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마미술관, ‘공간’에 대한 낯설고 특별한 예술적 체험을 제공하고, ‘장소’에 대한 ‘몸’의 경험과 기억을 환기시켜 삶의 방향을 재탐색하는 “어느 곳도 아닌 이곳”展개최
● 미술관 전시 공간에 대해 심리적, 지리적, 공감각적 등 여러 가지 시각으로 접근하여 다양한 공간 해석을 보여주는 8인의 공간 설치 작업 8점 소개
국민체육진흥공단 소마미술관(윤동천 명예관장)은 오는 9월 9일부터 11월 20일까지 ‘공간과 몸’이라는 주제로 현대미술작가 8인의 작품 8점을 소개하는 “어느 곳도 아닌 이곳”展을 개최합니다. ‘어느 곳도 아닌 이곳’은 앞서 ‘몸’이라는 주제로 펼쳐졌던 ‘소마 인사이트-지독한 노동’와 ‘그다음 몸-담론, 실천, 재현으로서의 예술’ 전시에 이어, 공간에 대한 몸의 반응과 몸의 개입을 통한 공간의 구조화와 장소성에 대해 살펴보고, 인간화된 장소를 몸으로 기억하며 완성되는 우리 삶의 의미를 되새겨보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김기성, 김용관, 김지은, 박여주, 박혜수, 천대광, 카입, 한경우 등 8명의 공간 설치 작업을 통해 공간에 대한 낯설고 특별한 예술적 체험을 제공하고, 장소에 대한 몸의 경험과 기억을 환기시켜 삶의 방향을 재탐색해보고자 하였습니다.
본 전시의 관람료는 성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이며, 기타 자세한 사항은 방문 전 소마미술관 홈페이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ㅇ 전 시 명 : 어느 곳도 아닌 이곳
ㅇ 전시기간 : 2016. 9. 9. (금) ~ 11. 20 (일)
ㅇ 전시오픈 : 2016. 9. 8. (목) 오후 5시, 소마미술관 로비
ㅇ 주최/주관 : 국민체육진흥공단 소마미술관
ㅇ 전시장소 : 소마미술관 2~5전시실, 백남준 비디오 아트홀
ㅇ 전시작가 : 김기성, 김용관, 김지은, 박여주, 박혜수, 천대광, 카 입, 한경우 총 8명
ㅇ 출 품 작 : 공간 설치 작품 8점
어느 곳도 아닌 이곳
낯선 공간에서 신체의 일부 또는 몸 전체를 조절하고 움직이려면 공간 파악이 우선되어야 한다. 공간에 대한 몸의 반응은 오감 외에도 미세한 방향감각이라든지 습도와 기압에 대한 민감한 반응 등으로 좀 더 세분화된다. 그 과정에서 사유나 경험이 작용하게 된다. 공간이 자각적인 경험과 연결될 때 그 경험적 공간은 관점이라는 개념에서 얘기될 수 있는데, 단순히 점으로 환원되지 않는 일정한 방향성을 갖는 확장 공간이 피조물이 ‘거주하는’ 곳이 된다. 인간의 감각, 인지, 운동능력의 차원에서 공간이 구조화되면 신체성이 개입되고, 그 과정에서 추상적 공간에 구체적 장소성이 주어진다. 개인의 기억이 장소와 직결되는 것처럼, 문화적 기억과 정체성 역시 풍경과 물리적 환경에 밀착되어 있다. 우리의 삶은 장소에 대한 희로애락, 장소를 잃고 되찾는 경험을 통해 인간화된 장소를 몸으로 기억하며 완성되는 것이다.
