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9일 (목) – 2017년 5월 13일 (토)

장소 : 페리지갤러리 서울시 서초구 반포대로 18 KH바텍 서울사옥 B1

오 프 닝 : 2017년 3월 9일 (목) 6:00PM

관람시간 : 월 - 토 10:30 – 18:30 / 일요일 휴관

기자간담회 : 2017년 3월 9일 (목) 오후 2시 

한국의 현대미술을 견인하는 40대 작가들의 전시인 <Perigee Artist>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는 페리지갤러리는 열두 번째 전시로, 2017년 3월 9일부터 5월 13일까지 슬기와 민의 ‘페리지 060421-170513>을 개최한다. 

슬기와 민은 이번 전시는‘기만하는 전시’로 만들기로 기획했다. 이는 전시공간에서 작가가 작품을 전시하지만 관객에게 실질적인 감각의 만족이나 작가와의 정서적인 소통, 직접적인 지적인 통찰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전시에는 어떠한 내용도 메시지도 없으며, 전시자체의 실현가능성만을 가지고 시뮬레이션 해보는 듯한 전시이다. 

먼저 전시제목인 ‘페리지 060421-170513’은 페리지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의 마지막 날인 5월 13일이 이전 첫 단독전시의 마지막 날과 일치하는 데에 착안하여 명명하였다. 작품을 살펴보면, 전시장 안에 <단명자료> 연작은 이전부터 진행하고 있는‘인프라 플랫' 계열의 작품으로 그들이 제작한 포스터, 엽서 등과 같은 홍보인 쇄물의 부분을 흐릿하게 변형 시킨 것이다. 

이들 사이에 <작품목록>이라는 작업은 이번에 전시되는 모든 작품 의 제목, 크기, 매체, 연도로 구성된 리스트를 작품처럼 제작한 것이다. 진열대에는 ‹코스모스, 한국어 3판, 198 1>은 칼 세이건의 동명의 책을 인프라 플랫 버전으로 변환한 책 형태의 작업으로 책의 지면을 흐리게 변형한 점을 제외하면 판형, 인쇄, 종이, 제본방식, 내용 등 모든 면이 원본과 동일하게 제작되었다. 전시장 외부 안내 데스크에는 <작품설명>이라는 책을 빌려볼 수 있는데, 자신들이 10년간 진행한 프로젝트 중 작업의도나 과정 을 텍스트로만 설명한 작업이다. 1층 로비에 위치한 모니터에서는 <“코스모스는 두 개의 파이와도 같다>라는 제목의 영상작업이 상영된다.

이는 지난 작업에서 사소한 측면을 파이도표로 제시하고 그 도표를 해체한 뒤 재 조합하여 무한히 다른 추상 패턴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마지막으로는 페리지갤러리 공간 그 어딘가에 아직 위 치도 잡지 못한 무슨 책의 63페이지인지 알 수 없는 <63쪽>이라는 작품이 존재한다.

이와 같이 슬기와 민은 원본이미지의 시각적 요소를 변형시키거나 분리 또는 제거 시킴으로써 소통이나 이해 가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렇게 변질된 모호한 이미지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시각적, 언어적 감각을 자극하며 혼란을 야기시킨다. 슬기와 민은 관객들이 작품의 구성원리보다 창작동기나 의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깨닫고 작가의 의도에 대해 궁금증을 유발하는 요소들로 전시를 가득 채우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일반적인 전시 구조 에 익숙한 관객들이 자신들의 전시를 보며 보편적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 것들을 기만 하고자 한다. 

슬기와 민은 최성민, 최슬기로 구성된 그래픽디자이너 듀오로 미국 예일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만나 2001년부터 ‘슬기와 민’으로 함께 활동을 시작했다. 갤러리 팩토리(서울, 2006)에서 슬기와 민 첫 단독전을 가진 이후 김진혜갤러리(서울, 2008), 7 1/2프로젝트(서울, 2016) 등의 전시를 선보였다. 2014년 에르메스재단미술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전시 이외에 출판, 출간, 기획, 비평, 번역, 협업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