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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전
눈을 감아야 보이는 그리움 : 김성호의 작품에 대해
글/ 박준헌(미술이론)
'풍경이 내 속에서 자신을 생각한다.
나는 풍경의 의식이다.'
모리스 메를로 퐁티(Maurice Merleau Ponty, 1908년~1961년)
그린다는 것은 그리움의 또다른 이름이다. 그리움은 무언가를 그린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그리워 할 수 있기에 표현할 수 있고, 그 표현으로 말미암아 그리움을 위안할 수 있다. 때문에 무언가를 진정으로 그리워 해본 사람은 굳이 그림을 해석하거나 학습할 필요가 없다. 그리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림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므로. 그리움은 사랑의 또다른 이름이다. 사랑은 무언가를 그리워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사랑할 수 있기에 희생할 수 있고, 그 희생으로 아름다울 수 있다. 그렇기에 그리움이 없는 사람은 불행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 모두가 그리움을 시각화 하려는 욕망을 가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다. 어찌 보면 그것이 그림의 숙명이고, 수많은 화가들의 존재 이유가 바로 이 지점에서 발화한다. 절대적인 그리움을 하나의 화면으로 시각화 해내는 것, 이야말로 미술의 역사에서 영원한 화두이자 모든 화가들이 도달하고자 하는 긍극의 세계인 것이다. 메를로 퐁티가 이야기 했던 “내 자신이 풍경의 의식”인 세계.
하지만 우리에게 보여 지는 모든 작품들이 그런 세계를 비춰주고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보통의 작품 혹은 그림들은 현실의 풍경을 간명하게 인식하거나 자연이 지닌 장엄하고 아름다운 광경을 정지시켜 담아낼 뿐이다. 이것이 지금의 풍경과 구상을 주요한 소재로 작업하는 작가들의 현실이다.
김성호의 작품이 이러한 동시대의 작품들과 변별력을 갖는 곳은 바로 이 지점에서 부터다. 일반적으로 보통의 작가들이 단순히 풍경을 학습된 시각적인 아름다움으로 해석하고, 흡사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통해 본 풍경과도 같은 화면으로 표현해 낸 것이라면, 그는 풍경을 단편적인 평면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감각과 그리움, 삶의 체취가 투영된 입체적인 의식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이를 오롯이 담아내고자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대상을 인식하는 출발선이 다른 것이다.
그의 작품에 대해 가지는 보통의 의견은 도시의 야경, 빛의 강렬함, 그리고 대담한 색감과 회화적 필치 등으로 이해하는데, 이는 그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대표적인 경향이나 기법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해석이 그의 회화가 가지는 의미를 오히려 편협한 테두리에 가두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우리는 그의 작품을 시각적인 테크닉의 가치나 경향으로 해석하기 보다는 어떤 의식으로부터 출발된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태도가 우리에게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지를 먼저 고민하해야 한다.
이번 전시 <섬 불빛 바다 – 그리운 제주>에서 김성호 작가가 선보이는 작업들을 통해 우리는 앞서 얘기했던 그의 작품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제주도에 새로운 터전을 만들고 제주 곳곳의 아스라한 풍경을 마주하며 자신의 작품을 한 단계 더 진전시켜 주었는데, 이는 그의 작품이 시각의 기술적인 아름다움을 넘어서서 의식과 감각을 확장시켜 주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방인의 눈에 제주라는 섬에서 마주한 풍경은 황홀하고 아름답기 보다는 적막하고 척박한 섬이었고, 그 곳에서 삶을 영위한 사람들의 그리움이 깊게 베인 땅이었다. 느림과 천혜의 자연을 표방하고 있지만 결국은 자본의 포장으로 관광화 될 수밖에 없는 숙명을 지니고 있는 이 섬에서, 그는 화가로서의 자신과 제주를 일치시키며 제주 곳곳을 담아냈다. 하루의 고된 일과가 끝난 어촌, 항구에 의지한 낡은 어선들, 신화와 전설이 남겨져 있는 오름, 밤바다를 비추는 불빛 등은 거대 도시의 화려한 네온과 조명과는 차원이 다른 빛이었고, 이는 그의 작품을 풍경을 더욱 삶 속으로 밀착시키는 계기가 되었을 것 같다.
