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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데 에스테반 : 오늘에게 딴지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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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의도 ]

갤러리 나우는 다양한 작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외 사진 예술의 새로운 변화와 활로를 여는 것을 목표로 '갤러리 나우 작가상(gallery NoW Artist Award)'을 제정하였다. 


이번 전시는 2014년 제 6회 갤러리 나우 작가상에서 해외작가상을 수상했던 막스 데 에스테반이 갤러리 나우에서 가지는 두 번째 전시이다.

첫 번째 전시에서 막스 데 에스테반은 예술을 위하여 태어나 그 수명이 다한 기계의 영혼을 되살려 보여주었다. 그리고 현대에 이르러 새로운 기술과 형식이 발달함에 따라 나타나는 예술행위의 민주화와 그 위태로운 본질이 강화됨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이번 전시 <오늘에게 딴지걸다> (원제: Heads will Roll)에서 작가는 과거와 현재 이미지의 콜라주와 오버레이를 통하여 디지털 시대에 사진이 보일 수 있는 다른 버전을 제시하고, 복잡한 현대 사회를 꿰뚫어 하나의 이미지 속에 표현한다. 
우리는 어디로, 어느 방향으로, 그리고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막스 데 에스테반은 모든 확실성이 우리가 움직이는 속도에 따라 빠르게 무너지고 있음을 작품 속의 다양한 표상과 이미지의 조각을 통해 보여주며, 인류의 잃어버린 방향성과 정신적인 표류상태를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의 말대로 현대의 삶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무엇하나 확실한 것이 없이 다양한 가능성 속에서 존재한다. 우리 육체의 고통, 채우지 못한 욕망의 악몽, 불가능한 야망들. 어디에나 있으며 아무 곳에도 없고, 다수 속에서 홀로 있고, 숨겨져 있으나 언제나 노출되고 있음을 표현한다.

[ 전시서문 ]

IN CHIAROSCURO 명암속에서

Max de Esteban의 최근작을 한 문구로 정리하자면 이렇게 말하겠다: “불편한 막간”. 

이것이 그의 시리즈를 바라볼 때 주로 느껴지는 감정이다. 정지의 순간. 국경의 임시 피난처. 컨텐츠는 한계에 달해있고, 환영과 같으며, 시간은 그대로 머물러 있다. 명확하고 완벽하게 틀이 짜여진 이미지를 찾는 것은 다핵화된 경로가 급증하며 무너졌다.

이 실험은 '예술작품으로서의 사진'의 기만적인 아름다움으로부터 멀어지기 때문에 매우 급박하면서 통찰력이 강하다. 하지만 동시에 작가와 관객을 불확실한 영역에 두기 때문에 위험한 실험이기도 하다. 분명 우리는 곧 다가올 어둠의 시대를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를 뚫고 들어오는 빛은 반대 방향으로의 움직임을 제시한다. 우리는 새로운 중세를 맞이하는가? 아니면 새로운 르네상스인가?

어쩌면 이것 아니면 저것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양면적이고 애매모호한 관점이 가진 명암 속으로의 급습일 수 있다. 우리는 어디로, 어느 방향으로, 그리고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확실한 것은 모든 확실성이 우리가 움직이는 속도에 따라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계몽주의 시대의 낙관론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반대로 기술력은 우리의 공포를 한 단계 높여버렸다. 모든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혹은 이러한 발전이 진행될수록 우리는 성서시대의 대재앙과 비슷한 것을 필요로 하는 듯하다. 기술과 함께 행복하게 공존해야 할 운명인 인류는 영속적인 위기상황 속에서 살도록 몰렸다. 

Max de Esteban은 이러한 긴급 상태에 매우 민감하며 그의 이미지는 이러한 점에서 관객을 잘 사로잡고 있다. 그는 우리가 포위된 상태로 살아가고 있음을 암시하는 듯 하며, 사실 그 점은 어느 정도 사실이기도 하다. 흐릿한 전쟁의 공포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죽음에 대한 격렬한 공포와 함께 섞인다. 

Max de Esteban이 완벽하게 묘사하는 것처럼 다양한 공포의 혼합은 시민 통제 메커니즘의 지속적인 감시를 초래한다. 빅 브라더의 눈은 조지 오웰이 예견한 통제의 효율을 수천 배로 높였고, 특히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의 강력한 재생산 효과를 고려했을 때, 현대의 모든 이들은 사회 전체에 대한 전체주의적 통제에 기여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의도와 무관하게 서로를 통제하고도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21세기의 인간은 지난 세기의 참사 이후 더 강한 자유를 얻을 운명이었으나, 지금까지 생각할 수도 없었던 통제의 메커니즘에 복종하는 듯하다.

