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개요
전시 제목 : 박한샘 개인전 : 近似點
Park, Han-Saem : Approcher
전시 기간 : 2016년 7월 22일(금) – 8월 24일(수)
오 프 닝 : 2016년 7월 22일(금) 오후 6시
출 품 작 : 회화 5점
전시 장소 : 송은 아트큐브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421 삼탄빌딩 1층)
관람 안내 : 월요일-토요일 9:00am~6:30pm
일요일, 공휴일 휴관 / 무료관람
주 최 : 재단법인 송은문화재단
전시개요
송은 아트큐브는 2015-2016 전시지원 프로그램 선정작가 박한샘의 개인전 “近似點”을 선보인다.
박한샘은 ‘섬’을 바라보다 우연히 포착한 찰나의 순간을 화폭에 담아왔다. 일몰, 폭풍, 태양후광현상 등 섬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강렬한 자연현상 앞에서 작가는 보여지는 실재적 형태를 그대로 화폭에 옮기기 보다 현상을 바라보며 자신이 겪은 찰나의 감정을 자신만의 이미지로 그려낸다.
작가는 현상을 관찰하여 이미지로 남기는 행위를 ‘환원’이라 하는데, 이 같은 환원 행위가 실제 현상을 축소시키거나 왜곡시킬 수 있음을 간파하고 자신이 그린 ‘섬’이 실제와 근사(近似)한지 혹은 자신만이 가진 환영에 근사한지를 끊임없이 의식하며 작업을 이어나간다. 이번 전시에서는 안산 대부도 내 목섬, 털미섬 등지를 그린 작업들을 선보이며, 이 중 무인도인 털미섬을 소재로 한 작업은 서로 다른 시간, 순간의 섬의 모습을 포착한 것으로 같은 장소에서 느낀 상이한 감정을 전달한다.
작가소개
박한샘 작가는 1981년생으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동 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첫 개인전 “偶然之一致_Coincidence”(갤러리 D'OR, 2012)를 시작으로 “二重之不在_Absence of Duplication”(관훈갤러리, 2014), “近地點_Perigee”(석당미술관, 2015)을 개최한 바 있으며 “의정부예술의전당 신진작가'(의정부예술의전당, 2015), “畵歌_水墨美學”(한원미술관, 2016) 등 다양한 그룹전에 참여해왔다. 2015년에는 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로 활동했으며 현재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의 입주작가이다.
박한샘 개인전 : 近似點
회화를 대하는 태도에 관한 소론
박한샘은 회화 작업을 하는 작가이다. 한국화를 전공했지만 넓은 범주에서 보면 회화 작가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한국화는 말할 것도 없이 회화 또한 마찬가지로, 유구한 역사를 지나오며 그 존재 가능성에 대한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오늘날에 들어서는 구상, 추상을 막론하고 회화 작가라고 하면 시대를 역행한다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는 최첨단의 과학이 발달한 시대이니 오로지 ‘몸으로 그린다’는 행위가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질 법도 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여기에 회화의 종말을 고할 수 없는 중요한 지점이 내포되어 있다. ‘몸’으로 그린다는 것. 아무리 기계문명이 발달한들 인간 몸의 감각은 어떤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다. 회화는 작가가 몸의 모든 감각을 동원해 경험한 것을 담아낸 결과물이다. 여기에서 작가가 담아내는 것은 단순히 세계에 대한 이야기나 재현이 아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의 근원을 이루는 본성, 그 깊이를 가시적으로 표출해내는 것이 회화이자, 회화를 하는 작가의 책무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박한샘의 이번 개인전 “近似點_Approcher”(2016)를 마주할 때 ‘섬’이라는 대상에 대한 내용을 읽으려고 하기보다 섬이 놓인 공간에서 느껴지는 감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 섬은 그저 아무 섬으로나 대체될 수 있는 그런 하찮은 존재는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현실감을 한순간 잊게 만들 만큼 강렬한 경험을 동반하는 현장이다. 한 예로 <털미섬_6>(2016), <목섬>(2015) 등은 대부도에서 작가가 목격한 태양후광현상, 폭풍, 일몰 등을 토대로 당시의 느낌과 공간의 기운을 회화로써 표현한 것이다. 작가는 작업을 위해 이러한 소재를 의도적으로 찾아 나선 것이 아니라 늘 몸의 감각을 열고 다니다가 우연히 이런 사건을 마주한 현장으로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현장의 시공간에 대한 몸의 반응을 화폭에 담고 그것을 최대한 근사(近似)하게 관람객이 느낄 수 있도록 제3의 공간에 옮겨놓는 것이 작업의 주된 지점이다. 작가가 온 몸의 감각을 열고 느낀, 뇌리에 박혀 떠나지 않는 사건의 느낌을 가시적으로 창조하기 위해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하고 때론 강한 조명을 쓰거나 전시장 벽과 바닥의 명도를 달리하는 등 부가적인 장치의 개입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런데 당연한 얘기지만 작가가 처음 현장에서 느낀 느낌과 전시장에서 관람객이 가져갈 느낌이 온전히 같을 수는 없다. 같은 현장에 있다 하더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각은 다 다르다. 최대한의 근사치를 뽑아내려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이 ‘다름’에 대해 작가는 처음부터 누구보다 잘 알고 작업에 임했을 것이다. 오히려 작가는 제3의 공간에 관람객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새롭게 촉발될 사건, 개개인이 갖는 시공간에 대한 경험이 교차하는 지점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2차원의 평면으로 일컬어지는 회화는 작품을 마주하는 관객과 그것이 놓인 공간 모두를 품음으로써 또 다른 차원으로써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동시대 회화의 역할이나 새로운 방법론에 대해 논하기 이전에 작가가 그저 몸 전체로 존재를 느끼고 담아내는데 충실했다는 점을 먼저 상기해야 한다. 존재 속에 파고들듯 대상을 보고 또 보면서 말로 설명될 수 없는 어떤 지점(우리가 흔히 아우라Aura라고 칭하는)을 포착하려고 애썼다는 점을 말이다. 바로 이것이 서두에서 말한 회화 작가로서의 책무라 말하고 싶다. 아무런 의도나 목적 없이, 의무도 없이 그저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것. 그로 인해 존재의 뿌리에 한 발짝 다가서는 것. 박한샘은 가장 기본에 충실한 태도로써 회화의 지속 가능한 생존방식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재)한원미술관 큐레이터 이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