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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공방:공예가 되기까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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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공방∣공예가 되기까지>전 개최
Craft Narrative: The Place, Process, Perspective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첫 공예 전시 개최 
◇ ‘공예가’의 경험과 태도, 세계관에 주목, 시공간이 함께하는 이야기로 구성
- 3개의 섹션, 총 6명의 공예가 참여, 총 100여점 작품
-8월 31일부터 2017년 1월 30일까지 서울관 제 3, 4 전시실에서 개최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은 서울관의 첫 공예 전시인 <공예공방│공예가 되기까지>전을 8월 31일(수)부터 2017년 1월 30일(월)까지 개최한다. 

<공예공방│공예가 되기까지>전은 공예를 하나의 고정된 사물로서 보는 것을 넘어 제작과정과 그 행위 그리고 공예가들의 태도와 노고들을 통해 동시대 공예를 읽고 그 가치를 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금속이 불과 만나 반복적으로 두드리는 과정을 담은 ‘시간을 두드리다’의 이봉주(1926~), 고보형(1962~), 흙을 치고 밀고 당기는 손의 닿음과 흔적을 보여주는 ‘공간을 주무르다’의 배연식(1957~), 강기호(1980~)와 함께 박미옥(1959~), 오화진(1970~)의 섬유의 유기적인 얽힘과 결합을 담은 ‘관계를 엮다’ 로 3섹션, 총 6명의 공예가들의 100여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현대공예의 다양한 시도는 ‘공예’의 지평과 저변을 넓힌 반면에 속도와 효율, 자본과 편리를 추구하는 태도는 사물 본연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사람과 사물이 이어온 전통적인 관계를 흔들기도 한다. ‘손길’로 사물을 다루는 일은 오래 걸리고 더디지만, 공예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그 안에 담긴 수공성은 기계제품이 조장하는 끝없는 소비와 이것이 지배하는 세계관에 의미 있는 대안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공예’의 가치와 ‘손’의 진가를 인정하고 그것이 우리의 ‘일상’에 녹아들 수 있도록 자신의 신체와 독창적인 기술,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여 보다 인간적인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는 ‘공예가’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공예공방∣공예가 되기까지>전은 인간의 손으로 무심한 사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장소이자 어느 공예가의 역사와 땀이 오롯이 쌓여있는 ‘공방’에 다가선다. 그리고 그 생명의 곳에서 일어나는 ‘공예’가 되기까지의 재료와 기법, 기술뿐 아니라 ‘공예가’가 되기까지의 경험과 태도, 세계관에 주목하며 시공간이 함께하는 이야기(narrative)를 재현하고자 한다. ‘두드리다’, ‘주무르다’, ‘엮다’라는 테마로 재료를 다루는 행위를 전면으로 드러내 그 안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고 작가 고유의 시적언어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자신만의 문법으로 느리고 지혜롭게 작업을 이끌어가는 공예가들이 남기는 손의 흔적과 살아가는 태도를 통해 작품 너머에 숨어 있는 울림에 귀 기울이고자 한다. 

<공예공방│공예가 되기까지>전은 전통과 현대, 중앙과 지방, 시민을 아우르는 삶에 친숙한 문화적 양식으로의 공예를 제안하는 것과 더불어, 다양한 협업을 통해 공예의 가치를 조명하는 전시가 될 것이다. 

자세한 정보는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http://www.mmca.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시간을 ‘두드리다’

금속은 불과 만나 확장되어가는 가변성과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단단해지는 경화성을 동시에 지녔다. 특히 금속을 불에 달궈 수없이 두드리며 형태를 만들어가는 단조(hammering) 작업은 육체에서 발생하는 운동에너지가 시각적으로 구현되고 완성된 제작물에서도 그 힘과 시간을 만질 수 있다.
장인(master)에 도달하려면 1만 시간가량의 실습이 필요하며, 하나의 기능을 체득하는 과정은 보고 들은 내용과 실제 경험이 암묵적 지식으로 쌓이는 과정이라고 사회학자 리차드 세넷(Richard Sennett)은 말한다. 금속을 다루는 공예가는 또 다른 손이자 손의 연장이라 할 수 있는 도구와 장비의 사용법을 익히고 익숙해지는 데에 헤아릴 수 없는 반복 작업이라는 노고를 겪어야 한다. 망치와 집게와 같은 도구들이 낡고 닳을수록 장인의 솜씨는 능수능란해지지만 그의 손끝마디는 닳고 손바닥은 거칠고 단단해진다. 
공예가 고보형


