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정동석_Dreamscape 225-1
전시내용
갤러리 담에서 8월의 무더위를 식혀줄 전시로 정동석의 사진전을 기획하였다. 도시의 밤거리를 정동석 작가는 3년간을 택시기사로 일하면서 찍은 밤풍경이다. 도시의 네온이 빛나는 밤을 텍스트는 사라지고 빛만으로 작업한 모습이 마치 검은 수묵 그림과도 같은 긴장감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도시의 밤 풍경 12여점이 선보일 예정이다.
평론/ 밤과 도시의 상형문자
최봉림 / 사진평론가
인류는 탄생한지 백만 년이 돼서야 시간과 더불어 덧없이 사라지는 몸짓과 음성 언어의 한계를 그림과 조각을 통해 극복하고자 했다. 동굴의 벽과 바위에 이런 저런 형상을 그리고 새겨, 원시인은 그의 세계관을 거칠게 드러냈다. 이렇게 자연을 모방하는 도상 icon을 사용하여 세계관을 표상한 지 거의 17,000년이 지난 후에야 인간은 비로소 글쓰기를 통해 보다 간편하고 빠르게 우주와 자연, 그리고 자신의 공동체와 의사소통을 꾀하기 시작했다. 세계의 구성물과 닮음의 관계를 유지하는 도상을 약식으로 재현하는 문자로서 사물과 사건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인류 최초의 문자는 기원전 4,000-3,000년 전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역에서 발흥한 메소포타미아 문명인들에 의해 사용된 것으로 여겨진다. 그들은 구상적 도상 figurative icon과 더불어, 쐐기꼴 모양의 설형문자 cuneiform를 함께 사용했다. 여전히 그들은 이전 문명들이 사용했던 약식 데생, 그림문자 pictogram와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설형문자를 병용하면서, 사물, 사건, 생각을 기록하고 표현했다. 이 문명인들은 단순한 설형 문자가 지시하는 음과 의미의 조합을 통해서는 복잡다단한 자연과 사회 현상을 온전히 기록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도상의 성격을 지닌 문자를 사용했던 것이다. 한 마디로 상형문자 hieroglyph라고 통칭할 수 있는 기호체계로서 기억을 보존하고, 사실을 전달하고자 했다.
뜬금없이 상형문자의 기원을 얘기한 것은 바로 정동석의 최근작을 이해하기 위함이다. 작가는 3년여에 거쳐 도시의 밤을 단순하고 기하학적인 설형문자의 형상으로 사진 찍었기 때문이다. 그의 시구를 빌면, “(...)거리거리들달록불/긋반짝번쩍눈에들어와/어깨에앉아가슴에닿아/장광설(...)”인 밤의 도시를 약식 데생, 그림문자 혹은 설형문자의 형상으로 환원시키는 사진작업을 행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달록불긋 반짝번쩍 (...)장광설’이라는 표현이 말해주듯이, 작가 역시 최근 작업의 소재인 장식조명들을 의사소통을 위해 도시의 밤이 떠들어대는 일종의 기호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분명히 도시의 밤을 밝히는 조명장식들은 순수한 미학적 산물이 아니라, 건물의 위치를 알리고, 도시의 거리에서 부유하는 시선들을 유혹하는 일종의 기호이다. 다시 말해 밤을 수놓는 장식조명들은 ‘알록울긋와/글시끌눈마추쳐’ 자신을 매혹적으로 인지케 하고, 그리하여 사람들의 발길을 끌려는 기호 장치이다. 게다가 밤의 네온 조명들은 그것들이 치장하는 건물의 용도를 형태와 색채라는 시각 장치로써 거리의 행인에게 알리려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약식 도상, 그림문자를 자주 사용한다는 점에서 분명 상형문자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러브호텔은 사랑과 일탈 욕망을 자극하는 설형문자, 그림문자를 사용하며, 음식점은 맛과 포만을 상징하는 기호를 활용한다. 술집은 취기와 쾌락을 상징하거나, 현실의 안식처라는 상형문자를 애용하며, 교회는 당연히 십자가라는 상징기호를 조명장식으로 사용한다. 그러니까 밤 도시의 조명장식은 건물의 용도를 행인들에게 홍보하고, 그것의 위치를 그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게 하려는 상형문자인 셈이다.
