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Appear & Disappear
이랜드문화재단 기획•초대전
박찬걸 개인전
• 전시기간: 2016. 04. 04 Mon – 04. 29 Fri
주말ㆍ공휴일 휴관
• 전시장소: 이랜드스페이스
• 관람시간: 평일 9:00 - 18:00
• 전시장르: 조각
• 전시작가: 박찬걸
• 주최: 이랜드문화재단
• 기획: 이랜드문화재단
Sliced image ' Leda and the Swan' / Stainless steel /1800x1200x1200 / 2015
조각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는 4월! 예술의 향기가 가득한 봄날!
이랜드스페이스에서는 2016년 4월 4일부터 약 한달 동안 박찬걸의 <Appear & Disappear>전을 선보인다. 그의 조각은 스테인레스판을 한 장 한 장 얹어서 표현한 형태로 판과 판 사이의 공간을 두어, 탑(塔)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제는 세계 유명인들의 형상으로, “다비드상”이나 “피겨여왕 김연아”에 이르기까지 대중적이미지를 차용하여 표현한다. 볼륨감을 통한 스테인레스 형태는 들어가고 나오는 부분을 통해 리듬감을 보여주며, 관람자에게 다양한 시각적 즐거움을 부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마이클잭슨> <비너스의 탄생> <백조의 호수> 등의 작품을 포함하여 20여점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박찬걸의 <Appear & disappear> 전은 조각의 매력에 깊이 빠지게 되는 예술의 향기가 가득한 전시가 될 것이다.
Sliced image 'Ina Bauer' / Stainless steel / 1600x1800x2000 / 2015
■ 전시 서문
Post-production
박찬걸은 지난 10여년 동안 기존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재구성하는 조각들을 제작해왔다. 그가 참조하는 이미지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와 보티첼리의 <비너스>, 앵그르의 <샘> 처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서양미술의 “명작(masterpiece)”부터 ‘페르세포네의 납치’와 ‘레다와 백조’, ‘헤르메스’와 ‘아틀라스’ 등 그리스로마 신화의 장면을 묘사한 미술품, 그리고 피겨스케이트 선수인 김연아와 팝스타 마이클 잭슨처럼 대중매체를 통해 친숙해진 유명인의 이미지까지 다양한 범주를 포괄한다. 그의 조각은 대부분 이상적인 비례와 균형을 갖춘 인체를 형상화한 것으로서, 인체의 전형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작가의 집요한 관심과 탐미적 취향이 엿보인다. 물론 각각의 내러티브를 선택하는 과정에 작가의 개인적인 욕망이 반영되긴 하지만, 그에게 있어서 내러티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익숙한 이미지가 갖고 있는 권력이다.
이미지는 풍부한 매개체를 갖고 상징적 차원에서 관습화됨으로써, 그 구조가 노출되지 않는 종류의 권력을 행사한다. 박찬걸은 이러한 권력이 “명작” 뿐만이 아니라 대중매체의 이미지에도 있음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의 전시에서 “명작”의 도상들은 김연아가 트레이드 마크인 레이백 스핀(lay-back spin)을 하는 장면과, 마이클잭슨이 문워크 춤(moon walk dance)을 추는 모습과 구별 없이 제시된다. 마치 미술(사)의 정전과 같은 작품들이 각종 문화영역 속에서 무수한 복제물로 재생산되는 현대 사회 그리고 시뮬라크르 시대의 범람하는 이미지 속에서 더 이상 ‘미술작품’과 ‘대중문화’를 구분 짓기가 어려워진 우리 세계의 축소판처럼 말이다. 그는 창작자보다 편집자로서의 예술가의 입장을 견지하며, 강력한 권력을 가진 이미지를 잘게 잘라(slice) 재맥락화하는 “포스트프로덕션(post-production)”의 작업을 수행한다.
Dialectic Formation
‘슬라이스 이미지(sliced image)’의 제작 과정은 영화의 후반작업(post-production)처럼 다양하고 복잡한 편집기법을 전제로 한다. 그 과정은 형상을 만들고-해체하고-재구성하는 변증법의 3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단계는 선택한 이미지를 최대한 유사하게 복제하는 것이다. 작가는 최소 3개 이상의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을 사용하는데, 흙으로 조소상을 만드는 것처럼 가상공간의 덩어리에 덧붙이고 떼어내는 작업을 통해 극사실적인 3D 그래픽 이미지를 만든다.