공예가 이봉주

-공예가 이봉주
공예가 이봉주는 방짜유기를 제작하는 중요무형문화재 77호 장인이다. 방짜는 두드리는 단조 기법을 통해 제작된 구리 78%와 주석 22%의 정확한 합금비율을 말한다. 작품의 제작을 위해서는 용해를 시작으로 넓게펴기(네핌질), 우그리기(우김질), 떼어내기(냄질), 당기며 쳐서 늘이기(닥침질), 다듬기(제질) 및 담금질, 변형된 것을 바로 잡기(벼름질)와 마지막으로 색이 드러나도록 깎아 내기(가질)의 순서를 따른다. 각 과정에 숙련된 기술들이 전제되어야 하며, 4~5명이 한 조를 이뤄 형태를 늘리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특히 망치질(메질)을 통해 다른 기법으로 얻기 힘든 부피감과 기물 표면의 흔적들을 만드는데, 이는 투박스러우나 은근한 멋과 품위를 준다. 반복된 두드림은 금속조직을 압축시켜 재질을 더욱 단단하게 해주어 휘거나 잘 깨지지 않아 강도가 높은 생활용품의 제작을 가능케 하며 쓸수록 윤기가 난다. 


-공예가 고보형

“공예성은 삶의 태도와 같아서 지속적이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익숙함이 생겨난다.” 공예가 고보형은 곡선과 직선을 교차시키며 일상의 특별함을 만들어낸다. 그의 작품은 수없는 두드림(단조)과 구부림(판금)이 겹쳐져 이루어졌고, 쉼 없는 가정과 추측, 고민을 이어내듯 그와 닮아있다. 곡선과 직선의 정직한 기본형들이 모여 완성된 숟가락, 주전자, 워머의 형태들을 상세히 들여다보면 조금 과장된 원형이나 살짝 빗나가는 직선의 각도가 의도적으로 배치되어 그만의 독특한 위트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음식물을 담고 뜨고 찍는 본래의 쓰임을 충족하는 범위에서 장식을 결정하고 허용한다. 
              




2. 공간을 ‘주무르다’

가장 원초적이고 전통적이며 자연의 일부인 흙은 공예가의 노동이 덧붙여져 자연스럽게 기물을 제작하는 과정으로 연결된다. 이 과정에서 촉각은 사물을 판단하고 정보를 읽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감각 요소라 할 수 있다. 분리된 개별동작들이 아니라 흙을 치고 밀고 당기고 끌어올리는 모든 손의 닿음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어 흔적으로 남겨지고 고스란히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기물 작품에는 빈 공간이 존재한다. 이 공간은 기물이 가마 불 속에서 터지거나 깨어짐을 방지하기 위한 공기의 통로로서 필히 있어야 하는 기술적 공간인 동시에, 그 속에는 공예가의 호흡이 머무르고 사유가 함축되어있는 숨은 여백이다. 그래서 도자는 단순히 장식과 기술로서 손의 능력을 감탄하게 만드는 것 이상으로 사람의 마음을 이끌어 낸다. 
공예가 강기호 