그러나 고도로 발전한 표음문자 phonogram를 사용하는 현대인들은 이 도시의 상형문자들을 상인이나 건물주의 바램처럼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는다. 오히려 구어의 음을 경제적으로, 체계적으로 전사하는 한글문자, 영어 알파벳을 통해 건물의 용도, 사업의 종류를 파악한다. 즉 도시의 밤을 장식하는 직선, 사선, 삼각형, 계단형 등의 도형문자들은 표음문자를 사용하는 현대인들에게는 의사소통의 본래적 기능을 수행하기보다는 정보전달이 수월하고 기분 좋게 이루어지게 하는 장식문자의 역할을 한다. 혹은 지시대상의 형상 figuration이 제거된 표음문자의 의미작용을 증폭시키고 기억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행한다. 물론 표음문자를 사용하는 간판 역시 기억을 용이하게 하는 기술 mnemonics과 문자의 의미작용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는 색채, 타이포그래피, 도상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건물의 조명장식과 그 기능이 크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간판은 일반 텍스트의 언어처럼 ‘지성’의 이해에 호소하는 언어가 아니라 ‘시각’을 공략하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장식조명과 간판 사이에 존재하는 기능의 차이를 묵과할 수는 없겠다. 간판은 그 자체만으로 건물과 상행위의 용도를 분명히 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영업을 홍보한다. 반면 장식조명은 그 자체로 업종과 건물의 정체성을 밝힐 수 없다. 게다가 불을 밝혀도 잘 보이지 않는 낮에는 홍보와 광고의 보조 역할도 행할 수 없다. 오직 밤에만 건물을 장식하고, 상행위를 증진시킬 수 있다.
그런데 3년간 도시의 밤거리를 산보한 사진작가는 엄격한 프레이밍 framing이라 불리는 사진적 절단 행위를 통해 지시대상을 ‘청각적 이미지 acoustic image'로 전달하는 표음문자를 철저하게 제거했다. 극단적 클로즈업을 행하여 장식 조명이 부착된 건물의 전체적 형상을 가늠할 수 없게끔 했다. 오직 건물의 가장자리를 지나고, 외벽에 부착된 설형문자와 같은 네온 장식에, 혹은 건물을 장식하는 도식적 형상의 일부분에 시선을 집중했다. 작가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장식조명의 배경을 이루는 건물 벽의 질감, 주변 공간도 완벽하게 밤의 어둠 속에 묻어버렸다. 결국 정동석의 밤 사진에는 오직 칠흑 같은 어둠을 배경으로 설형문자 형태의 네온장식만이 형형색색의 불을 밝히게 되었다. 그의 극단적 프레이밍, 배경을 암흑 속에 잠기게 하는 노출 테크닉은 건물의 외벽을 장식하고, 건물의 테두리를 두르는 조명장식을 한글과 알파벳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도시인들로서는 해독하기 어려운 그림문자, 표의문자 ideogram로 만들었다. 정동석의 밤의 상형문자들이 창문, 층계, 지붕, 건물의 구조를 간략하게 표상하는 약식 도상의 형태를 띨 때조차 촬영건물의 용도와 정체성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작가가 포착한 조명장식들은 그 전후 문맥이 철저하게 제거되었기 때문이다. 심사 숙고하면서 해독해야 할 고립된 상형문자로 변하여, 작가의 야경 사진은 일종의 그림 맞추기 수수께끼 rebus가 되는 것이다.
