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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지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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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지구 The Paranoid Zone》전 개최 



◇ 동시대 시각예술계의 화두인 ‘협업’의 선진적 실천 사례 제시 

◇ 한국현대미술의 개념적, 장르적 확장 및 총체예술적 환경과 경험 제공 

◇ 서울관 공간의 장소특정적 설치와 연계 퍼포먼스 및 프로그램 진행

- 4월 27일(수)부터 7월 17일(일)까지 서울관에서 개최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은 미술, 영화, 음악, 공연, 조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총체예술적 협업 프로젝트인 《망상지구》전을 4월 27일(수)부터 7월 17일(일)까지 서울관에서 개최한다. 


전시명인 ‘망상지구’는 현실과 망상의 경계에 놓인 동시대적 상황에 대한 은유로, 이번 전시에서 작가들은 “협업”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입체적 경험이 가능한 공간을 구축한다. 


80년대 말 90년대 초 대항문화를 대표하는 청년미술 소그룹 <뮤지엄>의 일원으로 작업 활동을 시작한 이래, 복합매체를 활용한 설치예술과 더불어 영화미술, 공연예술 연출로 정평이 나있는 이형주 작가가 이번 전시의 프로젝트 디렉터를 맡았다. 이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협업”을 가능하게 한 핵심적인 기제다. 참여 작가들은 개별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상호간의 결이나 톤을 맞춰 총체적 예술작업을 실현하기 위해 이 같은 작가적 관점에 기반한 조율자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지금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미술작업 뿐 아니라 연출가, 프로젝트 디렉터로서 전 방위적 활동을 전개해온 이형주에 주목하고 재조명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특징 중 하나다.


그리고 영화음악, 무대공연으로 잘 알려진 작곡가이자 뮤지션 장영규, 달파란 등이 사운드 작업으로 전시에 참여했다. 미디어작품 전시뿐 아니라 국내외 영화제에서 다수의 작품을 선보여온 김세진, 박용석 등이 영상작업을 담당했고 독특한 감각으로 주목받아온 사진영상 작가 윤석무와 디제잉 및 사운드아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정태효도 협업의 한 축을 맡았다. 


뿐만 아니라 공연예술계에서 조명 디자인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장진영 감독, 공연 음향 디렉팅 전문가 오영훈 감독이 각각 조명과 음향 파트에서 협업작가로 참여했다. 또한 영상작업 외에 퍼포먼스 연출에 탁월한 감각을 보이는 조은지가 《망상지구》 전시의 성격을 담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전시공간은 총 4개의 존(zone)으로 구성되고 각 존은 마치 하나하나의 무대 혹은 장면(scene)처럼 연출된다. 이 4개의 존(zone)은 ‘망상’이라는 주제에 기반을 두어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개방적 내러티브가 존재한다. 제1존은 실재와 허상, 현존과 부재, 소통과 단절, 개방과 폐쇄 등 수많은 경계와 사이를 미끄러지며 흔들리는 존재인 나 혹은 그 누군가가 속한 체계에 대한 은유를 담는다. 반투명의 구조체는 공간 안에서 미로를 구성하고, 일정 간격을 두고 변화하는 조명은 공간을 다르게 감각하게 해주는 주요 요소이다. 이는 전자진동기계 장치를 통해 여러 종류의 신호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사운드와 함께 고정되지 않고 분열하는 상황을 만든다. 이형주(인스톨레이션), 장영규(사운드), 장진영(조명), 박용석(영상), 오영훈(음향), 조은지(퍼포먼스)가 주축으로 협업을 진행했다. 


