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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집의거주풍경 승효상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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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승효상, 주택건축을 주제로 전시 개최

'열두 집의 거주풍경' 10월 13일부터 11월 20일까지 통의동 진화랑에서 진행


Information 

+ 전시회: 열두 집의 거주풍경(Domestic Landscape of Twelve Houses)

+ 일시: 10월 13일 - 11월 20일 (화~금 - 10am ~ 6pm / 토, 일 - 10am~5pm / 월, 공휴일 - 휴관)

+ 장소: 진화랑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7-35)



진화랑은 10월, 11월에 걸쳐 건축가 승효상의 전시를 선보입니다. 승효상은 2002년 건축가로서는 최초로 국립현대미술관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어 전시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이후에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축가로서 공공영역에서 다양한 그룹전을 진행해 왔지만 상업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기념적인 만큼 기존의 건축전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고자 했습니다. 건축 전시가 대중에게 차갑고 어렵게 다가오는 상황을 넘어설 뿐 아니라, 건축가의 작업물이 예술 작품처럼 교류될 수 있는 방향과 폭이 넓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기획하였습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승효상의 주택 건축'입니다. 그의 주택건축만을 주제로 한 전시 역시 처음입니다.주택 건축주의 삶에 들어가 편린들을 꺼내본다면 건축가의 철학이 실제 삶에 어떻게 스며들고 있는지를 관찰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승효상 건축에서의 삶은 어떤 특별함이 있는지, 나아가 삶에서 중요한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해 논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승효상은 자신의 건축을 시작한 시기부터 현재까지 설계한 주택 중 12개를 선정하여, 현 시점에서 12개의 주택 도면을 펜으로 그렸습니다. 지난 시간의 설계도면들을 펜으로 다시 그리는 행위는 그간의 행적을 정리해보는 시간임과 동시에 설계도를 한 점씩 작품으로 남긴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한편, 진화랑 큐레이터 신민은 12개의 주택 건축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1992년을 시작으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기별로 지어진 주택을 답사한다는 것은 24년간 승효상 건축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고, 전체를 관통하는 DNA를 찾아내는 시간 여행과도 같았습니다. 


1년 동안의 프로젝트를 전시로 만들었습니다.


전시는 주택건축을 이루는 3가지의 소주제로 구성됩니다. 건축을 이루는 사유와 물질, 그리고 비물질입니다. 

첫 번째로, 건축가의 사유에 집중해 보는 공간은 서재로 연출하였습니다. 글을 통해 건축을 이해하는 장소로서, 승효상의 저서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를 위해 목공예가 박태홍 장인이 책상과 의자, 그리고 책장을 제작했습니다. 이는 승효상이 '수도원 가구' 개념으로 디자인 한 것으로 승효상 건축에 사용되어 온 것들입니다. 쿠르베 오디오로 활동하고 있는 수제 오디오 제작자 박성제의 스피커(쿠르베 이클립스, 쿠르베 스노우맨)도 제공되어 승효상 건축가가 즐겨 듣는 음악 속에서 서재 공간을 더욱 풍요롭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이 공간에는 2명의 작가가 투입되었습니다.


