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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스페이스 퀄리아 기획 초대전: 최 일, 말(馬)과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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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스페이스 퀄리아 기획 초대전

<최 일, 말(馬)과 사람>

                                    

                                                  

   관람일시_  2016. 8. 18 ~ 2016. 9. 6                                                          

   관람시간_  12:00 ~ 19:00 (연중무휴)

   대일시_ 2016. 8. 18 (THU) PM 06:00                                                                  

​   특별강연_ 조각의 이해와 감상 : 최 일_ 2016. 8. 27 (SAT) PM05:00  

                 1  조각의 역사                                                       

                 2  현대조각의 해석                                             

                 3  해외 조각가의 작업과 작품                              

                 4  국내 조각가의 작업과 작품                              

​   관람장소_  아트스페이스 퀄리아 ART SPACE QUALIA                    

                 서울시 종로구 평창11길 41(평창동 365-3) Tel. 02-379-4648                

​                      http://soo333so4.wixsite.com/qualia​     




 

HORSE AND PEOPLE


말(馬)과 사람


  말은 작가가 집착했던 형상 중에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이다. 근대조각사에 약간의 식견이 있다면 당장 말 = 마리노 마리니(Marino Marini)라는 등식을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다. 마리니는 최일에게 영감을 준 원천이었다, 하지만 작가는 마리니와는 다른 관념을 가졌다. 마리니의 경우는 ‘기마상’이라는 고유한 예술개념으로부터 출발하였다. 에트루리아의 고졸기(archaic) 미술에서 롬바르디아의 중세와 근세조각에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마리니와는 달리, 최일은 차음 본 말의 물리적 크기 - 작가는 애초 말의 크기에 무척이나 강인한 인상을 받았다고 전한다 - 와 해부학적 특징, 즉 가장 완벽하고 아름다운 신체적 구성을 가진 동물을 경험한 것으로부터 작업의 시작을 삼았다. 그리고 이러한 사적인 체험은 그의 작품을 또한 미술사적 유사성에서 해방시켜줄 근거가 된다. 다른 현대조각처럼 최일의 말은 단순하게 그리고 적절한 왜곡(deformation)을 겪었다. 그러나 존재적 성격이 강한 다른 현대조각들에 비해 최일의 조각은 접촉욕구를 불러일으킬 만큼 감각적인 면과 더불어 서사적인 형상성을 지니고 있다. 일견에 단순히 서 있는 입상으로서 말과 인간형상과 결합되어 스토리를 구성하는 경우 그리고 말의 형상에서 추출한 새로운 형상학적 수사를 구성해 내는 것이 그의 말조각의 기본적인 레퍼토리이다. 이 다양한 제시는 또한 그에 상응하는 여러 가지 생각을 토대로 한다. 그 생각을 해제해보면 서사가 나온다.


 


 

  

