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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샛별 :가장 욕망하는 드로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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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내용

갤러리 담에서는 이샛별 작가의 최근작 시리즈 < 가장 욕망하는 드로잉>이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기획하였다. 이샛별은 <위장>, < 중독>,<봄날은 간다>와 같이 드라마틱한 영화제목과 같은 모티브를 자신의 작업에서 끌어다보여준다. 이는 영화에서 차용한 작업일까 싶기도 한데 작가는 40대후반까지의 삶을 반추하면서 삶이나 영화는 그다지 다르지 않은 것을 느낀다. 그래서 영화에서 본 장면과그 내용이 작업에 반영되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시 되돌아가더라도 회화의 본질에 충실하겠다는 작가의 의지가 보인다. 

지금까지의 작업도 결국 회화의 되새김질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이샛별작가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와 동 대학원을졸업하였으며 이번이 열 한번째 개인전이다. 

 

작가의 글

<가장 욕망하는 드로잉> The most desired drawing

1

별들이 사라진 밤하늘을 볼 때마다 어린 시절 뒷마당에서 엄마가 심은 과꽃 향기를 맡으며 은하수를봤던 기억이 난다. 바람은 달게 볼을 간질이고 풀벌레 소리는 불규칙적으로 귀에 닿고 별의 수는 헤아릴수 없이 많았고 나는 어렸고 엄마도 지금의 나보다 어렸다. 간혹 부모님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볼 때 어린부부의 지나간 시간과 회한과 고단함을 생각하며 사랑인지 연민인지 향수인지 모를 감정이 가슴에 구멍을 뻥 뚫는다.돌이킬 수 없는 그 시절, 나의 순수, 내가진짜 잃어버린 그것……나는 무언가 잊고 살고 있나?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너를 처음 본 가슴 저림이친구가 달리는 “혜화동” 좁은 골목에서 아스라이 정지할 때 나는 잃어버린 것이 못내 서운하고 억울하다. 고교시절 들었던 그 음악은 나를 과거로 돌려보내며 추억을 느린 뮤직비디오로 재생한다. 절대적 그리움의 잃어버린장면, 자신의 기원을 목격하는 듯 느껴지는 이 감정. 그것은정말 있었고 되찾을 수 있을까? 

 

자신의 본질에 대해 더 깊이 있고 더 중요한 무언가가 감춰져 있다는 생각. 나의 상실은 오인 속에서 무럭무럭 자란다. 과거의 이미지를 통해느끼는 아득함과 그리움은 충만했던 지난날의 한 시점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환영을 그리워하는 것이리라. 내가 보고 있는 그 사진 너머에 있는 어떤 공간. 그 너머는 텅비어있었고 내겐 그렇게 영원한 상실이 자리 잡는다. 물론 인간 정신은 영악하게도 이미지 너머에 존재하는영원한 상실과 부재의 현실을 견딜 수 없을 것이므로 아무리 고통스럽고 처절하고 부정적인 것이라 해도 그 의미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이해한다고 믿으며안도할 것이 틀림없다.

 

2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중얼거린 과학의 순교자 갈릴레이에게 현실은 과학적 지식과 사실이 아니라허구를 근거로 존재한다. 그는 그 사회에서 미친 자이며 사회는 틀렸다는 것이 증명될 때조차도 ‘정상’이다. 환상은 우리의 이런 현실을 견딜만한 것으로 만드는 보호막 역할을 해주기에 우리에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것은, 보이는 것과 보려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난다. 보는것은 허용되나 그 너머를 보는 매혹 자체는 우리가 진짜로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을 방해한다.

 

<가장 욕망하는 드로잉>은 무언가 배제된 채이렇게 완전해 보이는 세계, 완성되어 우리 앞에 제시된 현실 세계의 반복을, 역시 반복을 통해 다른 가능성, 다른 사유, 다른 시간의 이접이 구성되기를 바라는 욕망에서 출발한다. “가장욕망하는 것”이란 욕망의 끝, 욕망의 최정점 욕망이 아니다. 끊임없이모습을 바꾸는 욕망의 대상은 존재하지만, 욕망의 실체는 없다. “이것을원해”에서 다음 순간 “오, 아니, 정말 원하는 건 이거였어.” 의 악순환이다. “가장”은 “당장”이라는 말로 교체될 뿐이다. 욕망의 문제는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가 아니라 ‘타인들은 내게무엇을 원하는가?’ 일 것이다.

 

3

<가장 욕망하는 드로잉>의 이미지는 ‘반복’형식이 가장 큰 특징이다. 반복되면서 뒤집히고, 복제되고, 중첩되고, 쌍을 이루고, 반사된다. 반복이 거듭될수록 동일한 나를 목격하는 듯한 정체 모를 섬뜩한 감정이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연필 자국에 기입되고배경은 홀로그램처럼 교란된다. 이미지들은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이 되고 넷이 여섯이 되는 반복만을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지가 중첩되는 경계에서 다른 이미지를 생산한다. 원본 이미지는 동어반복을 통해 차이를 낳는다. 전혀 새롭지 않지만, 전혀 새로운 것! 반복은 자기 자신을 재생산한다. 자신의 동일성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반복함으로써 미세한 차이가 바늘처럼드러나고 뒤의 의미를 완전히 바꾸며 선형적 시간을 정지시키고 얼어붙게 하여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눈앞에놓인 어떤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이미지 너머를 보고야 마는 우리의 욕망은 인간의 조건이지만 이 저주받을 조건이 다른 공간을 창조할 틈을 준다는것은 기적과도 같은 반전이다. 

 

완성에서 반복이란 없다.완벽함에서 다른 어떤 것을 상상할 수 없다. 오직 실패를 통해서만 반복은 이루어지며 반복의차이를 통해서만 다시 시도할 기회가 주어진다. 현재를 유지하려는 욕망은 세계를 조화로운 것으로 보게하며, 현재를 변화시키려는 욕망은 세계를 아직 미완성으로, 불완전한것으로 보게 한다. 불완전함은 창조가 가능한 가능성의 유일한 세계가 아닌가? 영화 <엣지 오브 투마로우>(Edgeof Tomorrow, 더그 라이만 2014)에서 자신의 죽음으로 다시 리셋 되는 톰 크루즈의시간은 지난번 시도에서 성공적으로 도달한 지점부터가 아니라 출발점으로 되돌아가 맨 처음부터 시작된다. 수천번의 재시작을 반복하는 그는, 사무엘 베케트의 말처럼 실패하면서 점점 더 낫게 실패하게 되고 더 나은실패를 위해 매번 다시 시도한다. 이것이 ‘가장 욕망하는 드로잉’의 전부이다. 진실한 창작이란 완결이 아니라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나의 <가장 욕망하는 드로잉> 은 우리에게 다시 그리고 더 욕망할것을 삶을 처음부터 매번 다시 시작할 것을 요청하는 연대보증서이다.


작품이미지

실루엣 Silhouette2 Acrylic on canvas 53x45


루프-모뉴먼트-Loop-Monument-종이위에-연필-29.7x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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