이 수수께끼의 답을 아는 사람은 작가뿐이다. 그것은 그가 상황의 전모를 파악하면서 사진촬영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작가는 수많은 밤 도시의 장식조명을 채집하면서, 조명장식의 형태와 색깔의 ‘일반 문법’을 터득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작가는 건물의 용도와 목적에 따라 네온장식의 형태와 색의 선택, 그리고 그 조합이 이루어지는 규칙을 발견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치 수메르의 문자, 이집트의 고대문자를 해독하는 언어학자가 개별문자의 의미와 그 개별문자가 다른 문자들과 결합하면서 여러 다양한 새로운 의미를 산출하는 기제 mechanism를 알아내듯이, 작가는 네온장식의 기본 형태, 색상들이 단독으로 혹은 상호 결합하면서 건물의 용도, 상행위의 종류를 드러내는 일종의 ‘문법’을 발견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작가는 어떤 규약, 문법을 확정하지 못한 채, 임기응변식으로, 즉흥적으로 장식조명을 설치하는 우리 도시 조명의 ‘원시성’만을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즉 작가는 밤 도시를 채우는 네온의 갖가지 형상들을 어떠한 규칙과 체계 없이, 따라서 어떤 의미작용을 구성하지 못한 채 무질서하게 호객행위만을 하는 ‘야만의’ 상형문자로 규정했을 수도 있다. 어떠한 미학적 의식도 없이, 형태와 색채의 어떤 기호학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뻔뻔스럽게 노골적으로 자신의 목적만을 광고하는 자본주의의 천민성만을 보여주는 상형문자들로 파악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밤 도시를 수놓는 장식조명들이 상형문자의 체계를 갖췄던, 혹은 상형문자 탄생 이전의 야만적 상태이던, 작가는 상형문자를 해독하는 언어학자의 태도로 그것들을 발굴하고 수집했다. 업종의 귀천(貴賤), 건물의 미추(美醜)를 염두에 두지 않고, 오직 치밀한 프레이밍을 통해 도시의 밤을 밝히는 장식조명의 자음과 모음, 음절을 고립적으로 기록했다. 마치 상형문자의 체계를 밝히려는 언어학자가 건물 벽에 새겨진 글자 하나하나를 조심스레 탁본 뜨듯이 말이다.
검은 먹을 배경으로 하얗게 새겨진 탁본의 상형문자처럼, 정동석이 포착한 밤 도시의 상형문자들은 칠흑의 어둠을 배경으로 화려하게 빛난다. 그 간결한 선으로, 군더더기 없는 명확한 형상으로, 그 강렬한 인공색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고대의 설형문자, 그림문자처럼 시선을 유혹하는 그 밤의 문자들은 실제로는 보잘것없는 음식점, 천박한 모텔, 선정적인 술집의 싸구려 조명일 뿐이다. 태양 빛과 더불어 초라하게 사그라질 호객용 장식들일 뿐이다. 그러나 정동석의 사진 속에서는, 전혀 천박하지 않고, 조금도 값싸지 않고, 역겨운 교태도 없이, 작가의 글 제목처럼 ‘밤의 꿈’처럼 빛난다. 미니멀 아트의 작품처럼 냉정하고 엄격하게, 그러나 화려하게 빛난다. 이것은 분명 하찮고, 치졸한 밤의 ‘장광설’조차 엄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지성과, 뻔뻔스럽고 역겨운 도시의 ‘장광설’조차 생명의 활기로, 삶의 열정으로 이해하는 작가의 포용력 때문일 것이다.
자 이제, 작가가 따스한 이해와 차가운 분석의 시선으로 탁본을 뜬 밤 도시의 상형문자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그 장식조명의 정체를 그림 수수께끼처럼 맞추어 보기로 하자.
