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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국일 원음그대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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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 Kuk IL 
유국일의 메탈 스피커 : 원음 그대로
2016.12.01 – 2017.01.31

Opening day
2016.12.01

Opening Ceremony
2016.12.01 06:00pm

Location
서울시 성동구 서울숲2길 32-14, 갤러리아 포레 B205, 더페이지 갤러리 
(THE PAGE GALLERY, B205 Galleria Foret, 32-14, Seoulsup 2-gil, Seongdong-gu, Seoul, Korea)


1. The Page Gallery 기획전시로 한국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유국일의 메탈 스피커 – 원음 그대로> 전은 재료 가공의 어려움 속에서도 스피커 기능을 ‘원음의 시간 이동’이라는 명제로 수행한 좋은 예이다. 이 수행에 등장하는 다양한 요구와 메카니즘의 난해성은 함축적이며 연속적인 모든 과정들이 가려져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스피커의 모양 만으로는 그의 개념이나 의도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그의 완성된 스피커를 통해서, 원음의 재현을 통한 기능이 극대화되는 시점에서, 그 윤곽선을 탐색하게 될 것이며 그 응축과정들이 아트 오브제로 전환되는 단계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차가운 기계와 예민한 음의 만남”이라는 그의 미션은 아주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메카니즘을 근거로 하여 가공단계마다 겪게 되는 재료들의 강한 반발 때문에, 그의 의지를 좌절시키기도 했다.

2. 유국일의 스피커 작업은 일반적인 금속 공예작업이 아닌, 음의 이미지를 감응과 지각의 구조체로 만드는 일이며 의미나 개념을 구체적인 감각의 세계로 유도하는 일이다. 물성의 세계 속에 창의적인 감각을 담아 물질에 호흡을 불어넣는 일이다. 긴장과 축약에 근거하여 음을 만든 작곡가의 의도를 완벽하게 재현하는 물체로 전환시키고 있다. 

인간의 감정이 담긴 추상적인 음표이자 기호를 감응의 작용으로 바꾸어 기호 속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다양한 감정들을 물질적 기계에 의해서 ‘현재’로 불러 내고 있다. 이러한 그의 시도는 그의 지독한 고립성과 철학적 사유에서 시작된 것으로, 감정이 살아있는 오브제로 창조될 수 있는 가능성에 이르렀다. 

인류역사 이래로 많은 사람들의 시도에 의해서 다양한 스피커가 만들어졌는데, 이 특별한 요구는 음악의 역사를 대신하면서 작곡가의 시간을 ‘지금’의 시간으로 공감케 하는 초현실적인 발상에 근거한다. 음악에 대한 ‘현존성’을 근본적으로 바꾸었으며 작곡가, 지휘자, 연주자, 프로듀서 등 음악의 전 사이클이 서로 맞물리는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이처럼 그의 메탈 스피커는 작곡가의 시간과 듣는 이의 시간을 공유하게 하는 치밀한 재현성을 가지고 있다. 어떤 전제된 음을 지금의 시간에 완벽하게 불러내는 것으로 그 음이 우리에게 들리는 순간 전적으로 자신의 현실성을 갖게 되며 감응이 생동하게 하는 공간 공유의 속성을 가지게 된다. 

그 음이 재현되는 순간 그 공간은 실질적인 효과를 작동시켜 작곡가의 의도가 그 음을 듣는 이에게 이동되어 단순한 음이 아닌 ‘그것 그 자체로서’ 기능하게 된다. 공감하는 사유가 되며 상상이 아닌 실제와 비 실제 사이의 간격이 없어지는 ‘동시성’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동시성을 체험케 하는 중계자로서 유국일의 메탈 스피커는 존재이유를 가진다. 

여기서 우리는 스스로 존재하는 어떤 음을 통해서 이미지나 기호 속에 숨겨져 있던 공감하는 감응이 있음을 깨닫고 묘사할 수 없는 재현의 절대성을 만나게 된다. 그의 스피커는 다른 시간에, 다른 공간에서, 완벽하게 재현될 때, 강요당하지 않고 인식이 요구되지 않고 스스로 존재할 수 있는 자발성을 만나게 한다. 