제2존은 회피와 외면이 키워놓은 망상과의 대면을 위해 거쳐야 할 필수 관문이다. 검은 숲, 검은 물, 혹은 마치 길게 늘어뜨려진 검은 머리채와도 같은 공간이 나온다. 장소와 시간을 알 수 없는 비현실적 감각, 그로 인한 불안과 두려움은 현실과 망상의 경계를 건드린다. 걸어 들어 가다보면 수많은 띠들 저 안쪽 사이사이에서 웅얼거리듯 들려오는 다중의 사운드들과 바닥을 훑으며 공간 저 바깥의 어딘가에서 비쳐오는 빛들을 만나게 된다. 공간 중간 지점 좌우로 높이 서있는 좁고 긴 영상을 마주하게 되는데, “망상 혹은 환상”으로서의 주관적 시간의 흐름, 보이지 않는 심리적 풍경에 관한 파편적 이미지로 시네마틱 영상, 그리고 관습적 편집공식을 벗어난 내러티브를 보여준다. 이형주(인스톨레이션), 김세진(영상), 오영훈(음향), 달파란(사운드), 장진영(조명)이 함께 작업했다. 


제3존은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맞닥뜨렸을 법한 상황이 펼쳐진다. 이 공간에 들어서면 거대한 규모의 비둘기 형상을 볼 수 있다. 평평한 두 판을 앞뒤로 가지고 있는 이 비둘기 구조체는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회전 장치 위에서 쉬지 않고 돌아간다. 구조체의 한 면은 비둘기 이미지가 다양한 방식으로 투사되는 장소이고, 또 다른 한 면은 산산이 조각난 거울 파편들이 조명에 뿜어져 나오는 빛을 전시 공간에 반사시킨다. 비둘기의 회전, 영상의 투사, 빛의 작동 등으로 이루어지는 이 복합적 연출은 계획적 싱크(sync)로 작동되지 않는다. 


제4존은 비좁은 입구를 통과해 들어가면 내부는 어슴푸레 어둠이 깔려있고, 저 멀리 하얀 영상만이 부유하고 있다. 텅 빈 공간에는 여러 소리들을 왜곡시켜 만들어낸 사운드가 울렁거리며 맴돌고 있다. 공간의 가장 안쪽 정면에 비춰진 영상은 액체가 기체로 변화하는 현상을 담은 이미지다. 쉬지 않고 흐르는 백색 풍경은 거의 빛과 같이 보이는 효과로 인해 벽을 열어줌으로써 경계 너머를 상상하게 한다. 다시 마주한 현실의 친숙한 주변을 생소해 보이게 함으로써 관습적 수용을 경계토록 한다. 윤석무(영상), 정태효(사운드), 장진영(조명), 오영훈(음향)이 이형주와 함께 작업했다. 


이번 전시기간 동안 전시연계프로그램 및 행사가 다채롭게 진행된다. 4월 27일(수)에는 ‘문화가 있는 날’ 행사의 일환으로 《망상지구》의 전시주제와 관련하여 심도 있는 접근을 위해 사회학자(서동진), 정신분석학자(백상현), 그리고 프로젝트 디렉터(이형주)의 강연 및 대담이 서울관 멀티프로젝트홀에서 진행된다. 이후 전시 공간 내에서 약 2주 간격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5월 11일(수)에는 참여작가 조은지가 연출하는 시적 합창 퍼포먼스 <파라노이드 파라다이스>가 제6전시실 제1존에서 진행된다. 5월 28일(토)에는 달파란과 김세진의 사운드 비주얼 퍼포먼스 <크로스 페이드 Cross Fade>가 제6전시실 제2존에서 있고 6월 18일(토) 제6전시실 제3존에서 색소폰연주자 손성제의 재즈 트리오 앙상블이 공연된다. 7월 6일(수)에는 정태효와 김혜경의 사운드 댄스퍼포먼스 <트랜스 워킹 Trans-Walking>이 제6전시실 제4존에서 전시연계 프로그램의 대미를 장식한다. 그리고 6월 마지막 주 수요일인 6월 29일에는 ‘문화가 있는 날’을 위해 이형주가 <말도로르의 노래>로 잘 알려진 극단 듀공아 대표 김진우와 공동연출한 신작 연극 <파라노이아 극장>을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 전시개요


○ 전시제목: 국문 《망상지구》 : 영문 The Paranoid Zone

○ 전시기간: 2016. 4. 27.(수) - 2016. 7. 17.(일) 