정동석 Chung Dong Suk
1948 서울생
중앙대학교 사진과 수학
개인전
1992 상류에서 서울 갤러리아아트홀
1993 들 서울 금호미술관
1995 산 서울 금호미술관
1998 내 서울 후정화랑
2000 바다 서울 대안공간 풀
2000 신미에서 경진까지 서울 국립극장
2005 밤의 꿈 서울 갤러리 조선
2006 밤의 꿈 서울 갤러리 도올
2010 가득 빈 서울 나무화랑
2011 마음혁명 서울 나무화랑
2011 마음혁명 서울 아트사간
2015 묘행 서울 인덱스
작품집
1999 반풍경 도서출판 눈빛
2004 밤의 꿈 도서출판 세상의 아침
2008 나다 도서출판 글을읽다
2011 마음혁명 도서출판 나무아트
수상
2009 블루닷프라이즈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
서울시립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금호미술관
미술은행
동강사진박물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사학연금관리공단
법무법인(유) 태평양
단체전
1983 현실과 발언 동인전 서울 관훈미술관
한마당화랑개관 10인 초대전 서울 한마당화랑
1984 삶의 미술 서울 아랍미술관
현실과 발언 동인전 서울 아랍미술관
1985 을축년미술대동잔치 서울 아랍미술관
1986 현실과 발언 서울 그림마당 민
1993 황산과 풍경 사생전 서울 서울미술관
한국 현대사진 서울 예술의전당
코리아 통일미술전 도쿄 센트럴미술관 오사카 현대미술센터
1994 자존의 길 서울 금호미술관
한국 현대사진의 흐름 서울 예술의전당
빛으로 받은 유산 서울 샘터화랑
숲으로 간 화가들 서울 금호미술관
한국사진의 토대와 전망 서울 예술의전당
1995 자존의 길 서울 금호미술관
우리시대의 사진가 서울 갤러리 아트빔
한국사진의 지평 서울 현대아트갤러리
1996 사진은 사진이다 서울 삼성포토갤러리
성즉리 성즉음 서울 동산방화랑
1997 다름의 사랑 서울 금호미술관
1999 동강별곡 서울 가나아트센터
한국미술 90년대의 정황 서울 엘렌킴머피갤러리
2000 풍경과 장소 수원 경기문화예술회관
바다의 촉감 서울 세종문화회관
월인천강지곡 서울 국립극장 문화광장
릴레이 릴레이 서울 문예진흥원 인사미술공간
2001 흩어지다 서울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서울판화미술제 특별전 서울 예술의전당
풀 서울 대안공간 풀
2002 예술가로 산다는 것 서울 인사아트센터
풍경으로부터의 사진, 사진으로부터의 풍경 서울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동강사진축전 영월 동강사진마을
천개의 눈, 천개의 길 서울 덕원갤러리
식물성의 사유 서울 갤러리 라메르
프랑스초청 한국사진작가 특별전 몽펠리에 시립미술관
월드컵기념-한국 바라보기 서울 인사아트센터
2003 찾아가는 미술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신소장품전 서울 서울시립미술관
깊은 그림 서울 대안공간 풀
휴전협정50주년기념-분단의 벽을 넘어 서울 서울시립미술관
2004 현대미술제 인천 인천문예회관
2005 한국작가10인초대전 런던 Knapp갤러리
2006 신소장품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사진의 껍질, 회화의 피부 서울 갤러리 나우
카메라 워크 서울 서울시립미술관
서울국제사진페스티발 서울 토포하우스
눈이야기 서울 문신미술관
2007 잘긋기 서울 소마미술관
한국현대사진 스펙트럼-풍경 서울 트렁크갤러리
숨은사진찾기 서울 동덕아트갤러리
한국미술-여백의 발견 서울 삼성미술관 리움
2008 한국사진의 새로운 탐색 서울 갤러리 룩스
한국현대사진60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2009 읽는 사진, 느끼는 사진 서울 서울시립미술관
한국현대사진60년 창원 경남도립미술관
블루닷 아시아 서울 예술의전당
포토코리아 슈팅이미지 서울 COEX
코리아 투머로우 서울 SETEC
2010 현실과 발언 30주년기념전 서울 인사아트센터
눈 위에 핀 꽃 대전 대전시립미술관
2011 드로우 인 서울 갤러리 룩스
KIAF2011 서울 COEX 박여숙화랑
2012 겨울 겨울 겨울, 봄 안산 경기도미술관
2014 미술관 속 사진페스티발 광주 광주시립미술관
함께 가는 길 서울 가나아트센터
시선의 아카이브 서울 갤러리인덱스
2016 아주공적인 아주사적인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행복의 나라 서울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