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내용
1990년대부터 이어온 김남용 작가의 재현에 대한 고찰은 재현의 의의를 사진기로 포착해 낼 수 없는 현실을 재현하는 것에 목적을 둔다. 사진의 이미지를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감각에 기반한 적절한 강조와 생략을 통해 개인적 정서가 반영된 재현을 시도한다.
『The difference』 연작은 착시의 현상은 무엇인가 하는 시지각의 고민에서 출발하였다. 인간은 외부로부터 받는 자극을 자신이 익숙하거나 기대되는 형태로 받아들이려고 하는데, 실제와 보는 것에서의 차이에서 생겨나는 착시현상을 대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게 된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란 말처럼 보이는 것이 정말 전부인가? 이러한 현상이 왜 만들어지나? 그리고 실체와의 차이를 알고도 계속되어 지는 착시의 현상은 무엇인지의 고민이 작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이다.
작가는3차원 공간 속의 육면체 사각형이 선 원근법과 투시도법이 적용되어 2차원에 보여 지는 다양한 비정형의 형태들과 그 변형된 조각들이 모여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을 흥미롭게 보았다. 3차원에 존재하는 나무상자를 2차원의 평면에 사실적으로 재현하여 실재감을 표현하기 위해 90도의 직각이 아닌 원근법이 적용된 변형된 각을 찾고, 공간감을 만들어내는 길이를 재고, 빛과 어두움으로 공간의 깊이를 재현하는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명암법을 이용하였다. 또한 투시도법을 적용하여 투영과 변환된 조각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재현의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다.
캔버스의 표면과 그 위에서 일어나는 일루젼에 흥미를 갖고 사물을 표현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화면에 실제 사물을 이용하여 착시효과를 확대하였다. 착시현상은 여러 가지 요인의 체계화 속에서 만들어지는데, 선으로 되어있을 때보다 빛이 추가되면서 음영의 방향에 따라 더욱 더 확연히 인지하게 된다. 그래서 작품에서 그려지는 투영 위에 실제 빛이 투과되는 공간을 의도적으로 조합하여 실재감을 더욱 부각시키고 와인잔, 유리컵, 보석 등의 투명한 물상을 착시 공간속에 배치함으로써 그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작품에서 캔버스로 보이는 흰색의 판은 자작나무, 물상의 부분은 적송으로 구성되는데 적송 조각들은 작가의 부단한 노력과 인내 속에 나뭇결 하나까지 철저한 계산을 통해 원래 하나의 육면체처럼 조합되고 그 만들어진 공간은 세밀한 묘사로 채웠다.
우리가 평면에서 깊이를 느끼는 것은 현실 공간에서 입체물에 대한 지각 경험에 적응되었기 때문인데 김남용의 작품 안에서 육면체는 일반적인 시각적 기대감과 다르게 공간 지각이 어긋나게 됨으로써 관찰자로 하여금 공간에 대한 혼돈을 준다.
대상의 본질로부터 의도된 차이(difference)를 끌어내는 작가의 뛰어난 예술적 미메시스(mimesis)는 새로운 재현이 되어 현대회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김남용의 회화는 2차원적인 재현물과 3차원의 실재물을 한 공간에 동시에 둠으로써 보는 것과 느끼는 것의 또 다른 해석에 대해 화두를 던지며 우리의 고정된 생각의 틀을 자극하여 관객에게 재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미학적, 인식론적 즐거움을 주고 있다.
The difference 1606, Oil on wood carving assembly, 97㎝×105㎝, 2016
The difference 1608, Oil on wood carving assembly, 79㎝×82㎝,2016
The difference 1602, Oil on wood carving assembly, 92㎝×32㎝, 2016
The difference 1603, Oil on wood carving assembly, 45×71㎝,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