○ 전시개막: 2016. 4. 26.(화) 오후 4시 

○ 전시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제6전시실, 통로, 창고전시실 1, 2 

○ 작 가: 이형주(프로젝트 디렉터), 김세진, 달파란, 박용석, 오영훈, 윤석무, 장영규, 장진영, 정태효, 조은지 

○ 전시기획: 김형미(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 주 최: 국립현대미술관


■ 관람시간


화, 목, 금, 일 10 am – 6 pm

수, 토 10 am - 9 pm(야간개장 6 pm – 9 pm 기획전시 무료관람)

매주 월요일 휴관 


■ 관련 프로그램 

○ 개막식 축하행사: 조월 ․ 최태현 <거울과 시체> 2016. 4. 26.(화) 5pm, 서울관 제6전시실 로비

○ 강연 및 대담 <망상지구 파노라마> 2016. 4. 27.(수) 1:30pm-3pm, 서울관 멀티프로젝트홀

○ 퍼포먼스 <파라노이드 파라다이스> 2016. 5. 11.(수) 1pm, 4pm, 7pm, 서울관 제6전시실 제1존 

○ 사운드 비쥬얼 퍼포먼스 <크로스 페이드 Cross Fade> 2016. 5. 28.(토) 4pm-5pm, 서울관 제6전시실 제2존

○ 음악공연: 손성제의 색소폰, 재즈 트리오 <조우 Encounter> 2016. 6. 18.(토) 4pm-5pm, 서울관 제6전시실 제3존

○ 연극 <파라노이아 극장> 2016. 6. 29.(수) 7pm-8:30pm, 서울관 멀티프로젝트홀

○ 사운드 댄스 퍼포먼스 <트랜스 워킹 Trans-Walking> 2016. 7. 6.(수) 4pm-5pm, 서울관 제6전시실 제4존


■ 전시해설

[망상지구 전용 전시 해설] 화-일 3 pm, 지하 1층 전시실 6 앞에서 시작 

[미술관 전시 전체 하이라이트 해설] 화-일 11 am, 12 pm, 2 pm, 4 pm, 지상 1층 전시실 1 앞에서 시작




■ 전시소개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 《망상지구》는 미술뿐 아니라 음악, 영화, 공연, 조명 등 다양한 문화예술분야에서 중진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협업 프로젝트이다. 최근 몇 년 들어 시각예술계에서 ‘협업’은 개념적으로나 실천적으로 꽤나 다양하고 비중 있게 다뤄졌다. 누군가 총체예술이라는 맥락을 연상한다면, 세계예술사의 흐름 속에서 바그너의 종합예술, 슈비터즈의 메르츠바우 등 이미 충분히 많은 참고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우리 현대미술계의 흐름 속 그리 멀지 않은 과거 미술현장을 볼 때 언뜻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 <뮤지엄>, <황금 사과>, <서브 클럽> 등 소그룹들의 프로젝트성 활동을 떠올릴 수 있다. 80년대 말 90년대 초 청년 미술 (혹은 신세대미술)은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적 급변과 그에 따른 가치 전환에 대한 작가 개인들의 감각적, 탐미적 응답이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한국 현대미술계는 소위 포스트모던미술의 본격적인 각축장이 되었다. 그전까지의 계보화된 집단적 규범이나 강령은 시효를 다한 듯 했다. 90년대 초 소그룹들의 활동이 미술, 음악, 출판, 이벤트, 놀이 문화가 모두 결합된 종합 퍼포먼스의 성격을 보인다는 점에서 최근의 ‘협업’ 이라는 이슈와 형식적으로 근거리에 있다. 그렇지만 밀레니엄 전환, IS의 ‘소프트 타깃’ 테러, 대형 인명사고, AR의 상용화, AI 알파고의 도전 등을 포함하여 만만치 않은 시대적 변화의 굵직한 결절들을 경험한 상황에서 이전과는 또 다른 감수성의 좌표가 재설정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이후 한동안 한국 현대미술계 지형 속에서 볼 때, 여러 의미에서 ‘협업’이 근래처럼 폭넓게 회자되지도 않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시각예술 맥락 속에 잠재되어 있던 ‘협업’의 개념적, 형식적 메커니즘이 보다 적극적으로 활성화되고 이전과는 다른 차이를 생성하는 지금, 그 계기와 의미를 진작 오랜 시간 켜켜이 다져온 작가들의 내공을 통해 감각해 보고자 한다. 


