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최지인 개인전”
일시 | 2017. 2. 8 – 2. 21
장소 | 서울시 종로구 와룡동 68 갤러리 일호
최지인의 아름다운 세상 속의 새
조용하게 그리고 평화롭게 푸른 하늘에 펼쳐진 그녀의 그림들을 보노라면‘ 갑자기 “내게 있어 세상은… 상식에 대한 도전장’이라던 르네 마그리트의 기발난 발상의 생각하는 그림들이 떠오른다. 꼭 그것은 비록 종종 하늘에 새가 있고 그 새의 그림자를 배경으로 한 풍경들이 펼쳐지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의 그림 속에는 기발한 발상이 아닌 새를 바라보는 순수하고 진실한 시각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최지인은 오래 전부터 나무 패널 위에 종종 새의 모습을 단아하게 남겨두었다.
그 새들은 낯설지 않으며 러블리한 하트와 사랑의 마크와 함께 하거나, 꽃과 어울려 하나의 따뜻한 풍경으로 태어났다. 마치 노을 진 저녁 나뭇가지 위에 내려앉은 외로운 새, 선인장 위에 마주 앉아 밀애를 나누는 정말 행복한 풍경의 새들 모습이었다. 그들은 때로 전선이 있는 하늘을 가로 지르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 담담한 하늘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특이한 것은 그녀의 그림 속에 사람들은 등장하지 않지만 대신 주의 깊게 보면 그녀의 풍경 속에 대신 작은 곰 같은 아이콘들이 정말 앙증맞게 자리한다.
그녀는 종종 인형이나 새의 모습들을 통해 낯선 상상의 공간이 아니라 일상의 오브제들을 갑작스럽게 불러내는 기법으로 다른 작가와 차별화된 화풍을 펼쳐 내고 있다. 그래서 최지인의 화풍들은 배경과 사물이 하나가 되는 동시에 서로 떨어져 있는 파노라마 식 정겨운 화면을 그려낸다.
그녀가 하늘에 풀어놓은 무늬에서 보이는 아스라한 풍경 속에서 우리는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일그러진 저녁의 향기와 평화스러운 흔들림을 본다. 많이 쓸쓸해 보이는 풍경의 미묘한 떨림을 통해 우리는 외로운 새가 되어있는 본능적인 외로움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처럼 그녀의 다양한 새가 들어있는 그림들은 그녀 자신의 표정과 감정들을 얼핏 얼핏 담아내고 있는 듯 자전적이다.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와 그녀의 새들이 조금씩 다르게 변해가는 표정들에서 그 느낌들은 더욱 강렬하게 변화한다.
피할 수 없는 그 인간의 본능적인 외로운 감정과 순간들을 어떻게 화폭 속에 붙잡아 놓을 수 있을까. 그동안 그녀는 그 물음을 무수히 많은 새의 날갯짓으로 물음에 답 해왔었다. 그 본질 속에 녹아있는 감성은 무엇일까? 아마도 쓸쓸함과 외로움처럼 보인다.
물론 최근 점점 그녀는 마그리트 풍의 새 이미지를 인용하는 표현방식 속에서 벗어나, 보다 철학적이고 사유적인 추상표현의 세계를 견인하는 방식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녀는 마치 검푸른 하늘과 바다 위에 글자들을 캔버스 표면에 새겨두는 형식이 그러하다. 이러한 독특한 시각적인 형식들을 통해 그녀는 흔적을 남겨두는 구체적인 메시지의 세계로 더욱 궤를 같이 하며 다가가고 있다.
그 작품들은 절대적으로 표현과 전달의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이고자 하는 그녀의 심경을 극적으로 반영하는 듯하다. 새들로 의미와 모티브를 만들어 내던 그녀가 이제는 색채와 평면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 풍경 속에 그녀 혹은 우리의 희망과 꿈꾸는 행복을 각인시키고자 의도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그녀는 우리 자신을 아름답게 바라보고 있는 애틋한 기억과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있는 매력을 보유하고 있다.
꿈꾸는 새들이 마주하고, 일어나 사랑을 나누는 새들이 노니는 대지의 자연 속에서 그녀는 마그리트 특유의 초현실적 표현을 새롭게 읽어내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이다.
공간 속의 새를 추구했던 조각가 브랑쿠지는 그림처럼 하늘을 비상하는 모습을 담아내면서 “외부형태는 진실한 모습이 아니다. 진실이란 사물의 정수를 말하는 것이다.”라고 고백 한바 있다.
어쩌면 이 좌우명은 최지인에게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새의 몸짓에 그치지 않고 더 큰 진실, 본질을 창조해야 한다는 예술가의 과제를 가장 잘 대변해주는 메시지임이 틀림 없다.
김종근 (홍익대 겸임교수.미술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