이렇듯 ‘공간’(space)은 삶의 물리적 배경이다. 주체로서의 인간이 인식하는 ‘장소’(place)는 이미지로 읽히는 수많은 의미들이 중첩되어 있는 기표이다. 장소성이란 인간이 존재함으로써 얻어지는 공간의 정체성이며 그 정체성은 그 속에서 일어나는 복잡 다양한 경험들에 의해 구성되는 것이다. 장소의 가치는 인간관계의 친밀도에 따라 달라진다. 인류학적 차원에서 인간은 자신의 고향을 세계의 중심으로 간주하고 자신과 자신이 속한 사회의 역사를 통해 정체성을 가시적으로 갖게 된다. 이처럼 공간에 대한 사유의 중심축은 언제나 ‘인간’이다. 인간은 자신의 경험에 따라 시간의 흐름과 단절의 연속을 겪으며 필연적으로 역사에 동참하게 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엔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친숙해졌을 어느 도시, 어느 지역, 어느 공간, 어느 장소를 떠올리며 그곳에서 어떤 개인적 혹은 공공적 경험들을 가져왔는지 돌이켜보고, 그 삶의 장소들을 ‘어느 곳도 아닌 이곳’에서 찾아보기를 권한다. 방향성을 잃은 현대인들이 저마다의 기억과 감각과 경험을 환기시키며 자신이 위치한 일정 공간과 장소에 집중해보는 것, 압축해서 말하자면 잊고 있었지만 혹은 잃어버렸지만 어딘가에 분명히 있음을 알려주는 ‘인간주의적 지리학’의 좌표가 전시의 기본 축을 형성하고 있다. 거주하는 곳, 낯선 곳, 그 모두가 삶이 그렇듯 무한 고리로 얽혀 있는 이곳에서 빛, 색, 냄새, 소리, 기억을 통해 온몸으로 작품과 마주하기를 바란다.
■ 박윤정 (前소마미술관 수석큐레이터, 現체육박물관추진단 전시준비팀장)
천대광 : 이번 천대광의 작품은 신체의 일부가 작품 속에 적극적으로 개입되는, 그리하여 낯선 공간에서 점차 인간화되어가는 장소로 이어지는 여정의 도입부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주변환경에 따라 다양한 빛을 머금는 백색의 공간 안에서 관객이 타인과의 시선 교류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통해 장소애(場所愛, topophilia)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다. 인간은 장소에 대한 생존과 적응 뿐 아니라 만족, 기쁨, 열망 등을 통해 애착을 갖고 싶어 한다. 그 애착은 어떻게 자신의 세계를 지각하고 구성하는가에 관한 것이며 그것이 가치관, 세계관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장소애는 사람과 장소 또는 배경에 대한 정서적 유대감이라 할 수 있다. 생소한 스케일의 낯선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찰나적 교류지만, 작가가 만들어낸 것은 오롯한 자신만의 공간 안에 뜬금없이 들고나는 타인의 존재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스스로 지켜보는 것, 전혀 다른 위치에서 내가 서 있던 공간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 가능한 공간이다. 혼자인 듯 혼자 아닌 세상 속에서 누군가를 애써 기다리지 않아도 족한, ‘나’라는 존재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시간이 <백색 공간, 백 가지 색> 안에서 지나가고 있다.
박여주 : 박여주 작가는 이번 작업의 모티프를 조선후기 궁궐의 병풍그림인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에서 찾았다. 일월오봉도는 일관된 형식을 지니는데, 작가가 주목한 것은 화면 중앙에 다섯 개의 봉우리와 오른 편에 해가, 왼편에 달이 함께 떠있는 초현실적 모습이다. 하늘이 내린 왕을 보호하는 상징들이 왕과 왕비를 각각 의미하는 해와 달과 어우러져 있는 이 옛 그림은 박여주 작가의 ‘일월오봉’에서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 되었다. 작가는 해와 달이 함께 떠 있는 그림에서 초현실성을 느꼈고 이에 영감을 받아 시공을 초월하는 형이상학적 풍경을 만들고자했다고 설명한다. 작가의 공간에서, 봉우리를 상징하는 5개의 문과 해와 달을 상징하는 동그라미를 지나쳐 통과하면 관객들은 주조색인 초록빛이 온 몸을 물들이는 빈 공간을 만나게 된다. 기대했던 대상의 실체를 직면하면, 우리는 감탄과 허무의 경계에서 감정적 선택을 본능적으로 하게 된다. 왕이 그림 앞에 현존함으로써 완성되는 일월오봉도를 초현실적 색면 공간으로 개조한 박여주 작가의 의도는, 낯설고 기하적인 공간 안에서 피조물이 몸으로 사유하게 함으로써 물리적 신체와 공간과의 관계 맺기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게 만드는 심리적 체험공간이다.