3. 유국일의 메탈 스피커 제작은 음을 위한 지도제작과 비슷한 과정을 거치면서 생리학자나 외과의사처럼 섬세하고 예민한 배려를 요구하고 있다. 원음의 완벽한 재현을 위해 그의 모든 신경과 세포를 음과 기호와 관계시키면서 작곡가의 의도를 파동의 감응으로 전달되도록 기하적인 단순함과 유기적인 형태로 재구성하는 일은, 건축하는 과정과 비슷하며 그 결과는 하나의 미니멀적인 아트 오브제가 된다. 

그 과정은 항상 음표의 기호를 ‘해독’하고 번역하여 원음을 그대로 펼쳐 보이는 환원적 행위이며 음의 파동을 통해서 인간의 생명방식을 찾아가는 행위이기도 하다. 물리적 기계를 통하여 음의 파동을 드러내는 그의 메탈 스피커 제작과정은 하나의 의학적 진단과정을 연상시키기도 하며 연속적인 배열에 의하여 인간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역동적인 행위가 되고 있으며, 그 과정의 매체의 충돌, 음의 복합적 상호작용을 통하여 메탈의 물성을 기관을 가진 신체로 만들어 내었다. 

완벽한 음의 재현이라는 대전제를 위해 구체적인 물질적 구성과 미적인 의미를 하나의 관계로 구성하여, 소리의 미립자들이 구성하는 아름다운 오브제가 탄생되었다. 아름다운 형태의 메탈 스피커는 차가운 물성을 뛰어넘어 건강한 심장을 가진 헤르메스처럼 서 있다. 아름다움과 단순함, ‘원음 그대로’의 재현을 통해 ‘지금’을 살아있는 파동으로 정의하는 곳에 유국일의 사유가 있다.

4. 유국일의 메탈 스피커는 하나의 개념이 기능을 가진 형식으로 대치되는데, 그것은 언어적 설명으로 표현할 수 없는 물질의 융합과 고도의 테크닉을 통해서 완성된다. 그것은 해석의 다양성이 살아있는 기능으로 이행되는, 치밀한 물리적 단계가 내포하는 힘이며 하나의 개념이 창조적 형식으로 탄생되었음을 의미한다. 

완벽한 스피커의 완성을 위한 그 과정은 그의 사유의 형성과정과 궤를 같이하며 반복되는 그의 텍스트가 되고 있다. 그의 추구는 단순한 회귀가 아닌 음을 만들어 낸 창조자와 동일선상에 서는 것이며 형태의 완벽함과 더불어 그 제작과정이 형태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능동성에 있다. 이것은 기능을 전제로 하되 독립적인 아트 오브제로 유도되며 음의 완벽한 재현과 함께 특수한 공간에서 일회적 사건이 된다. 

그의 스피커의 치밀한 디테일은 원음의 재현이라는 미션과 함께 설치되는 공간 속에서 발생될 수 있는 noise의 문제까지도 염두에 두는 교류ㆍ순환의 성격을 가지고 그 공간의 구성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는 메탈스피커의 기계적 오차나 물성의 강한 반발로 원음의 본질이 축소되거나 변형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하여 ‘원래’의 음이 가감 없이 그대로 전달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어렴풋한 재료의 도움이나 여운을 첨가하는 잉여적인 분위기를 털어 내버리는 것이다. 

외과수술처럼 필요 없는 여분을 과감히 절단하고 ‘원음의 지속’을 통해서 공간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다. 그의 섬세한 절대음감을 더하여, 미묘함과 원시성이 결합하는 재료의 독창적 가공에 온 힘을 기울인다. 반복적인 실험, 고집스러운 집념, 완벽한 절대음감으로 만들어 낸 그의 아트 오브제는, 음에게 이미지를 더하고 물질에 논리적 의미를 부여하여 물질이 열리고 접속되는 창의적인 사유체가 되었다.


김용대 Yongdae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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