이전에 비해 이번 전시 작품들에서 주로 드러나는 특성 가운데 더욱 과감해진 생략과 여백, 색감 등은 이를 반증하는 것으로 읽혀진다. 여기서 김성호의 생략과 여백은 넓은 여백이 아닌 깊은 여백이다. 과감한 색감은 깊은 색감이다. 이 깊이와 색감은 그가 가지는 그리움의 깊이일 것이다. 그리고 그 깊이는 눈을 감야야만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바다는 깊이를 잴 수 없기에 두렵고, 사람은 깊이를 알 수 없기에 끝없다. 현실에 대한 풍경의 인식이지만 이를 넘어서고자 하는 그의 노력 덕분에 우리는 잡을 수 없고 가질 수 없는 그리움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고, 시간을 초월하는 풍경을 만난 수 있으며, 깊이를 넘어서는 여백을, 상처를 치유하는 화면을 마주할 수 있다.
인간이 가진 감각기관 중에서 시각은 소유를 대변한다. 우리가 소유한 것들은 모두 눈에 보이는 것이다. 고로 자본주의와 시각은 일란성 쌍둥이다. 현대사회에서 시각적 감각이 중요하게 대두되는 이유는 시각과 소유가 뼈와 살이 몸을 이루는 것과 같은 이치다. 너무나 현대적인 것은 너무나 시각적이고, 너무나 시각적인 것은 그것을 소유하게 만드는 것처럼.
시각이 소유를 대변한다면 반면에 소리와 냄새는 그리움을 대변한다. 어촌 바닷가에 숨죽인 마을 사이를 관통하는 미세한 해풍(海風), 오름 갈대밭의 서걱거림, 출렁이는 물결을 반사하는 비릿한 바다 내음, 노구를 이끈 해녀들의 숨비소리 이런 것들 말이다. 이런 것들은 소유할 수 없다. 그렇기에 가치 있고, 의미 있다. 우리에게 사라지지 않는 그리움일 것이다.
그동안 보이는 그림, 잘 그린 그림, 시각적인 그림에 우리의 관심이 모아졌다면 이제는 보이는 그림을 넘어서 들리는 그림으로, 잘 그린 그림을 지나서 진정성 있는 그림으로, 시각적인 그림을 초월해 청각까지 우리의 감각을 확장시키는 작가와 그림을 찾아야 한다.
그의 작품에서는 소리가 들린다.
김 성 호
개인초대전 32회
제주도립 기당미술관(제주)
선갤러리(서울)
가나컨템포러리(서울)
제주현대미술관(제주)
갤러리원(서울)
박영덕화랑(서울) 등
아트페어 32회
북경아트페어(선화랑, 베이징), 싱가폴아트페어(갤러리원, 싱가폴)등
기획 초대전 300여회
독도.물빛색(대구문화예술회관)
홍콩을 만나다(인사아트센터-홍콩관광청)
물아와심수전(가나아트센터)
제주도립미술관 개관3주년기념-한라산과일출봉전(제주도립미술관, 제주)
평화의 바다-서해5도전(인천아트플렛폼, 인천)등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대구문화예술회관
기당미술관
광주.전남지방종합청사등
김 성 호
SOLO EXHIBITION_ 32nd
Gidang Art Museum (Jeju, Korea)
Sun Gallery Contemporary (Seoul, Korea)
Gana Contemporary (Seoul, Korea)
Jeju Museum of Contemporary Art (Jeju, Korea)
Gallery Won (Seoul, Korea)
Bakyoungduk Gallery (Seoul, Korea). etc.
ART FAIR _ 32nd
Beijing Art Fair (Gallery Sun Contemporary, Beijing, China)
Singapore Art Fair (Gallery Won, Singapore). etc.
INVITATION EXHIBITION (300th)
Dok-do, Color of Water( Daegu Culture & Art Center)
Greet Hong Kong(Gana Insa Art Center)
Material and Mind: external expression of mind (Gana Contemporary)
Mr. Halla & Seongsan Sunrise Peak (Jeju Museum of Contemporary Art, Jeju)
Sea of Peace; 5 Islands of the West Sea (Incheon Art Platform, Incheon). etc.
PERMANENT POSSESSION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Jeju Museum of Contemporary Art
Daegu Culture & Art Center
Gidang Art Museum
Kwang Ju Government Complex. et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