김지은 : 김지은 작가는 도시 개발과 고속 성장의 대표적 상징물이라할 수 있는 건축 현장의 모습에 주목한다. 작가는 대량소비사회의 이미지와 폐기과정 중의 건축물을 대비시키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쓰임새로 인해 칭송받다가 폐기물로 전락하는 건축물들을 통해 양면적 사회의식의 이면을 보여주고자한다. 다수의 국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단기간 머물며 여러 곳에서 작업한 작가의 경력으로 짐작컨대, 정착 아닌 부유를 스스로 선택한 작가가 반복되는 짐 싸기에서 저비용 고효율을 체득한 것은 낯선 곳에서 최상의 전략이었을 터, 작가이기에 노마드의 삶이 견딜 만 했겠지만 또한 그 경험을 통해 공간이, 그 공간이 들어선 문화의 영역이 인간의 의식과 행동을 지배한다는 것 또한 체득했을 것이다. ‘더빨리, 더 높이, 더 멀리’를 신체적 미덕으로 삼는 스포츠 경기처럼 우후죽순 들어서는 현대적 빌딩숲에 치여 시름없이 사라져가는 역사에 대한 연민이 그의 작업의 기저를 이루고 있다. 얄팍한 자본주의적 가치에 따라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역사는 각종 폐기물과 값싼 재료들로 구성된 작업에서 은유되고 있다. 작가의 건축물은 동시대 내 이질적 사회계층 간의 충돌을 마치 숙명으로 여기듯 세련된 화이트큐브 공간 안에 태연히 자리하고 있다.
박혜수 : 평균, 보통의 기준이란 무엇인가, 그 기준에 의해 삶의 가치가 얼마나 규격화되어 결핍이 조장되고 있는가에 대해 골몰해온 작가는 독특한 시각으로 깊이감 있는 내용의 다양한 작업을 수년간 선보여 왔다. ‘가변적 평균대’는 작품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몸으로 느끼고 싶어 하는 작가가 세상을 알아가는 통로를 형상화한 것이다. 자존감을 높이는 수단이 보통 아닌 비범함임을, 그것이 생존의 수단임을 부추기는 도시는 하나의 장소로서 권력에 의해 창출되는 가시적 상징물들의 총제라고 할 수 있다. 진실 자체보다 진실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 중요해진 현대자본주의 사회에서, 치열한 경쟁구도가 사회를 이끄는 원동력이자 바로미터인양 상대적 가치로 인한 긴장감이 당연시되고, 성공을 향한 목적지는 늘 위로 뻗은 계단의 이미지로 그려진다. 높낮이를 예측할 수 없는 단이 바로 내 눈앞에 있다는 것을 알지만 선명히 볼 수없고, 불안하게 흔들리는 시선들이 내 움직임을 민감하게 감지하고 있다는 것이 뻔히 보이는 검붉은 공간은 정신적 건조증을 부추기는 우리 사회의 단면이다.
한경우 : 한경우 작가의 작업은 ‘사람의 시점과 관점에 대한 연구에서 비롯되어 모든 사실은 상대적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보고 들은 것으로부터 경험이 구축되고 그것이 그 사람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주게 되니 모든 사람은 모두 다른 경험에 의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어떤 광경을 어느 위치에서 경험했느냐에 따라 이미지로 기억되는 편린들이 사람마다 제각각인 것과 같다. 한경우 작가의 작업은 이렇듯 결국 ‘모두가 보고 싶은 사실을 볼 뿐’ ‘객관성 유지가 얼마나 힘든지’와 ‘현상의 실체를 보지 못하고 주관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인간 간의 유대감 없다면 장소는 심리적 가치를 잃고 물리적 관계만을 맺고 있는 기하학적 구조의 공간이 된다. 한경우 작가의 <그린 하우스>에서처럼 어느 한 시점에 이르러서야 명확한 공간 분할과 형태 조합이 이루어지는 현상은, 개인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관점이 사실은 타인에 대한 철저한 배제와 스스로에 대한 기만으로 이루어졌을 수 있다고 은유하고 있는 듯하다.
김기성 : 작가가 지난 몇 년간 집중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침묵의 서책들>이다. 미디어 환경에 익숙한 지금의 세대들에게는 종이 책 대신 전자책이 더 친근한 정보 매체가 되어 있다. 과거보다는 미래에 관심이 많은 디지털 세대는, 현재와 과거의 조건들이 어떻게 역사 안에 놓여 있는지에 대한 인식을 통해서만 미래를 제대로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작가는 서고의 책들을 뒤집어 꽂음으로써 기호에 의한 핵심 정보를 차단시키고, 책이 품고 있는 냄새나 변색된 이미지를 통해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함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느린 기억의 시간 속을 걷게 만든다. 신체적 반응과 얽혀있는 장소의 서사는 추상적 존재를 장소와 함께 하나의 이미지로 떠올리도록 한다. 변화에 흔들림 없는, 자아도 타자도 없는 낯선 풍경의 <침묵의 서책들>은 ‘자기주도적 학습’에 지친 현대인이 잠시 머물러 자신의 자리를 점검하게
만드는 심상의 풍경이라 할 수 있겠다.