강석호 작가는 고서 위에 흰 개미를 사육하는 방식으로 작업해오는 작가입니다.이번에 소개되는 작품은 승효상의 대표건축물과 평이 담긴 출간물 <Seung,H.Sang(2001)>로 3년간 작업한 결과물(조형작업과 사진)로, 인간사회의 집을 짓는 건축가의 도면 위로 흰 개미가 집을 짓는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사고의 틀을 벗어나게 합니다. 임안나 작가는 가상의 박물관 모형과 오브제를 제작하여 가상의 전시를 열고,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이번에는 가상박물관에 승효상이 설계한 주택 모형 하나가 전시되었습니다. 건축모형은 아직 가상으로서 시공 과정과 삶의 시간을 거치며 실재가 변화합니다.임 작가가 제시하는 모형 속의 모형 작업은 건축을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진실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유도합니다. 두 작가의 작품은 건축에 대한 사유를 보다 활성화 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두 번째로, 비물질의 공간은 주택 건축에서 채집한 비물질-소리와 영상-으로만 이루어집니다. 이 공간을 준비하기 위해 삶 내부의 이야기를 채집할 채집자로 사진영상작가 윤석무와 사운드디자이너 정태효를 초빙했습니다. 큐레이터가 인터뷰로 생각과 마음을 채집하는 동안, 사진영상작가는 삶의 '시간의 흐름의 현상'들을, 사운드디자이너는 '삶의 소리'를 채집했습니다. 윤석무 작가는 집의 모든 구역을 카메라 앵글로 쪼개고, 단면들을 재조립하는 과정을 흑백 사진으로 표현했습니다. 흑백은 공간 구성의 핵이 되는 형태와 선을 부각시키고, 시간의 흔적에 대한 무게감에 몰입시킵니다.공간이 차가운 구조물로서가 아니라 조형적인 그림이자, 감성적 공간으로 다가오게 됩니다.정태효 작가는 주택을 아우르는 각각의 공간에서 움직임에 의한 소리를 채집했습니다. 정원에 물주는 소리, 새소리, 잔디 밟는 소리, 문 여닫는 소리, 빗소리 등의 기록을 조합하여 하나의 삶의 사운드로 디자인 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이 여정의 결과물은 삼면에 영상이 흐르는 방에 구현됩니다. 영상과 소리는 공간을 낯설게 환기시키고, 상상의 감각을 확장하며, '삶'을 새로운 각도로 바라보게 합니다. 비물질의 공간은 궁극적으로 주택, 건축이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시간 속에 과정으로서 존재하는 풍경임을 말해줍니다. 

 

세 번째, 물질의 공간으로 진입하면 새로 그려진 12개 주택의 도면과 모형에 둘러싸여 주택 건축을 이루어가는 ‘물질적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여기서 보여지는 도형들이 삶에 대한 수많은 사유를 통해 그려졌으며, 삶을 가꾸어 가는 자에게 열리는 가능성에 대한 은유와도 같다는 것을 느낀다면, 세 공간이 이루는 하나의 조화를 마음 속에 담아가게 될 것입니다.   


이번 전시 기획은 두 가지 면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승효상 건축에 있어 건축주 삶의 내부와 이야기가 공개되는 일은 처음입니다.

이를 통해 주택의 현재가 빛나는 집들의 공통점을 분석할 수 있고, 건축가 승효상에게 주택 설계를 의뢰한다면 반드시 알고 가야 하는 지식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간여행을 하는 내내 쌓여온 보물 같은 이야기들을 전시장에 매개함으로써 건축가와 건축주 그리고 대중간의 공유가 이루어집니다. 이로써 갤러리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교류가 보다 입체적으로 확장될 것입니다.

전시의 연장선에서 큐레이터 신민은 열두 집의 거주 풍경을 주제로 한 출판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건축주 인터뷰와 이를 바탕으로 승효상 건축가를 인터뷰한 후,자신의 관점으로 분석한 내용 총 3개의 층으로 기술 된 책을 출판사 돌베개와 준비 중이며,내년 중 출간될 예정입니다.


두 번째로, 승효상의 전시가 상업 갤러리에서 개최되었다는 것입니다.건축 설계 이외의 영역에서 상업활동을 일체 하지 않았던 건축가로서는 이 시도가 상당히 조심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갤러리 큐레이터가 새로운 체험에 직접 뛰어들어 얻은 배움을 전시장에서 공유한다면, 상업적이기 보다는 대중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로서 가치 있는 기록이 된다는 믿음이 통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가치 있는 기록으로서 그의 신간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출판 돌베개)도 이번 전시에 함께 소개됩니다. 이 책은 그 동안 출간되었던 그의 저서들과 함께 서재로 연출한 전시공간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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