불확실성에 의해 지배되는 세계에서 신체는 인간이 가진 마지막 보루이다. 하지만 인간이 가진 감정과 느낌이 외부적 요인 - 보이지 않는 손이나 더 나쁘게는 면책권을 가진 손에 의해 지배되기에, 여기에서도 인간의 움직임에는 자유가 없어 보인다. 
막스 데 에스테반은 자동화되고 규격화된 인류를 우리 눈앞에 행진시킨다. 이 개인성의 흔적만을 가진 이 남녀들은 가면의 뒤에 숨어있고 사람들이 가진 고유의 기운은 그 존재에서 도난당했다. 콜라주, 오버레이된 이미지의 사용과 시각적 합체는 목적지가 없고 방향성도 상실한 채 우상에 매달리는 인류를 극명하게 제시한다. 상처입고 유린된 인류이다.

그 마지막 피난처가 되는 육체들이 여기에 모여있다. 하지만 그들을 해치는 가장 깊은 상처는 고독이다.

우리는 어디에나 존재하며 동시에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Max de Esteban의 작품을 훌륭하게 설명한 분석이다. 치명적일 정도의 정확성으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에 있는 현대인의 외로운 존재를 보여준다. 

한 세기 전에 부조리한 비극은 조직화된 대중의 감옥 속에 있는 인간의 고독이었다. 파시즘은 개인에 우선한 대중의 지배가 극에 달함을 의미했다. 하지만 광장과 거리에서는 게임이 진행되었다. 우리의 시대에 노출된 것은 숨겨진 것과 교차된다. 

한편으로 우리는 거대 도시에 거주하는 혼돈스러운 다수에 푹 빠져 있으며, 같은 장면들은 몇 번이고 반복해서 나타난다. 대중은 허무주의적 혼돈을 위한 전체주의적 질서를 대체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우리의 외로움, 즉 우리 시대에 가장 깊숙이 오명을 씌우는 외로움은 기술적인 은둔과 연관되어 있다. 최근까지 '현실'이라고 불렸던 것과 평행을 이루는 네트워크는 전세계에 걸쳐 대량으로 뻗어나간다. 우리는 이를 '가상 인생'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우리의 외로움은 거미줄의 한쪽 끝에서 다른 끝으로 뛰어다니며 이것이 유일하게 가능한 존재라고 확신하는 작은 거미의 외로움과도 같다. 현실에서 이 외로움은 아무도 없는 곳을 만들어내며 이는 우리의 도시들이 변화하여 만들어진 아무도 없는 곳과 완벽한 대치를 이룬다.  

이것이 Max de Esteban가 자신의 불편한 모자이크를 만들어내기 위해 선택한 세상의 조각들이며, 이 모자이크는 명료하고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아름다우며, 무엇보다도, 진실한 모자이크이다. 

- Rafael Argullol
Rafael Argullol은 Universitat Pompeu Fabra의 미학 및 예술이론 교수이다. 30권 이상의 책을 저술했으며 버클리 대학교의 객원교수를 맡은 바 있고 다양한 미국 및 유럽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최근작으로는 “Maldita Perfección” (2013), “Una Educación Sensorial” (2010), “Visión desde el fondo del mar” (2010) 등이 있다.

[ 작가노트 ]
현대의 삶이란 과거와 현재의 이미지와 텍스트, 소리가 진짜인지 혹은 가짜인지에 대한 징후를 같은 무게로 공유한다. 여기에는 주요한 궤적도, 직선적인 내러티브도 없이 모두 유효한, 다양한 가능성만이 있을 뿐이다.

새로운 트렌드들은 나타나고 이전의 트렌드는 사그라든다. 무엇도 길게 군림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도 없이 오로지 현재의  유동성에 조합되어 있다. 

영구적인 위기상황에서, 전쟁은 일반적인 현상으로 여겨진다. 멀리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불안감과 위기감이 고조되고 사회가 무장화 되는 것에 안도하며 그것들을 수용하게 한다. 

존재란 통제할 수 없고 또  책임질 수도 없는 재앙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특이성으로 인하여 정의 된다. 우리 육체의 고통, 채우지 못한 욕망의 악몽, 불가능한 야망들. 즉 사고나 재앙은 어디에나 있으며 아무 곳에도 없고, 다수 속에서 홀로 있고, 숨겨져 있으나 언제나 노출되어 있다. 

막스 데 에스테반 [오늘에게 딴지걸다]展 (원제 Heads will Roll)
2016년 9월 1일(목) - 9월 27일(화) 10am - 7pm
갤러리 나우 -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39, 관훈동 성지빌딩 3F
02-725-2930 / gallery_no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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