《망상지구》는 정보의 공유, 지식의 개방형 플랫폼 구축, 그리고 집단지성 실행이 일상이 되어가는 동시대적 생태계에 대한 현대예술적 조우이고, 그것이 구조화되는 정서적 얼개를 추적해 보려는 시도다. 조형적 맥락에서 보면 대규모 공공미술 프로젝트, 설치미술의 대형화와 분업화, 융복합 미디어아트, 비제도적 예술 이벤트 등의 전개는 장르간의 교차, 연동을 필연적으로 요구했다. 이번 전시의 ‘협업’은 여러 예술분야의 작업들이 단지 제한적이고 수열적 배치로 이어진 나열, 조합이라기보다, 개방적 내러티브를 기반으로 적분(積分, integration)화한 관계 덩어리에 가깝다. 《망상지구》라는 기획의 구체적 실현을 위해 소환한 인물이 이형주(프로젝트 디렉터)다. 흥미롭게도 그는 80년대 말 90년대 초 일종의 대항문화, 반문화를 대표하는 청년미술 소그룹 <뮤지엄>의 일원으로 작업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시기의 전형적 분위기에 휩싸이기보다 자신의 독자적 감각이 오히려 강한 작가였는데, 1990년대 중반 이후 지금까지 다중매체를 활용한 설치미술작업과 더불어 다양한 영역에서 연출, 프로덕션 디자인, 아트 디렉팅 등 전방위적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형주에게 ‘협업’은 단순히 개념적, 현학적 스웨그(swag)가 아니다. 그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구체적인 현장 속 치열한 혹은 냉혹한 현실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오랜 기간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함께 작업해온 작가들 김세진, 달파란, 박용석, 오영훈, 윤석무, 장영규, 장진영, 정태효, 조은지 등과 더불어 ‘협업’에 마침맞은 공력을 통해 우리에게 응답한다. 


‘망상지구’는 시공간이 비틀어지고 접혀서(warp) 예기치 않은 마주침을 주선하는 장치로 상정되는데, 그 파동을 촉발하는 기제가 ‘망상’이다. 그러니까 우리 삶 속 실재와 망상 사이사이 그 켜를 가로지르는 통로이자 활성화공간인 것이다. 《망상지구》는 파라노이드(paranoid)에 사로잡힌 세계의 지층을 탐색한다. 파라노이드는 편집증이며 망상이다. 오늘날 편집증이 모습을 나타내는 주된 형태는 음모론이다. 신용기관의 음모, 외계인의 음모 등등. 하지만 이것이 파라노이드의 전부는 아니다. 어느 사회학자의 말을 빌리자면, “망상은 우리가 목도하게 된 세계의 혼란을 풀이해줄 어떤 이유를 찾으며 최종적인 원인을 스스로 설립하고 그에 집착한다. 따라서 파라노이드(혹은 망상)는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동원한 지식의 기본적인 구조를 가리키는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보면 실상 그것이 그러할 것이라고 믿고자 하는 지독한 환상에 기댄다. 그들은 대립하기는커녕 하나이고 서로에게 흔적을 남긴다. 작가들의 협업은 그 흔적들을 탐색하고 직조한다. ‘망상지구’ 안에는 시각, 청각, 촉각을 비롯해 통감각적 기억과 경험을 끌어내는 환경과 상황이 씨실과 날실처럼 짜여 있다. 전시공간은 총 4개의 존(zone)으로 구성되고 각 존은 하나하나 씬(장면 scene)으로 펼쳐진다. 동시에 모든 존이 연속과 불연속을 무한 교차하는 개방적 내러티브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제 관객들은 자신의 신체적 움직임을 통해 익숙한 것을 거스르는 결을 느끼고 그 안에서 툭툭 솟아나는 심리적 결절들을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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