   말은 인간의 문명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자연의 피조물 중에 왜소한 존재로서 인간은 동물을 사육함으로서 의식주의 변화는 물론, 물리적으로 확대된 도구로서 짐승을 사용함으로서 주어진 능력 이상의 권력을 누리게 되었다. 바로 이것이 문명의 역사였다. 공간의 정복에서 전쟁방식의 변화에 이르기까지 말은 다른 어떤 사육된 동물들에 비해 기여도가 컸다. 이것은 또한 말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을 만들었다. 말과 인간의 관계 속에서 이성과 자연 혹은 야생의 조화와 갈등을 바라보았다. 그러므로 말에 (안정적으로) 올라탄 사람은 문명을 이룬 자 혹은 그 문명을 관리하는 자, 즉 권력자의 도상이 된다. 말은 그런 인간을 수식하는 부가적 형용사였다. 마치 왕관, 칼 혹은 기타 상징물들이 그렇듯이. 이에 반하여 최일의 말 조각은 두 개체가 의미의 등가관계를 이루고 나서야 이야기를 형성하며, 말이 오히려 주체가 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매 작품마다 다르게 전개된다. 이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것은 관전 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다. 최일은 말과 인간의 관계를 역전시켜는 등, 가능한 여러 가지 상황을 설정해 놓는다. 대지처럼 누워있는 말 위에 서 있는 인물 혹은 말머리에 겨우 매달려 있는 불안한 사람 혹은 말머리를 지고 있는 작은 인물 등이 작가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지 기대하게 한다. 그의 연극적인 연출력은 때론 의미심장하고 때론 희화화된 이야기를 구성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지 두 개의 덩어리가 구성하는 이야기가 해석에 따라서는 장편의 서사로 풀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조형적인 측면을 고려해보면, 최일의 작품들은 사물의 통념을 뒤집는 형상들을 보여준다. 이것은 가히 가역적 형상들이다. 우선 크기의 원근법적 설정이다. 말의 크기는 실질적인 거리뿐만 아니라 관객에 대한 심리적인 거리까지도 소급되는 상대적인 것이다. 또한 말들의 크기는 만들어진 실제 크기와는 별도로 모뉴멘탈하다. 형식과 내용적인 측면 모두에서 그렇다. 네 다리를 딛고 서 있는 형상뿐만 아니라, 한 발을 내딛는 고전적 형상까지 착실하게 기념비적 요소로서 크기를 파악해 나간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편린일 뿐이다. 일단 상대적인 크기에서 그렇다. 대개 작품의 크기는 등신대 이하이지만 그 덩어리가 주는 부피의 인상은 실제크기를 넘어간다. 또한 폴리코트를 덧붙여 만든 몸체 위에 덮여진 청동코팅은 - 이러한 기술은 작가의 실험이 수없이 많은 실패를 통해 얻어진 결과이다 - 원래 금빛을 띠고 있다가 점차 녹색으로 산화되면서 작품의 표면을 마치 오래된 청동상의 역사적 질감으로 변모시킨다. 또한 작은 말의 형상들이 특별히 제작된 개선문 위에 전시되기도 하는데, 이것은 마치 베를린 브란덴부르그의 개선문과 그 위에 있는 샤도프(Johann Gottfried Schadow)의 기마전차상이 지닌, 즉 고대와 고전주의의 전통 속에서 이룩된 기념비적 형상원리를 재현한 것과 같다. 그러나 작가는 “말을 위한 기념비”라고 지칭하고, 인간을 위한 기념비를 말로 대치함으로서 형상언어의 구조를 해체하고 재구성하였다.



  작가는 또한 다른 조형가능성을 추가한다. 바로 토르소이다. 인간의 신체를 나누어, 흉상, 반신상, 전신상 그리고 토르소로 장르화한 조각은 이미 주지하는 바이다. 하지만 작가는 말 형상에도 이것을 사용하였다. 허리가 잘려진 말 혹은 머리만 남은 두상 그리고 몸체와 축소된 사지를 달고 있는 모습 등이 이번에 볼 수 있는 예시들이다. 여기에 작가는 이러한 다양한 조형들에 공간과의 다양한 관계를 부여하였다. 몇 가지 평범한 예를 비껴보면, 단지 ‘서’있는 형상이라기보다는 매우 기예적인(acrobatic)인 자세들로 이루어진 것이 시선을 잡는다. 머리와 두 발로 마치 삼각대의 균형으로 거꾸로 선 말의 형상이나, 공중에 매달린 두상 혹은 누워있는 토르소는 기이하면서 또한 비자연적이다. 다양성에 대한 추구뿐일까? 아니면 그것이 예술이라는 것, 즉 자연과 거울이면서 역상(逆像)이라는 모순론을 실천하기 위해서인가? 역설적이지만, 최일의 작업은 전통적이면서 철저하게 반 전통적이다. 작가의 이러한 독특한 정체성은 또한 매우 본질적인 것을 함유하고 있다. 차용된 피조물 혹은 영감의 원천에 대해 작가는 종교적 심성에 가까울 정도로 경이의 시선을 두고, 그 형상들의 본질을 파악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숙고가 지나자마자, 그의 ‘장난기’ 짙은 예술의지는 자연의 본질인 당위성을 예술의 가역성에 비추어 적당히 그리고 위험하고 재미있게 재해석한다. 기념비적 요소를 가지고 노는 작가의 태도와 더불어, 무거워 보이는 부피가 사실 매우 가벼운 폴리코트 막으로 이루어진 통이라는 형식적 사기는 바로 이러한 그의 예술의지를 잘 표명해 준다.  

                                                                                                                                                                                                                                             김 정 락 (미술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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