공예가 배연식 


-공예가 배연식
공예가 배연식은 푸르스름한 도기라는 뜻을 가진 ‘푸레도기’를 제작한다. 직접 채취한 흙을 3년 이상의 숙성기간을 거쳐 준비하고, 성형하여 초벌 없이 한 번에 1,300도가 넘는 고온의 장작가마 안에서 약 5일 동안 소성한다. 가마 안의 온도가 상승할 때 소금을 투척하여 연기와 나무의 재가 기물 표면에 달라붙으면서 자연스러운 유막과 불이 지나간 자리를 남긴다. 단벌 소성한다는 점은 일반 옹기와 같지만, 유약이나 잿물을 입히지 않고 고온에서 연을 먹인다는 점은 일반 도기들과 다르다. 이는 방수효과와 함께 소성강도가 높아져 다른 도기에 비해 강도가 높아져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공예가 강기호 
공예가 강기호는 전적으로 흙의 가능성과 잠재력에 의지하여 작업한다. 손으로 점토를 길고 둥글게 말아서 차근차근 쌓아나가는 코일링(coiling) 기법은 두께를 만들고 점토가 서로 긴밀하게 붙도록 엄지와 집개손가락으로 눌러나가는 절대적인 시간과 몸이 기억하는 손끝의 감각에 의지한다. 이러한 작업방식은 도구와 기계의 사용을 최소한으로 하고 자신의 몸으로 온전히 순응하는 일이다. 점토를 만지고 느끼며 스스로에게 끊임없는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과정과 이를 인지한 수용자는 기물과의 거리, 공예가와의 거리를 무너뜨리고 상호간의 감각을 교환하면서 결속을 만든다. 




3. 관계를 ‘엮다’ 

섬유라는 재료는 인간생활에 가장 밀착되어 왔던 생활필수품이자 미적 조형언어로 우리 삶에 실용적 기능과 예술적인 역할을 해왔다. 섬유는 의도에 따라 그 고유의 성질을 완전히 잃기도 하고 반대로 그 자체가 주를 이루며 외적 표현을 확장하기도 한다. 다른 재료에 비해 그 재질이 부드럽고 유연하여 형태의 제한 없이 다양한 작업이 가능하다. 한 가닥의 실은 생명체의 신경조직과 같이 미세한 섬유질이 유기적으로 얽히거나 구조적으로 결합되고, 씨실과 날실의 반복적인 엮임을 통해 하나의 천으로 완성된다. 
특히 우리의 삶과 일상에 가장 친숙한 소재인 섬유를 사용하는 바느질과 직조 작업은 손끝의 감각으로 빈틈없이 정교하게 다뤄져야 하는 작업의 특성상, 오래전부터 여성들의 삶과 감정, 일상의 미학이 잘 반영된 분야이기도 하다. 한 장의 천에는 지난한 시간을 이어오며 몸소 체득한 경험과 관계가 서려있다. 


-공예가 박미옥
공예가 박미옥은 한산세모시짜기 이수자로 한산지역에서 유일한 고운모시(세모시) 짜기의 장인이다. 31cm 폭에 한 필이 36자(21.6m)인 한산모시는 모시베기에서 짜기까지에는 약 두 달 정도가 소요되며, 박미옥 장인이 한 필을 짜는 데에도 약 4~5일이 걸린다. 모시짜기는 모시풀을 베어 겉과 속껍질을 분리하여 햇빛에 말리는 태모시, 입을 이용하는 째기와 모시올을 잇기 위해 침을 묻혀 무릎에서 비비고 삼는 굿모시 공정, 날실을 만드는 과정인 날기, 콩풀을 입히는 매기, 베틀로 짜기는 과정으로 이루어진 필모시의 공정을 가진 우리의 공동체 삶에서 이어져 온 살아있는 문화라 할 수 있다.


-공예가 오화진
공예가 오화진은 순전히 본능적이고 감각적인 방법으로 예기치 못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은 전통적인 테크닉인 매듭, 반복된 손바느질과 같은 운명적 행위를 만나서 기능성을 간과하지 않지만 사용에 결코 종속되지 않은 완성품으로 등장한다. 바느질이라는 행위는 인생의 여정처럼 때론 느리고 반복된 것처럼 보이지만 정해진 운명을 따라 가는 순전히 본능적이고 감각적인 과정으로 공예가 오화진 작업의 악센트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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