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민혜기 개인전 : 반복 그리고 반복
Hyeki Min : Repeat and Repeat
2017. 3. 22 – 4. 18
출 품 작 : 설치, 영상 등
전시 장소 : 송은 아트큐브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421 삼탄빌딩 1층)
관람 안내 : 월요일 - 금요일 9:00am ~ 6:30pm
주말, 공휴일 휴관 / 무료관람
주 최 : 재단법인 송은문화재단
<전시개요>
송은 아트큐브는 2016-2017 전시지원 공모 프로그램 선정작가 민혜기의 개인전 “반복 그리고 반복”을 선보인다. 민혜기는 일상 속에서 쉽게 드러나거나 보이지 않는 것에 주목하고 그것을 청각적, 시각적 관계적인 요소로 새롭게 풀어내는 방식의 작업을 해왔다. 작가는 숨겨져 있던 것들을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드러내기 위해 영상, 전자회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 다양한 매체에 대해 연구해왔다. 최근 그룹전 "별과 우리의 시간: 시간에 대한 가설들"(스페이스 필룩스 & 동숭아트센터 동승소극장, 2017)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빛과 물질을 통해 가시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관람객들에게 각기 다른 순간의 경험을 선사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생활 속에서 반복되는 감정의 흐름을 표현한 <일상>(2017)과 <보이지 않는>(2017)을 새롭게 선보이며, 계속해서 선을 긋고 지우는 기계의 움직임과 그 결과물로 남는 희미한 선들 그리고 쉴새없이 앞뒤로 움직이는 상자의 형상을 통해 일상적인 감정과 느낌을 창의적인 방식으로 드러낸다.
<작가소개>
민혜기 작가는 1979년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방송영상학과 멀티미디어학을 전공했으며, 뉴욕대학교에서 Interactive Telecommunications Program 석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미디어디자인학 박사를 졸업했다. 뉴욕에서의 그룹전 "Big Screens"(IAC, 2007)과 오스트리아의 세계적인 아트페스티벌 "Ars Electronica Festival, Live Bits: 80+1"(린츠-오스트리아, 2009)에 참여한 바 있으며, 이 외에도 "New Interfaces for Musical Expression"(카네기멜론대학교, 2009), “#tag 해시태그: 금천예술공장 제7회 오픈스튜디오”(금천예술공장, 2016), “별과 우리의 시간: 시간에 대한 가설들”(스페이스 필룩스 & 동숭아트센터 동승소극장, 2017) 등 다양한 국내외 그룹전에 참여해왔다.
민혜기 개인전 : 반복 그리고 반복
작업노트
저는 주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일상적인 공간과 사물을 낯설거나 새롭게 바라보는 경험을 만들어 내는 작업을 합니다. 생활 속의 소소한 이야기에 근거하여 우리 주변에 편재하지만 좀처럼 파악할 수 없는 이미지나 소리 혹은 관계 같은 것들을 포착하여 창의적인 방식으로 드러냅니다. 즉, 숨겨진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냄으로 자신의 행동 반경과 생활 패턴에서 벗어나는 작은 차이들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작업의 출발점이자 모티브입니다. 이러한 상상과 창조적인 영감을 실제화하는 것은 사실 계속 변화하는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라 불리는 장치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가 수반되어야 가능합니다. 디지털 영상제작에서부터 시작하여 전자 회로나 컴퓨터 프로그래밍까지 매체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 왔습니다.
작품 ‘The Moment(순간)’는 김성훈 작가와의 협업으로 2014년 Distortion Field 전시에서 처음 발표되었습니다. 작품에 담고자 한 이야기는 높은 곳에서 그 최대의 빛을 발하며 질주해 내려와 산산이 조각나버리는 빛입니다. 화면 안의 시각적인 환영이 아니라 전시장 안에서 실제로 움직이는 물리적인 빛입니다. 어떠한 생각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전시장 공간 속에서 자신의 눈으로, 귀로, 또 몸으로 직접 경험하길 원했습니다. 한 줄에 엮인 수백 개의 전구가 모두 깨질 때까지 쉬지 않고 작동합니다. 전구는 시작과 함께 부서지기 시작하여 파편으로 고스란히 바닥에 남아있게 됩니다. 작품은 전시 중에도 그 형태가 계속해서 변화하며, 관객은 종결되지 않고 진행 중인 작품에서 그들만의 순간을 경험합니다.
‘정지된 선’ 역시 김성훈 작가와의 협업으로 ‘The Moment’의 작업적 결을 이어가는 작품입니다.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모래가 천장과 바닥으로 나누어진 두 공간을 잇습니다. 떨어진 모래는 쌓이지 않고 바닥에 뚫린 구멍으로 사라집니다. 시간과 같은 어떤 거대한 흐름의 일부분을 떼어내어, 이의 단면을 마치 돋보기로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작은 공간 안에 펼쳐 놓고자 했습니다. 얇은 모래로 이어져 있을 뿐인 빈 공간에서 관객은 떨어지는 모래를 맞거나 손으로 느끼며 쉼없이 지속되는, 그리하여 시간을 거스르는 역설적인 ‘일각’을 경험합니다.
‘이상한 대화’ 는 책상 위에 놓인 컴퓨터 키보드 자판을 통해 화면 속 똑같은 책상에 앉아 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한 작업입니다. 스크린 너머에 앉아 있는 사람은 관람자가 적은 질문이나 말에 스케치북에 연필로 적어 대답합니다. 따스해 보이는 이 대답들은 사실 관람객이 입력한 문장에 따라 트위터에서 검색된 문장입니다. 온전한 대답이거나 엉뚱한 혹은 왜곡된 대답들로 이어진 대화는 디지털 세상에서의 소통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보도록 합니다.
Fading_Time_01과 Fading_Time_02도 또한 ‘숨겨진 것 드러내기’와 관련한 작업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보이고자 하는 것은 작품 자체에 숨겨진 코드입니다. 디지털 예술 작품의 대부분은 그 프로그램된 구조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작품에 있어 설계 및 제작의 핵심이 되는 프로그램은 관람자 혹은 이를 감상하는 어떠한 이에게든 해독이 불가한 블랙박스 안에 숨겨져 있습니다. 그러나 작품과 관련된 모든 경험과 심미적 상황에 대한 통합적 설계와 표현은 코드로 이루어지고 서술이 됩니다. Fading_Time_01과 Fading_Time_02는 이를 실험하는 작품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만들어내고 규정하는 것은 코드 단위에서 작동하며 코드 자체로 작품이 되고 코드가 실행된 결과물과 유기적으로 관계가 맺히는 작품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로 보이는 작품은 보이지 않는 감정의 흐름 혹은 느낌을 건조한 기계의 움직임을 통해 재현합니다. ‘일상’은 기계 장치를 통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순환되는 삶의 단상을 단순화하여 보여줍니다. 기계는 일정한 선을 긋지만 곧 이를 지워버립니다. 이를 무한하게 반복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그었다 지워진 선은 희미하게 남습니다. 반복적인 선들이 시간성을 두고 교차하며 제각각의 미미한 흔적을 쌓아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게 됩니다. 작품 ‘보이지 않는’도 이러한 작품의 결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조그마한 상자가 앞으로 혹은 뒤로 움직입니다. 이 상자를 둘러싸고 있는 경계는 없습니다. 그러나 상자는 쭉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마치 추에 묶여진 진자처럼 쉴 새 없이 앞으로 뒤로 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