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춘몽> Empty Dreams
캔버스에 아크릴 130cm X 166cm 2016
<구경꾼> Onlooker
캔버스에 아크릴 130 х 97cm 2016
<밤의 여로> Night Passage
캔버스에 아크릴 90 х 73cm 2016
<불타는 집> Burning House
종이에 수채 77 х 53.5cm 2016
<붉은 방> The Red Room 영상설치 가변크기 2016
<벌거벗은 섬> Naked Island 영상설치 가변크기 2015
<달 月>
곧 어둠이 내릴 것이므로 나는 눈을 부릅떠야 했다. 완벽한 달(月)을 그리고자, 한 낮부터 밤을 기다리며 초침이 가리키는 밤과 낮의 갈림길이 나타날 곳을 지도에 표시한다. 그런데 아무리 하늘을 쳐다봐도 새털 같은 구름만 가득, 정오의 낯익은 풍경만이 눈 앞에 매달려 있다. 기다리다 지친 나는 깜빡 잠이 든다.
<곡 哭>
어딘가에서 희미한 싸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검은 호수 앞에 지천으로 널린 철쭉이 산을 빨갛게 물들고 있다. 붉은 산은 싸이렌을 울리며 구슬피 곡(哭)을 한다. 누가 죽은 걸까? 뒤를 돌아보면 가을낙엽이 우수수 떨이지고 있는데 발 끝으로 나타나는 길은 고향의 봄이다.
<벽 壁>
철조망으로 뒤덮인 하얀 벽이 눈 앞을 가로막는다. 가까스로 벽을 올라 건너다 보니 사방 벽안에서 깊은 잠에 빠진 듯 누워 있는 사람이 보인다. 불러도 대답이 없다. 문득 바람을 타고 멀리서 북소리가 들린다.
<불 火>
동서남북이 사라진 빽빽한 숲에서 같은 풍경이 반복되고 주위는 새까만데 멀리서 불 빛이 보인다. 빛을 따라 걸으니 가까워질수록 지독한 악취가 대기를 감싼다. 마침내 냄새 조차 무감각 해지자 눈 앞에 집이 통째로 불 타고 있다.
<방 房>
불 타던 집은 연기만 자욱한데 뒷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안은 고요하고 따스하다. 어쩐지 전에 와본 것 같은 집에 성큼성큼 들어가 방 문을 연다. 배치된 사물 하나하나, 풍기는 냄새와 분위기. 머무른 흔적들. 나는 이 곳을 안다. 흘러가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사물들이다. 카메라 옵스큐라처럼 세상의 모습을 은밀하게 담고 있는 상자 속에서 우리는 휴식, 잠, 사랑, 병, 죽음 등을 경험한다. 삶이란 어쩌면 방에서 방으로 이동 하는게 아닐까?
<창 窓>
창문으로 밤과 낮의 갈림길이 네모난 달빛을 만들며 새어 들어온다. 나와 나의 가장자리를 조금씩 채우면서 조용히 내 몸을 모두 덮는다. 나는 종이에 달을 그린다.
<꿈 夢>
눈을 뜨고 보는 풍경은 하나의 공통된 세계를 갖지만, 눈을 감으면 각자 자신만의 풍경 속으로 되돌아 간다. 하늘에 뚫린 하얀 구멍이 진짜 달일까? 아니면 종이 위에 그려진 검은 점이 진짜 달일까. 잠과 불면 사이에서 일어난 기록이 종이달이 되었다. (작가노트 중에서)
작가 정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