여 또 다른 매체를 통해 매개함을 의미한다. 무수한 매개의 행위 가운데 시각적 본질과 표현방식을 탐구하는 것은 오랫동안 예술가의 책무로 여겨져 왔다. 예술에 대한 정의와 개념이 변화된 오늘에도 예술적 매체의 선택과 사유에 대한 논의를 이끄는 일은 여전히 그들의 몫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5인은 자신만의 매체와 표현의 방법론을 찾은 중견작가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탐색해온 대상과 사유에 대하여 ‘표현’이라는 거대한 서사의 줄기를 통해 매개를 시도한다.
박진호의 작업은 카메라를 고정시킨 것이 아니라 작가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장노출을 통해 담아낸 것이다. 즉 작가가 포착한 순간적 이미지가 아니라 그의 시선이 머물렀던 풍경을 담은 정지된 영상이다. 전시작 <어쩌다 느낀 작은 슬픔이 있을 때 #15>에 담긴 서정어린 시선은 문득 떠오른 추상이기 보다는 우리의 내면에 침잠해 있던 지각들이 움직이는 순간을 이야기 한다. 그것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조용한 울렁임이며 오랜 친구처럼 곁에 있으면서 때때로 마주하는 심적 현상이자 정신의 자화상에 대한 것이다. 작가는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주체 내면의 영상을 드러냄으로써 감상자와 치유의 방식을 공유한다.
이병훈은 작품의 구성요소만을 제시할 뿐 작품을 완성하지 않는다. 그의 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관람자이다. 프라모델(プラモデル)의 조립식 키트의 형태를 연상시키는 이 작업은 일반적으로 완성된 형태를 제시하고 그것을 따르도록 조립할 수 있는 설계도를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는 다만 기본적인 소재만 나열할 뿐 구성물들을 관람자가 각기 추론하여 다양한 형태를 만들도록 유도한다. 프라모델은 기본 단위로 분리되어있는 조각들을 떼어내어 하나로 결합시키는 작업을 통해 형태가 완성된다. 결국 관람자는 작가가 제시한 문제들을 스스로 연결하여 모두를 종합한 결론을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또한 그의 작업은 우리가 흔히 플라스틱으로 접해왔던 대상의 물성을 철이라는 상반된 특성을 가진 재료를 통해 해체시킴으로써 우리의 지각에 대한 문제를 논한다. 그것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인식해왔던 대상성이 습관된 지각을 통해 누적된 관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전시작 <shoot the image>의 화포에 꽂혀 있는 칼은 우리가 불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것이 실패한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불안이라는 것을 일깨우며 관람자에게 물적 특성에 대한 개방감을 맛보도록 한다. 그러므로 작가는 관람자에게 주어진 계획된 형태를 따르도록 하는 예술적 형식을 해체함으로써 자율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예술작품이라는 대상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각자의 지각에 의존토록 함으로써 작품완성의 권리를 양도한다.
이은영은 현상의 흔적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그리고 쌓여있던 흔적을 펼쳐 재구성함으로써 그 존재성을 찾아 나간다. 작가는 묻어나온 시간들을 공간 속의 조각들로 재배치하면서 대상에 대하여 늘 의식하는 우리 존재의 방향성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현상, 즉 우리가 의식하는 대상에 대한 철학적 논의는 곧 그 대상의 존재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특히 그는 우리가 현상을 순간순간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된 현상의 의미와 관계함으로써 대상의 ‘본질’에 대하여 숙고하는 방식을 취한다. 대상에 접근하는 이러한 그의 방법론은 콜라그래피(collagraphy)를 통해 시간의 조각들을 새롭게 구성함으로써 새로운 현상적 깊이를 만들어 낸다. 그것은 우리가 대상을 지각하며 갖게 되었던 의식들이 이성적으로 전환된 기억으로 쌓이는 것이 아닌 체화된 감각이며 이것은 현재 뿐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도록 한다.
정채희는 ‘옷칠화’라는 독특한 방법론을 통해 대상이 갖는 농밀한 내면을 들여다본다. 그의 작업방식은 천연재료가 만들어 내는 우연성의 효과를 얻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변하는 재료의 상태를 관찰하고 자신의 의식과 결합시키는 상호작용이다. 이를 통해 그는 ‘옷칠’이라는 표현방법이자 재료적 요소를 작가와 일체감을 이루는 매체로 끌어낸다. 그리고 이러한 매체는 관람자라는 시각적 행위의 주체와 소통한다. 즉 관람자들은 본다는 시지각적 행위를 통해 작가의 정신성과 교감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그의 작업은 톡특한 방법론에 앞서 우리의 의식이 현상 속에서 매순간 전환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또한 그것이 단지 자신만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타자와 소통하는 과정에 있음을 알린다.
최일의 인물 테라코타 작업은 점토를 성형하여 초벌구이한 테라코타의 단순성과 소박함을 넘어선다. 그것은 단지 그의 작업에 나타나는 장식적 형태나 금박의 화려함 때문만은 아니다. 이 작업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재료 사이의 간극과 그 사이에 놓인 인물의 표정에 있다. 표정을 담은 작가의 손길은 유려하거나 섬세함을 드러내면서도 과감한 생략을 함께 보여준다. 마치 알레그로와 라르고의 빠르기를 뒤섞은 협주곡 같은 세련된 묘사들은 다양한 표현을 모두 거쳤을 때만이 가능한 여유로움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실제 작가는 불특정한 대상을 표현하면서도 인물의 균형미를 읽지 않으며 고유한 특징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것은 결코 자신의 의식을 다 드러내지 않으며 관조하는 작가 특유의 시선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기도 하다. 그렇게 때문에 관람자와 마주하는 인물상의 표정은 무표정에 가까운 담담함을 보여준다. 이렇게 작가는 화려한 금빛에 순간 압도되었던 관람자의 눈길을 숙고와 성찰로 돌아서게 하며 불투명한 흙을 조용하지만 깊은 에너지를 일으키는 매질로 변화시킨다.
이처럼 ‘Five types of expression’은 단순히 작가들의 감성과 의식적 표현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다섯 작가의 시선들은 각기 다른 채널을 통해 관람자와 교감하고 표현의 다양성에 대하여 논의를 이끄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즉 그들은 ‘표현’이 관람자의 다양한 지각적 반응을 이끌어 내는 원형임을 확인하고 이성적 논리와 선형적 사고에 익숙한 현대인들의 의식에서 사라져가는 감각을 소생키는 작업들을 보여준다.
민희정 (미술이론)
FAMILY SITE
copyright © 2012 KIM DALJIN ART RESEARCH AND CONSULTING. All Rights reserved
이 페이지는 서울아트가이드에서 제공됩니다. This page provided by Seoul Art Guide.
다음 브라우져 에서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This page optimized for these browsers. over IE 8, Chrome, FireFox,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