그 다음은 그래픽 이미지를 100여개에서 200여개 정도의 가로선들로 변환하는 해체의 단계이다. 표면이 무한에 가까운 개수의 점으로 촘촘히 덮여있다고 가정했을 때, 작가는 가로선에 해당하는 극소량의 점을 제외한 대부분의 점들을 삭제한다. 세밀하게 표현된 머리칼, 눈동자, 피부에 드러난 힘줄과 팽팽하게 당겨진 옷 주름과 같은 디테일은 수평의 선위의 수학적 좌표로만 남고 모두 사라진다. 그것은 구상이 추상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작가는 점을 연결한 면의 외곽을 따라 스테인리스 스틸 판재를 절단한다.
마지막 단계는 가상공간의 이미지를 현실공간에서 재구축하는 과정이다. 무작위적 형태를 가진 횡단면의 조각들은 바닥에서 하늘을 향해 중첩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형태를 부여받는다. 시간은 지층처럼 쌓이고 부분은 전체를 이루며, 형상은 의미를 획득한다.
Productive & Negative Space
이렇게 완성된 조각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익숙함과 생소함이라는 양가적인 인상을 갖게 한다. 적당한 거리에서 보았을 때, 관객은 그것이 어디선가 본 이미지를 재현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하지만 그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리며 대상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차갑고 단단하며 상호 반사하는 재료의 물성이 형상을 압도한다. 대상에서 멀어지면 형상은 구체성을 잃은 채 수직과 수평으로 교차하는 선들의 추상적 집합으로 환원된다.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거나 멀리 떨어지는 행위의 특정한 지점에서 익숙한 것은 낯선 것으로 변모한다.
한편 주의 깊게 살펴보면 그의 조각이 생각보다 훨씬 더 비어있다는 점에 놀라게 되는데, 실제 판의 두께가 3~4mm일 때 판과 판 사이의 간격은 10mm 이상이다. 이 틈새로 중첩된 판재들을 볼 수 있는데, 시점에 따라 각 판재의 밑면(또는 윗면)이 보이는 양상이 달라지기 때문에 작품에서 느껴지는 밀도감은 복합적이다. 단단한 3차원의 부피감을 갖고 있던 것은 시선과 가까워질수록 2차원의 단면을 드러내고, 눈높이에 이르는 순간 1차원의 선으로 수렴된다. 전체의 윤곽선(contour line)이 사라지고 덩어리가 선이 되며 구상이 추상으로 바뀌는 그 순간, 관객은 조각의 열려 진 공간 내부로 배경의 공간이 섞여 들어 오는 것을 목격한다.
이처럼 박찬걸의 조각에는 구상과 추상, 열림과 닫힘, 존재와 부재 같은 대립적 요소들이 공존하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작가가 이미지를 편집함으로써 판재와 판재 사이에 만들어낸 네거티브 공간(negative space)이다. 보는 이는 네거티브 공간에 자신의 심리를 채워 넣음으로써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고, 그 위에 기억 속의 환영을 투사한다. 그리고 환영은 몸과 시선의 물리적 위치가 변함에 따라 잔상으로 흩어졌다가 다시 나타난다. 박찬걸의 조각에서 네거티브 공간은 단순히 삭제된 ‘없는’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포지티브 공간(positive space)과 상호작용하면서 관객의 인식과 지각에 따라 의미를 창출하는 심리적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이미지는 권력보다 강력한 유희로 경험된다.
최솔구 (미술평론가)
Sliced image 'Swan lake' / Stainless steel / 3000x1000x3000 / 2016
■ 작가 약력
박찬걸, PARK CHAN GIRL, 朴 贊 傑
現 충남대학교 예술대학 조소과 조교수
2014 성신대 대학원 박사수료
2003 경희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졸업 석사
1998 충남대학교 예술대학 조소과 졸업 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