김용관 : 김용관 작가의 작품 ‘폐기된 풍경’은 원래 의도와 달리 돌아가다 보니 우연치 않게 목도하게 되는, 혹은 목적지를 향하다 문득 돌아보니 전혀 다른 공간으로 인식되는 의외의 여정또는 광경에 붙여진 이름이다. 투명, 불투명, 반투명의 색면들이 분절된 채 긴 복도의 유리창에 붙여져 외기의 상태에 따라 내부 공간에 변화를 일으킨다. 어느 곳에 가기까지의 목적과 의미가 어느덧 배제되고 행위만 존재하는 시간과 공간을 견디다가 만나게 된 결과가 때로 본래의 의미보다 빛을 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인생이 늘 그렇듯 내가 가야할 길이 직선처럼 보이더라도 그 안에는 수많은 변곡점들이 상존하고 있으니, 우리의 몸이 겪게 되는 우연과 필연의 드라마틱한 체험이 인생을 결국 풍요롭게도 하고 비극적으로도 만든다. 출발지에서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그 수많은 가능성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궁극적으로 매혹적인 것에 대한 기대에 차있다. 잉여공간에 차려진 작가의 밥상은 그 앞에 마주서서 다가가는 사람들의 경험치에 따라 진수성찬이
될 수도 있고 소박한 상차림이 될 수도 있다.
카 입 : 카입은 소리와 영상을 통해 공간을 조형하는 작가이다. 작곡을 전공했던 작가는 이러한 공감각적 시도를 통해 시각예술가로서 자신의 영역을 넓혀왔다. ‘미디어는 메시지다’라고 한 마샬 맥루한(Herbert Marshall McLuhan, 1911~1980, 캐나다 문화비평가)의 말처럼 사운드의 본질적 가치는 내용이 아닌 전달, 즉 비물질성에 있다. 카입의 작품은 소리에 영상을 더해 물질성까지 확보함으로써 공간적 오브제로서의 기능까지 담보하고 있다. <Landscape in Between>은 작가가 2015년부터 이어온 작업으로 2012년 고비사막 여행에 대한 기억에서 시작되었다. 작가는 끝 모를 지평선에 다가갈수록 오히려 공간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게 되면서 ‘마치 거대한 풍경 속에서 의식 밖으로 걸어 나와 안과 밖을 함께 바라보는 것 같은 경험’을 하였다고 설명한다. 공간 안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는 당시의 기억을 증폭시키며 오로라처럼 피어오르고, 풍경과 함께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아물거린다. 이러한 경계의 풍경, 거울을 통해 분절되는 공간의 이미지들은, 작가노트에 적혀있는 것처럼, 우리가 보고 있는 현실세계가 ‘사실은 감각 자료들을 통해 조절되고 조정되는 현실세계의 한 모형‘이라는 에드워드 윌슨(Edward Wilson, 1929~,미국 생물학자)의 말을 공감각적(synaesthetic)으로 실현하고 있다.
□ 관람 안내
1. 관람시간 : 10:00-18:00 (17시 20분 입장마감)
2. 휴 관 일 : 매주 월요일, 추석 당일
3. 입 장 료
ㅇ 성인 : 개인 3,000원 / 단체 1,500원
ㅇ 청소년 (13-24세) : 개인 2,000원 / 단체 1,000원
ㅇ 어린이 : 개인 1,000원 / 단체 500원
※ 단체 : 20인 이상
4. 문화의 달 (무료입장)
ㅇ 일 시 : 2016년 9월 23일(금) ~ 10월 30일(일)
ㅇ 장 소 : 소마미술관 전관
ㅇ 주요내용 : 전체 관람객 무료입장 (10:00-18:00, 입장마감 17:20)
※ 문화가 있는 날 주간은 기존과 동일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 및 금요일 야간 개방 및 무료입장)
ㅇ 일 시 : 2016년 9월 28일, 9월 30일, 10월 26일, 10월 28일
ㅇ 장 소 : 소마미술관 전관
ㅇ 주요내용 : 야간 연장 개관(10:00-21:00, 입장마감 20:20) 및 전체 관람객 무료입장
5. 홈페이지 : soma.kspo.or.kr
6. 문 의 : 02-425-10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